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에세이 - '우기는' 젊음

in #kr-pen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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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는' 젊음






  한 청년이 새벽 네 시에 잠이 깬다. 머릿속에 어떤 멜로디가 떠올라서 그걸 기록한 후 급히 녹음실로 달려간다. 마침 한 선배가 작업을 하고 있다가 그를 맞는다.

 "너 이 시간에 뭐하려고 여기 왔어?"
 "아... 제가 방금 곡이 생각났는데 한 번 녹음해보려고요."

 청년의 머릿속에 있던 멜로디가 울려퍼지자 기대에 차 있던 선배의 표정이 점점 식어간다. 곡이 끝나자마자 선배는 말한다.

 "이거 사비가 약한데..."

 청년은 다음날에도, 또 그 다음날에도 음악 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작곡한 곡을 들려준다. 그러나 열에 아홉은 반응이 썩 좋지 않다. 그는 고집을 꺾지 않고 '우겨서' 그 노래를 타이틀로 한 앨범을 낸다.

 청년의 첫 앨범이 세상에 나오자 백 만장이 판매되었다. 방송활동을 한 번도 하지 않고 음원차트 21주 연속 1위를 유지하기도 했다. 그 노래가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이고, 새벽 네시에 녹음실로 달려간 청년은 바로 윤 건이다.

 어젯밤 비긴어게인에 나온 윤 건의 스토리를 들으면서 한 젊음이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고, 그것이 좋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잘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 업계에서 아무리 베테랑이라는 사람도 한 젊음이 지금 이 순간 좋아하는 것이 미래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 것인지, 그 진가를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투자 대가들의 예측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에 성공했던 사람들일 뿐이다.
  사람들은 기계적 분석에서 나온 결론으로 구매를 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욕망 때문에 지갑을 연다. 욕망의 길목을 먼저 밝히는 것은 젊은 영혼들이다.


 나 역시, 처음에 나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 미쉘양이 전포동에 카페를 하고 싶다고 말했을 때 이해가 안된다는 말투로, "왜 전포동이지?"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단순했다. "여기에 카페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으니까요."

 미쉘양은 고등학교 때부터 서면CGV에서 영화를 본 후 친구와 함께 갈 만한 카페가 근처에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고 한다. 그런데 대학을 다닐 때까지도 그 길에 카페가 생기지 않는 것을 보고 언젠가 돈이 모이면 자기가 카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곳은 공구상가가 모여있는 거리였다. 길의 맞은 편은 제일제당 공장 터였는데, 주상복합 건물 부지로 팔렸기 때문에 -지금의 서면 센트럴스타 자리이다- 황량한 나대지로 남아 있었다. 우리 역시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서면 도심을 잇는 사막같은 길을 늘 걷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우리 지금 당장 그 카페를 이 길에 하자."

 미쉘양을 설득한 후, 커피를 배우기 시작했다. 미쉘양은 레시피를 짰다. 그리고 정확히 2년 후에 그 길에 커피가게를 열었다.
 나는 미쉘양와 영화동호회에서 만났다. 서면CGV와 지금은 사라진 부산시네마떼끄에서 영화를 보고 맛집을 찾아다니며 수다를 떨던 어린 친구와 동업을 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미쉘양이 말한 길은 모든 사람들이 의아해하던 위치였다. 그 시절 상권이 좋았던 부산대 근처에서 카페를 하고 있는 사장님들이나 나에게 에스프레소 추출과 로스팅을 가르쳐준 선생님은 우리가 얘기한 위치를 듣더니 반응이 미적지근했다. 심지어 거기는 유동인구가 없다고 딱 잘라서 반대하시던 분도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영화가 끝날 때마다 그 길에 젊은 사람들이 쏟아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가 그 일부였기 때문이다.

 그 때 미쉘양은 나에게 말했다.

처음엔 긴가민가해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게 되지만, 별로라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기분이 좋아져요. 그럴수록 확신이 더 굳어지니 이상하지 않아요? 이것이야말로 진짜 내 것이다. 그런 느낌이 들어요. 내가 너무 좋아하는 바로 거기에서 내가 있을 자리가 열리는 거예요.



