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

in #kr-youth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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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경린 - 이마를 비추는 발목을 물들이는 **

나애와 희도의 이야기.

서로에게 겹쳐질 수밖에 없었다는 그들의 시간엔 얼마큼의 틈이 있었다.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고 믿)는, 어디로든 각자 갈 수 있(다고 믿)는 그런 틈.

그건 그들 스스로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들에게 얽혀 있는 또다른 이들 때문이기도 했다.

둘이 오롯이 함께 할 수 있으면 제일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이만큼이라도 항상 함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엔 그만큼도 누군가를 이해하고 품을 수 있는 사람이, 꽤 드무니까.


나애와 엄마의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자꾸만 고개를 들어야 했고 숨을 내쉬어야 했다.

너무나 이해되는 나애의 말과 마음.

그리고 너무나 익숙한 엄마의 말들.

이제 시간이 제법 지나가 무뎌졌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생살을 찔리는 것처럼 따가웠다.

나애와 엄마는 나름대로 접점을 찾았고, 아마 이들의 나중은 괜찮을 것 같다.

나와 엄마는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고, 아마 이만큼의 거리를 가지고 나중을 마주하게 될 것 같다.

조금 슬프지만 이게 최선이라면, 그걸 품어야겠지 생각한다.


많은 것들이 떠오르는 책이었다.

아프고 좋은, 아프거나 슬픈, 아프며 아린, 많은 것들이 문장마다 책장마다 스쳐갔고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어떤 일들은 잠들었다 깨고나면 아무것도 아니구나 싶어진다.

그런 일들이 그렇지 않은 일보다 삶에 조금 더, 남겨지면 좋겠다.

덧. 책 속에 나오는 뱀 이야기도 참 아름답고 좋았다.

오늘의 밑줄
p96
산다는 건 계속해서 동작을 바꾸며 적절한 균형을 잡는 일이다. 상황은 이내 바뀌고, 또다시 동작을 바꾸고 또다른 균형을 잡는다. 나무처럼, 뿌리에서 줄기 끝까지 바람에 대한 반응의 무늬를 제 몸에 새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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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균형은 경험에서 오는건지도 모르겠네요. 리스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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