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제일07 / poetic] 나를 많이 보고 싶어해요

멀리있는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어렸을 때 친하게 지내던 조금은 엉뚱한 친구예요.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 학교 다닐때 멍하니 창밖을 보는 일이 많았어요.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에는 뭐에 홀린 사람처럼 늘 교실 밖으로 뛰쳐 나가던 친구였어요.

그 친구의 시간과 공간은 늘 텅 비어 있었어요. 단지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필요한 시간만 채워서 쓰는 친구였죠. 덕분에 학교 생활은 엉망이었어요. 규율과 규범을 자기 마음대로 어기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요. 그래서인지 평생 자유를 갈구하며 살더군요. 그 어떤 제도에도 얽매이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고기를 구웠더군요. 내가 온다고. 통나무 삼겹살이라고 하던데, 통나무집에 사니 삼겹을 구우면 그냥 통나무 삼겹살이 된다고 해요. 그래서 어떤 고기든 자기 집에서 구우면 어지간한 음식점 고기보다 맛있어 진다고 하더군요.

환하게 웃으며 고기를 굽는데 문득 어린 시절 멍하니 창밖을 보던 허무한 모습이 스쳤어요. 말수가 적고 웃음이 없고 얼굴은 무표정한 모습이었는데, 그 친구 왠지 모를 우수를 지녔었어요.

내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해요. 요즘 들어서. 잊고 싶은데 잊혀지지 않는 기억들이 많아 머리가 너무 복잡하데요. 혼자라는 사실이 혼자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고 해요. 혼자만의 삶에 익숙해진 이후로 원래 혼자인 것처럼 느껴진다구요.

어머님이 밀음식을 좋아하셨는데 밀음식을 먹을때면 돌아가신 어머님 생각이 많이 난데요. 혼자있는데 어머님이 생각나는 걸 보니 스스로 강한 사람은 못된다고 쓴웃음을 짓더군요. 이제는 혼자라는게 익숙해질 때도 됐는데 그렇지가 않데요.

술 한 잔 같이 했어요. 통나무 집에서 통나무 삼겹살 비슷한 걸 구워 먹으면서.

그 친구, 요즘 들어 나를 많이 보고 싶어해요.

...

농담
-이문재

문득 아름다운 것과 마주쳤을 때
지금 곁에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면 그대는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그윽한 풍경이나
제대로 맛을 낸 음식 앞에서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 사람은 정말 강하거나
아니면 진짜 외로운 사람이다

종소리를 더 멀리 내보내기 위하여
종은 더 아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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