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빌딩 유리창닦이의 편지

in #kr-poem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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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해가 뜨고
아침엔 해가 집니다.
해가 지는 아침에
유리산을 오르며
나는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산 아래 계곡에
햇살이 퍼지는 광경을.
해가 뜨는 저녁엔
유리산을 내려오며
나는 또 바라봅니다.
깊고 깊은 저 아래 계곡에
해가 지고 석양에 물든
소녀가 붉은 얼굴을
쳐드는 것을.
이윽고 두 개의 밤이 오면
나는 한 마리 풍뎅이가 됩니다.
그리곤 당신들의 유리창문에 달라붙었다가
그 창문을 열고
들어가려 합니다.
창문을 열면 창문, 다시 열면
창문, 창문, 창문 ……
창문
밤새도록 창문을 여닫지만
창문만 있고 방 한 칸 없는 사람들이
산 아래 계곡엔 가득 잠들어 있습니다.
밤새도록 닦아도 닦이지 않는 창문.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창문, 두드리면 두드릴수록 두꺼워지는
큰골의 잠, 나는 늘 창문을 닦으며 삽니다.
저녁엔 해가 뜨고
아침엔 해가 지는 곳,
그 높은 곳에서 나는 당신들의 창문을 닦으며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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