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난 로보트 같았는데, 이제 꽤 잘한다. - 춤 동호회에 2년 넘게 참석하면서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동호회에서 어려움 춤을 처음 연습하는데, 금방 적응해 사람들한테 칭찬을 받았다. 고장난 로보트처럼 우왕좌왕했던 모습에 비해 많이 발전한 나 자신이 기특하다. 사실 꽤 잘하는 편에 속한다.

매주 화요일 참석하는 만다라치유춤 동호회는 심리상담사 대상 지도자 양성과정인데, 나는 일반인이지만 운좋게 같이 하고 있다. 주로 유럽 포크댄스를 추는데, 인지능력,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 자아성찰 등 여러모로 도움이 된다. 그래서 단순히 즐거운 것에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잘 출까? 내가 하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하는 것을 다른 동호회보다 중요시한다.

프로그램을 이끌어주시는 교수님이 '영특해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2년 넘게 참여하면서 내가 스스로 똑똑해졌다는 것을 느낀다. 칠판에 그려진 어떤 도형을 땅바닥에 투사시켜 내 발로 실현시킨다. 머리가 전체적인 상을 파악해 몸을 통해 표현하는 것이다. 전체와 구조를 중시하는 게슈탈트 이론을 직접 내가 체험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면서 많은 것을 얻었다. 중간에 잘못 되었을 경우, 문제를 빨리 파악해 고친다. '아~ 이렇게 하면 되는구나'를 희열을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았다. 학창시절 맹목적인 공부와 달리, 성인 때 느끼는 이런 감정은 남달랐다. 파악하는 과정이 좀더 주체적이고 구체적으로 느껴진다고 할까? 일, 야학 자원봉사 수업 등 많은 일에 도움이 되었다.

덕분에 성격도 많이 느긋해진 듯 하다. 원을 그리고 제자리에 서는 동작을 12박자만에 해야하는데, 난 8박자만에 하곤 했다.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혼란을 주고, 춤을 잘 즐기지 못하는 것이라 생각해
좀더 서서히 하려고 노력 중이다. 음악을 주의깊게 들으면서 리듬에 맞추어 몸을 움직인다.

다른 사람들이 내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냥 객관적으로 같이 공유할 때도 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들으면서, 장단점을 살리는데 도움이 되는 과정이다.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 나를 효율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어렸을 때 좋아하고 잘 하는 것만 해서 예체능을 정말 싫어했다. 음악가창시험은 아예 가사를 외우지도 본 적도 있었을 정도이다. 그냥 내 번호가 불려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봐야하는 과목들이다. 스스로 하면서 깨달음과 발전을 느끼지 못했다. 머리는 좋은 편이어서 조금만 노력하면 점수를 잘 맞았고, 반복을 무척 싫어했다.

하지만 커서 만다라치유춤 동호회에서 같은 춤을 반복해서 추면서 좀더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똑같은 춤을 하면서 미세한 감정변화를 즐기고, 잘 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노력하면서 나는 좀더 발전하고 있다.

이전에는 연습을 그냥 무식하게 양을 채워야하는 것이라 막연히 생각했다. 절대적인 양도 중요하지만, 나의 주체적 노력과 주변의 피드백의 중요성을 느낀다.

조만간 초등학교 5학년 때 배웠던 피아노를 다시 배우고 싶다. 어릴 때는 억지로 꾸역꾸역 다니면서 '역시 나는 음악에 소질이 없어'라며 건반을 두드렸다. 이제 주체적인 인간이 되어 연습을 하면, 좀더 잘 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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