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12오늘의 서울시] 노량진시장 분쟁의 관전법

in #kr-politics6 years ago (edited)

[오늘의 서울시] 서울시, 정부 무책임에 상인들만 갈등에 내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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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부터 노량진수산시장이 들썩인다. 수협 측에서 강제집행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하게는 수협 측의 요청으로 법원의 강제집행관의 집행이 시도되고 있다. 벌써 3년이 넘게 반복되는 일이다. 맥락을 알고 기사를 쓰는 언론도 있지만 대부분의 언론이 피상적인 갈등이나 쟁점만 다루다 보니 노량진시장의 상인들에 겪는 어려움 대신 그동안 노량진시장에서 겪은 불쾌함을 토로하면서 ‘집단 이기주의’처럼 보는 시각이 발견된다.

당신이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의 입장을 이해하든 ‘나에게 원산지와 무게를 속여 판’ 상인들을 저주하든 간에 이 내용들은 봐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2015년 총연합회라는 상인조직이 만들어질 때부터 작년 상반기까지 상인회 자문위원으로 함께 했고 그 사이 국회의원 후보 초청 토론회, 서울시민 5000명의 서명을 받아 개최한 시민공청회 등을 함께 만들고 발표도 했었던 경험이 있다.

(1) 서울시의 무책임

노량진수산시장은 그냥 도매시장이 아니다. <농수산물가격안정법>에 의해 소비자에게 농수산물을 안전하고 저렴하게 공급하기 위해 설치된 중앙도매시장이다. 그리고 주요 광역마다 지정된 중앙도매시장의 관리 책임기관으로 시장관리자가 지정되어 있는데 하나같이 광역지방정부들이다.

노량진수산시장 역시 중앙도매시장으로 시장관리자는 서울시다. 그래서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 도매인들에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껏 서울시가 시장관리자로서의 역할을 한 적이 없다. 법에 따르면 시장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상인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하고 관리회사를 선정한 후 그 회사의 운영 전반을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다. 슬프게도 서울시는 지금껏 시장관리자로서 법적 책임을 다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2) 임시관리자로서 수협

현재 노량진수산시장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수협은 사실 시장을 임시로 떠맡은 것이다. 1998년에 정부에서 공기업 민영화 방안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공기업이었던 농수산물유통공사가 민영화 대상이 된다. 이 공사가 관리했던 노량진시장도 민영화 대상이었다. 하지만 2001년 쯤 법상 중앙도매시장인 노량진시장을 매각할 수 없게 되자 이를 떼어 내 수협에 맡겨 둔다. 이건 정부가 한 것이 아니라 당시 민영화 과정을 심의한 국회가 임의적으로 진행한 것이다.

수협은 당시 매입 금액이 있었으므로 매수라고 하지만 우선 매각이었다면 구태여 수협에 헐값으로 넘길리가 없고 통상의 매각 절차가 아니라 국회에서의 조정 자체가 법 위반이 된다. 따라서 그 전 해에 정부의 정책자금 1조원 넘게 받아간 수협이 울며겨자먹기로 임시 관리자로 지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농수산물가격안정법>엔 수협이 중앙도매시장 시장관리자가 될 방법이 없다. 매각이었다면 당시 국회에서 법 개정도 병행했을 것이다. 따라서 수협은 노량진시장의 주인이 아니다.

(3) 신시장건물의 가치

그래도 사람들은 말한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어쩌냐고. 하지만 생각해보자. 시장 상인들이 이념을 따라 움직일 것 같은가. 아니다. 정말 타산적이다. 이미 개장한 지 3년이 된 신시장이 좀 더 장사가 잘된다면 나같은 사람이 백날 붙잡아봐야 남지 않는다.

수협 측에서 자신이 있다면 지난 3년의 경영실적을 내놓으면 된다. 중앙도매시장 답게 가격 안정에 어떤 기여를 했고 상인들에게도 약속했던 것처럼 장사가 잘 되었는지를 밝히면 되는 것이다. 적어도 구시장에 남아 있는 것보다 장점이 있다면 이전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상인들은 이념적 사람들이 아니다.

현재 수협이 무리를 하고 서울시가 방치하고 있는 배경엔 여의도를 마주하고 있는 전통시장의 부지가 ‘미개발 부지’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은 대형마트니 뭐니가 있으니 중앙도매시장 기능이 불필요하다 보고 있을 수 있다. 그러면 그 이야기를 꺼내야 한다. 그건 시나 수협이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벌어지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갈등은 적어도 위의 3가지 항목을 전제로 이야기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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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은택 이야기는 어느새인가 사라졌더군요 ..

맞아요. ㅎㅎ 워낙 수협 회장 김임권씨가 대단한 양반이라... 사위 집 사준 것으로 조사를 받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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