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kr-poem5 years ago

안개 자욱한 이른 새벽
채 눈이 뜨이기도 전에 손이 왔다
손은 수염이 검숭검숭
눈만 날카롭게 살아 있어
아 쫓기어 다니는
민주주의 애국자
우리 아버지와 같은 사람들
주섬주섬 옷고름을 여미고
부엌으로 나갔다
초라한 끼니를 끓여 보자
석화 사란 소리를 살봇이 불렀다
―― 한 그릇 사십오 원
알주먹 십 원어치 흥정은
생각조차 말어야 할 것을 ――
소금물 같은 간장과
시늉만 한 깍두기가
왼통 차지해 버리는 상을 바쳐
뜨거운 밥만 내보았다.
손은 유독히 달게 먹었다
손은 무슨 일에 뻗쳤음인지
그만 취한 듯 곤히 잠들어 버린다.
검숭검숭한 수염
무거웁게 울려 나오는 숨소리
그러나 참히 맑은 얼굴
누구네가 잘살게 되기에
저렇게도 고생들 하는 건가
한시도 잊을 수 없는
근로 인민이란 네 글자가
눈앞에 커―다란 나래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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