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지난 주말, 와이프의 첫 사랑 요키 노견을 보내고

in #kr-pet5 years ago

제 와이프의 집, 그러니까 장모님이 계신 처가에는 강아지 세 마리가 있었습니다.

두 마리는 모자 지간인 말티즈, 그리고 한 마리는 지난 12월 1일 무지개 다리를 건넌 요키.

요키는 지난 2003년, 와이프가 아직 20대 초반이던 때 장인 어른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작은 아버님 댁을 통해서 입양되어 왔습니다.


갓태어나자마자 와이프에게 온 그 녀석은 외동딸이었던 와이프에게 친구이자 아빠이자 동생 노릇을 해주었다고 합니다.

아버님이 떠나시고 나서 하루하루 눈물을 흘리던 와이프 옆에 항상 먼저 다가와서 아무 말 없이 지켜주고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하네요.

미남이셨던 아버님 얼굴을 쏙 빼닮고 기침소리 그리고 성격까지 닮아서 더 정이 갔다고 합니다.


누구보다 잘생기고 근육질에 항상 웃는 얼굴이었던 녀석은 약 3년전부터 조금씩 건강이 나빠지더니 올해 들어서는 절뚝 거리는 빈도가 늘어났고 저희 아들이 생후 100일 넘겨서 처음 만남을 가지고 난뒤부터 마치 무지개 다리를 건너기 위한 준비라도 하는 것처럼 누워있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리고 지난 11월 30일, 와이프가 느낌이 이상해서 친정에 가보니 말티즈 두 마리는 안절부절해하고 있고, 요키는 자기 집에 누워서 피를 토하며 간신히 눈만 뜨고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도 암이나 큰 병이 있는 건 아니지만 더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 그저 기다리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평소에 힘도 쎄서 목욕 시키려고 하면 발버둥 쳐서 와이프나 장모님이 늘 고생이었는데, 피와 변으로 범벅된 몸을 씻기려고 하자 이미 근육과 살이 다 빠진 앙상한 몸으로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평생 함께한 누나가 마지막으로 씻겨주는게 좋았는지 미소를 띄며 가만히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퇴근한 저와 밤늦게 귀가하신 장모님을 보자 힘겹고 짧게 울던 요키... 와이프와 저는 밤새 옆에 있고 싶었지만 아직 어린 아들의 피로도와 수면 시간을 생각해서 어렵사리 발걸음을 돌려 집에 귀가했고... 자정을 넘겨 자기가 태어났던 12월이 되자마자 요키는 그렇게 15년의 생을 마감했습니다.


저희가 가기 전에 눈 뜰 힘조차 없었으면서 흐느끼며 울던게... '아마 누나 가지 말라고' 라고 들렸다던 와이프는 그게 더 너무 마음이 아팠다고 합니다. 마지막도 함께 해주지 못해서 더더욱.

서로에게 첫 사랑이고 가장 친한 친구였는데, 어린 말티즈가 집에 들어오고 자식까지 낳으면서 사랑을 전처럼 다 주지 못하고 또 결혼해서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더 많은 시간을 그리고 따뜻하게 함께 해주지 못한게 마음에 걸려 매일 밤 눈물로 밤을 보내고 있네요...


저는 반려동물을 결혼 전에 직접 키워본 경험이 없어서 왕래가 잦은 장모님 댁 강아지들과 놀고 가끔 집에 데려오는게 전부였지만 와이프가 요키와 보냈던 시간과 스토리를 모두 알고 있고, 아픈 와중에도 생후 100일이 갓 지난 조카(저희 아들) 보겠다고 힘겹게 삶을 스스로 버텨내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려 화장을 하고 납골당에 혼자 두고 오던 내내 같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관련 지난 글 - 링크]


와이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와서 (마치 아버님이 다시 돌아온 것처럼) 자기를 지켜주더니 이제 결혼도 하고 아들도 낳아 삶이 안정적으로 되어가니까 가버렸다고... 자기가 이렇게 자리잡고 커가는거 다 보고 나니까 스스로 간 것 같다고.

부디 무지개 다리 넘어에서는 아프지도 말고 마음껏 뛰어놀고 맛있는거 많이 먹으며 잘 지내고 있길 바라며, 이번주에는 생전에 좋아했던 고기 간식과 사용했던 산책줄을 갖고 납골당에 가보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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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 무지개 다리를 넘어선
아프지 않고 행복하게 지낼꺼에요... ㅠㅠ
위로합니다..ㅠㅠ

꼭 그렇게 지내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ㅠㅠ
거기서 좋아하는거 많이 먹고 즐겁게 놀고 있으면 언젠가 다시 만나겠죠..ㅠㅠ

얼마나 큼 힘이 됐을지 알거 같네요
편안한 곳에서 웃으며 잘 지내고 있을거에요^^

와이프에겐 정말 반려견 그 이상이었다고 하네요...^^ 잘 지내고 있길 바랄 뿐입니다 :)

좋은 주인만나서 행복하게 살다 갔네요. 정말 아버님 대신 지켜준 것 같아서 찡하네요.

정말 아버님이 본인 딸 지켜주러 요키를 보내셨나 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감사합니다.

어려울때 항상 옆에 묵묵히 있어주었던 오랜친구를
떠나보내셨네요..저도 그런친구가 곁에 있었기에 와이프님 마음을 알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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