 나와 미쉘양은 그 위치에 대해서 회의적인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행복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말에 반박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로 영악했다. 그 사람들이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다면 쓸 데 없이 에너지만 소모되기 때문이다.
 가게 주변을 기웃거리던 동네 어르신들은 노출된 천장을 보더니 공사가 덜 끝난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하기도 했다. 이런 데서 카페를 하면 육 개월 안에 망한다고 악담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커피가게는 성공을 거두었다. 영화가 끝날 때마다 가게 안으로 젊은 커플들이 쏟아져 들어왔고, 블로그를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은 가게 밖에서 자리가 나기를 기다렸다.




 어제 윤 건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때 내가 왜 인생에서 첫 성공을 했는지 알게 되었다. 내가 한 일이라곤 젊은 미쉘양의 욕망을 그대로 따랐던 것뿐이었다.

 재작년 나는 커피가게를 하면서 알게된 친구-그 때는 대학생이었지만 지금 어엿한 직장인이다-가 밴드하는 친구를 소개시켜줘서 저녁식사를 같이 적이 있었다. 그 친구는 이더리움에 대해서 내가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면서 눈을 빛냈다. 무엇이 그에게 저런 열정을 가져다줬을까.
 너무 궁금했다. 그 질문을 놓치지 않았기 때문에 제네시스 마이닝의 채굴권도 사고 암호화폐에 투자를 하는 동시에 스티밋에 글까지 쓰게된 것이다. 지금도 나는 한 젊은 영혼이 나타나 눈에서 빛을 내며 얘기하면 귀를 활짝 연다. 그 혹은 그녀의 말은 늘 옳으므로.







투자에세이


내가 스팀을 산 4가지 이유
당신의 돈이 맞나요?
우산없이 폭풍우에서 젖는것처럼 돈버는 시기가 있다
시간은 행복한 사람의 편
초심자의 행운
당신은 아침에 신나야한다
생각한 것을 만나는 시간
날씨는 예측이 가능할까
다음 기차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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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깨어 있는 청춘들이 세상에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ㅎㅎ
이 글을 읽고 또 작은 용기가 솟아났어요..!!

경아님도 깨어있는 청춘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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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할 거리가 많은 글이네요. 나 자신에게 "나를 얼마나 우기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그렇군요 자신에게도 그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대부분 성공한 사람은 젊을 때 성공을 하는 것 같습니다. 크게 잃을 것이 없으며 안전보다는 큰 성공을 꿈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많이 생각하게 하는 글 감사합니다!

마음이 젊고 열려있다면 나이는 큰 문제가 안될 것 같기도 해요:)

한 젊음이 새로운 것을 세상에 내놓고, 그것이 좋다고 고집을 부린다면 잘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 업계에서 아무리 베테랑이라는 사람도 한 젊음이 지금 이 순간 좋아하는 것이 미래에 얼마나 가치가 있을 것인지, 그 진가를 알아낼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투자 대가들의 예측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과거에 성공했던 사람들일 뿐이다.

정말정말 공감합니다. 오늘은 정말 반성하느라 바쁘네요 :)

vixima7님처럼 자기검증 능력이 뛰어나신 분이 반성이라뇨:)

꿋꿋히 길을 가는 것, 기로에 선 요즘인데 잘 읽고 갑니다^^

라이팅님 응원할게요:)

ㅈㅓ는 그래서 뭔가 작업을 구상하거나 시작하려고 할 때 무조건 응원의 말만 듣습니다. 냉철한 비판, 이성적 조언 그런거 말구요 ㅎ

시작할 땐 정말 지지와 격려가 힘이 되죠:) 저도 비판의 말은 무조건 피하고 하고 싶은 건 밀어부친답니다.

전포동의 그 길을 걸으며 고등학교를 보냈고 타지생활을 하다가 오랫만에 찾아갔던 그곳에 놀랐던 기억이 있네요. 우기는 젊음이라.. 좋은글감사합니다

전포동에서 학창시절을 보내셨다니 반갑습니다:) 10년 사이에 정말 많이 변한 곳이죠.

저의집 셋째 이야기 읽는 것 같아요

https://steemit.com/kr/@sunghaw/3

아드님의 말이 맞아요. 무언가 새로 시작하기에 최적의 나이는 지금이죠. 이해심 많은 엄마때문에 행복할 것 같아요:)

아래 포스팅에 댓글을 봐 주실래요?

사람들이 안된다는 말을 할수록 블루오션이라는 증거가 될 수도 있죠! ㅎㅎㅎ

낭만님 그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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