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오마주 - "뉴비도 큐레이팅합니다!"

in #kr-writing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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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블로 피카소, "화가와 바느질하는 모델"

프로젝트 오마주(Project Hommage)의 기본계획입니다. 프로젝트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고 그럴 수도 없습니다. 저는 겨우 지난달 스팀잇에 진입한 뉴비, 즉 '스린이'니까요. 파워도 달러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조금 더 낯설고 생경한 시각으로 이것저것 남의 게시물 뒤적거리는 시간이 많기 때문입니다. 발견의 기회가 많이 있다는 것이지요. 시간이 지나도 이 시각을 유지해 나가는 일이 관건이겠지만 말입니다.

실제로 스팀잇에 들어와서 제일 먼저 한 일은 다른 분들의 글들을 최초의 것까지 거슬러 읽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페이스북을 처음 접했을 때와 동일한 안타까움을 느꼈습니다. 카테고리를 나누어 리스트 형태로 보존할 수 없는 형태의 플랫폼이다보니,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해당 게시물이 관심의 증발에 취약하다는 사실 때문이었습니다. 페이스북이든 스팀잇이든 타임라인이 있고 개인별 페이지가 있습니다. 예전 게시물은 스크롤 따라 저 아래로 쭉쭉 미끄러져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게다가 스팀잇에는 7일의 보상 체계가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콘텐츠 생산을 유도할 수 있는 스팀잇만의 강점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문제들을 야기합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7일 이후에는 오히려 다른 플랫폼에서보다 더 '격렬하게' 관심에서 멀어지기 쉽다는 사실입니다. 보팅이 소용 없으니까요. 보상 시스템이 워낙 탁월한 장치이다보니 그게 판단의 기준이 되어 발생하는 역설입니다.

그래서 뉴비도 큐레이팅합니다! 파워나 인맥 같은 실질적 힘이 없으니 보팅하고 리스팀하는 '스팀잇 고유의 큐레이팅'은 어렵습니다(아시다시피 이건 주로 고래분들의 일입니다). 대신 뉴비이기 때문에 보팅과 리스팀이 아닌 방식으로, 즉 낯선 분들의 낯선 시간을 헤매서 좋은 글들을 읽고 끄집어 내어 리뷰하고 다시 쓰는 방식으로 큐레이팅 하려 합니다. 저에게는 대부분의 글들이 아직 스팀잇에 있기 전의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 방식이 실제로 고래분들의 큐레이팅처럼 도움이 될 가능성은 낮으니(...) 큐레이팅 대신 선택한 이름이 바로 '프로젝트 오마주'입니다(이름만 보면 더 거창해졌네요). 아시다시피 오마주(hommage)는 프랑스어로 존경, 경의를 뜻합니다. 영화감독은 존경의 표시로 선배 감독의 작품에서 주요 대사와 장면을 인용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저 또한 존경의 의미에서 다른 스티미언 분의 과거 생각과 감정들을 인용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이런 글은 다시 언급되어야 한다'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까닭입니다. 물론 저에게 그런 가치를 판단할 공인된 자격이나 소양이 있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러한 만용 또한 뉴비의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다시 한번, 뉴비도 큐레이팅합니다! 아니, 오마주합니다!

하지만 오마주는 리스팀과는 다르며 또한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배의 작품을 오마주한다 해서 그게 선배의 작품은 아니듯이 말입니다. 기본적으로 오마주하는 사람 본인의 작품이어야 합니다. 같은 장면을 다르게 읽어낼 줄 알아야 하고, 심지어 주제의 측면에서 대결할 수도 있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후배'의 창문을 통해 '선배'를 현재의 시각에서 제대로 바라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프로젝트 오마주는 본질적으로 다른 스티미언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스티미언으로서 저 자신의 생각과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한 게걸스런 작업입니다. 이것이 '큐레이팅'이라는 단어를 포기한 두 번째 이유입니다. 그렇지만 태중에서 어머니의 피와 영양분을 착취하다 살을 찢고 나온 아이라도 자신의 어머니에게 감사하고 경의를 표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프로젝트'이고 '오마주'입니다. 극히 단순화하여 다른 사람들의 저술을 활용하고 인용하며 페이퍼를 쓴다고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일개 뉴비가 진행하는 일이니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 스팀잇에 대한 영향력으로 따져본다면 '일'이라 하기도 민망합니다. 다른 사람의 명성도를 빌리는 일로 비추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럼에도 기준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되어 다음처럼 정해보았습니다.

첫째. 대상은 현재시점 기준 최소 한 달 전의 글일 것
둘째. 해당 글에 대한 과거의 호응도나 작성자의 인지도를 기준으로 삼지 않을 것
셋째. 해당 글을 어설프게 소개, 요약, 추천하지 말 것
넷째. 작성자에게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허락을 받을 것
다섯째. 오마주라는 점에 유의하여 자아과잉을 경계할 것

그리하여 첫 번째 오마주를 준비중입니다. 타겟(?)은 @sleeprince (a.k.a. 왕자님) 님의 작품입니다. 빈곤 포르노(Poverty Porn)에 관한 깊고도 명쾌한 글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감사하게도 흔쾌히 오마주를 허락해 주셨습니다. 미리 또는 다시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는 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를 싫어하는가

감사합니다.

P.S.
"프로젝트 오마주"는 제 두 번째 기획물입니다. 현재 "군대 연작" 또한 병행하고 있습니다. "군대 연작"은 올해 안에 마치는 것이 목표이며 "프로젝트 오마주"는 스팀잇에 있는 한 지속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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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글이 @kittypunk님의 프로젝트 오마주에서 다루는 첫 글이 되어 영광입니다.

부족한 글이 될 게 뻔한 실험에다 첫 글인데도 선뜻 허락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리뷰형식의 큐레이팅이라. 신선합니다!!

감사합니다 :)
포맷은 쓰면서 잡아가야 하겠지요. 큐레이팅이 처음이라..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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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도 큐레이팅을 합니다.!!

기대됩니다. 좋은 글 많이 소개해주셨으면 좋겠네요...
(너무 날로 먹을라고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1초정도 했다가... 날로 먹는게 맞으므로.... 넘어가는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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