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시 사십분쯤이었나

in #kr-poem5 years ago

열두시 사십분쯤이었나
길어진 비행탓에 움츠러든 몸을 피고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글쎄,
별이 내 바로 옆에 있는거야
그것도 아주 많이
꼭 별들이 나를 지켜보는 느낌이었어
그들의 세계에 낯선 침략자가 된 기분
별들은 생각만큼 뚜렷하지 않았어
되려 멀리서 보았던 그 모습이 더 또렷하고 형체가 잡혀져 있었다고 해야하나
내가 보고 있는게 별이라는 확신이 들기보단 그냥 느껴졌어 아 바로 여기 존재하고있구나
눈을 돌려 날개 옆쪽을 바라보니 세상의 끝자락이, 아래를 바라보니 지금 우리는 어떠한 불빛도 보이지 않는 중국의 어느 초록더미를 지나가는 중이었어 지금 바로 여기서 낙하하고 싶은 기분이었달까
누군가 날 기다릴 것 같았어 갖춰입지 않은 옷에 나무꼬챙이를 손에 꼭 쥐고,
참! 지금 나는 9144m위에 쯤에서 달리고 있어 평소보다 8984m정도 높은 곳에서 지내는 중이지 벌써 4시간 38분째야
그리고 기쁜소식이 있어! 여기는 -39도래
창문을 열고 달릴수만 있다면 좋을텐데
흰색 아반떼를 타고 검정색버튼을 똑딱거리던 그때처럼 말야
너도 알지? 나는 참 추운 걸 좋아하잖아
오들오들 떨리는 따뜻한 겨울을!
초록지대를 벗어났나 봐
드문드문 불빛들이 보여
고개를 조금만 돌리면 보이는 노오란달은
여전히 우리뒤에 잘 붙어서 따라오는 중이야
이곳에 와서야 새삼 느끼네
너는 이렇게나 밝은 존재였다는 걸
앞사람이 전등의 불을 껐어
내 동료는 방금 막 일어났네
이제 하늘을 좀 더 구경할까 해
지금 여기는 779km/h
3시간 후에 다시 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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