[별담수첩] 아픈줄은 알았는데, 그랬었구나. 다행이야, 형.

in #kr-pen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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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걸 핑계 삼아, 맥주를 마시고, 맥주 마실 시간을 때우려, 영화를 다 보고 며칠 만에 페이스북에 접속했다. 스크롤을 내리다, 낯이 익은 얼굴인데, 내가 아는 그 얼굴이 맞나 싶은 사진이 스크롤을 멈췄다.

그 형이 블로그, 이글루는 즐겨찾기는 해놨었는데, 열심히 읽지는 않았었다. 어떻게 알 게 됐을까. 그 형이 쓴 책의 감상평을 대학 동창 싸이에서 발견했었나 보다. 음, 맞을 거야. 그 책이 '대한민국 표류기'였다. 와, 글을 잘 쓴다는 느낌보다는, 진짜 남들 같으면 숨기고 싶은 내면을 끝까지 까발려 쓰는구나 하고 느꼈다.

그리고 '이놈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리고 이런 형 사귀고 싶다, 옆에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나만 알고 싶었던 그 형은 만인에게 발목이 섹시한 형이 돼 있었다.

방송의 힘이 대단하기는 하구나, 근데 처음 그를 화면에서 접하던 그때 나는 이 형이 그 바닥에서 얼마 못 갈 것 같은 기분은 왜 느꼈을까.

호불호에서, 일부 사람들에게 불호만 남기고, 그 일부 사람들에게 얼굴을 성형했느니라는 말이 나왔었는데, 결국 불호들의 마음대로 방송에서 사라졌다. 호의 마음의 나는 얼굴이 부은 채로 방송을 하던 그가 아프다는 소식만 접했었다.

얼굴에 붙은 털은 다 빠졌지만, 살은 조금 붙어 보이니, 다행이다.


글을 다 쓰고 페이스북 페이지 스크롤을 내리다,
류근 시인의 포스팅도 오랜만에 발견했다.

칠월 칠석을 핑계삼아 또 낮술을 자셨나보다.

七 夕

류근

하늘에 죄가 되는 사랑도
하룻밤 길은 열리거늘
그대여,
우리 사랑은
어느 하늘에서 버림받은 약속이길래
천 년을 떠돌아도 허공에
발자국 한 잎 새길 수 없는 것이냐

ㅡ <어떻게든 이별>, 문학과지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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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마녀사냥으로 한동안 핫했었죠. 지금은... 건강 괜찮아지셨을까요?

악성림프종으로 투병하다 완치됐다는 소식을 전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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