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편 - 종이 눈꽃을 오리는 시간처럼

in #kr-pe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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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눈꽃을 오리는 시간







@kyunga님의 [대림미술관 전시, Paper, Present] - 종이로 만들어진 마스터피스 를 홀린듯이 보다가 문득 커피가게를 할 때 크리스마스 장식을 A4지와 무명실로 해결했던 기억이 났다. 기성품으로 나온 크리스마스 장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무엇보다 퀄리티 대비 가격이 비싸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와 미쉘양은 손님이 없는 오전에 바에 나란히 앉아 가위질을 했다. A4지를 두 세 번 접은 다음 모서리를 이지 저리 자른다. 종이의 끝을 살짝 펼치면 가위질 결과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나는 가위질의 패턴에 따른 결과의 데이터가 없었으므로 우연의 영역에서 이 과정을 꽤나 즐겼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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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 전체를 채울 눈꽃을 만드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한 장 한 장 눈꽃이 완성되어갈 때도 즐거움이 컸는데, 막상 천장에 수많은 눈꽃을 매달았더니 한 순간에 다른 공간으로 이동한 기분이 들 정도로 가게가 낯설어졌다. 그 때 치른 비용이라고 해봤자 만원도 되지 않는다.

무명실 2000원
A4지 6000원


 그렇다면 눈꽃을 만드는 과정에서 내가 소비했던 시간은 어떻게 계산해야 할까. 사흘의 시간이 재미가 없었으면 비용으로 처리해야겠지만 우린 다시 유치원생이라도 된 것처럼 충분히 즐겼으므로 오히려 내가 비용을 지불해도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앞으로 이런 인생을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분명히 일을 하는 것 같은데, 너무 재미있어서 돈을 내고 싶은 기분. 요즘 그런 기분을 스티밋에 글을 쓰면서 다시 맛보는 것 같다.





생각의 단편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도착을 더듬으며
춤추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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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정말 예쁘게 오리셨네요~ 다 만들고 걸어놓으셨을때 뿌듯함이 느껴지네요..

돈 얼마 들이지 않아도, 굳이 멀리 나가거나 시간을 내지 않아도 나를 충분히 즐겁게하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참 많아요. 그런데, 왜 그러고 살지 못했나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게 뭐든 행복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면서 살고 싶네요. ;)

앞으로 꼭 그러실 수 있어요:) 응원합니다!

찬란하게 반짝이는 것 같아요. 멋져요~~

5월의 크리스마스같네요..!

저도 전시 다녀오고 나서 가위질을 좀 해보고 싶더라구요ㅎ 직접만든 크리스마스 장식 예뻐요..!! 쏘 로맨틱!

경아님 영감을 주셔서 감사해요:) 서울 갈 때 전시를 꼭 보려구요.

보얀님은 재주가 참 많으신 것 같아요. 글도 잘 쓰고 주식도 잘하고 손재주도 있고!!! 이래저래 부럽습니다!!!

fenrir님 금손 친구따라 흉내만 내봤어요:) 감사합니다!

제 눈에 참 근사해 보여요
그 시간의 행복감까지라면 더 근사했겠죠


반야님께선 스팀잇을 즐기고 계시는군요
부럽네요 저는 아직 적응이 멀었어요

지나고 나서 보니 과거가 행복하게만 느껴지네요.
성화님 스티밋에 적응도 잘하시고 즐기고 계신 것 같아요. 전 밋업도 아직 경험이 없어요:)

기성품보다 훨씬 느낌이 좋은데요?! 금손이셨군요... ㅎㅎㅎ

낭만님 사실은 제 친구가 금손이예요. 전 가까스로 흉내만 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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