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9] 음악의 공간감이란 무엇일까? - 패닝 < King Crimson >

in #kr6 years ago (edited)
  • 이번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는 음악의 공간감에 대한 이야기기 때문에 이어폰으로 들어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 이번 제 글에 틀린 설명을 @musiciankiyu님께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musiciankiyu님의 설명으로 일부 수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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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입니다. 오늘은 킹 크림슨(King Crimson)의 음악을 통해 음악의 음향적인 부분을 함께 볼까 합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피커는 두 통이고, 이어폰도 두 쪽입니다. 그 이유는 뭘까요? 그건 우리 귀가 두 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음악은 대개 스테레오(Stereo)로 만들어집니다.

스테레오는 스피커의 대칭 구성을 통해서 둘 이상의 독립 음향 채널을 사용하는 음향 재생 방식입니다.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스테레오가 어떤 것인지 쉽게 와닿지 않을 것 같아요. 조금 더 쉽게 풀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양쪽이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 것

스테레오와 반대 개념인 모노(Mono)는 L(Left), R(Right)이 서로 같은 소리가 나는 것입니다. L, R에서 서로 다른 소리가 나는 것이 바로 스테레오입니다. 스테레오는 2개의 스피커를 통해 공간감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소리를 조금 더 실감 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나의 곡이 (유통 가능하게) 만들어지는 과정은 작곡 - 편곡 - 녹음 - 믹싱(Mixing) - 마스터링(Mastering)입니다. 작곡-편곡-녹음에 비해 믹싱과 마스터링은 생소하게 느껴질 듯 합니다. 오늘은 믹싱에 관한 내용만 짧게 다뤄보려 해요.

믹싱은 광범위한 분야라 간단하게 정리할 순 없지만, 쉽게 설명해보자면 녹음으로 받은 음원 트랙들을 정리하고 다듬는 모든 일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버브(Reverb)를 입히는 것부터, 악기의 크고 작은 볼륨을 조절하는 일, 또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오토튠(Auto-Tune) 작업도 믹싱에서 일어납니다.

이 곡을 스테레오로 만들지, 모노로 만들지는 녹음 전에 정해 녹음 시 알맞게 수음을 해야겠지만, 본격적으로 공간을 구상하면서 악기 위치를 정하는 과정은 믹싱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보통 악기를 녹음할 때 드럼, 베이스, 보컬은 모노 트랙으로 녹음을 받습니다. 그리고 모노로 받은 소리를 양 옆으로 나누어 가운데서 소리가 나는 것처럼 만들어주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기타와 같은 악기는 똑같은 연주를 두 번 녹음 받기도 합니다. 거의 비슷한 형태의 연주이지만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어쩔 수 없이 연주가 조금은 다르겠지요. 그 다른 소리를 양 쪽으로 나누어 조금 더 풍성한 소리를 만들어냅니다. 저희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실제 음악에서는 이런 식의 공간감을 주기위한 효과들을 곡에서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믹싱 중 패닝(Panning)이라는 작업이 있습니다. 녹음된 각 트랙(쉽게 말해 악기들)을 좌-우로 옮기며 균형을 맞추는 작업입니다. 패닝이 잘못되면 소리가 겹쳐 들리거나, 지저분하게 들리게 됩니다. 음악의 위상을 만드는 작업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음악의 위상을 결정 짓는 것은 패닝 뿐 아니라 리버브, 딜레이와 같은 음향 이펙터의 영향도 있습니다)


보통 패닝 작업 시에는 실제 악기들이 연주될 무대를 그리면서 악기 위치를 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컬, 베이스, 기타, 피아노로 구성된 음악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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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의 중요도에 따라 뒤에 있는 악기의 위치가 바뀔 수는 있겠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무대 구성은 이런 형태입니다. 보컬이 앞에 나오고, 뒤에 악기가 있는 형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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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닝이 잘못되면 이렇게 됩니다. 저것이 실제 무대라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전위적이거나 낯설게 느껴지겠죠. 실제 연주를 저런 형태로 하게 되면 악기가 주는 공간감도 좋지 않습니다. 기본적인 무대 악기 배치가 이미 공간감을 고려해 만들어진 것이기에, 패닝으로 악기 위치를 잡을 때는 일반적인 무대 배치를 고려하고, 관객은 정중앙에 있는 걸 기준으로 합니다.


< King Crimson - Moonchild >

이 곡을 이어폰 혹은 좌우 스피커를 통해 악기의 위치에 집중해서 들어보세요.

기타 소리가 왼쪽에서만 나는 게 느껴지시죠? 이 기타는 끝까지 왼쪽에서만 소리가 납니다. 왼쪽 이어폰을 빼면 이 곡의 기타 소리를 들을 수 없어요. (계속 들어보면 곡이 무척 심심하고 허전하게 들릴 거에요)

왼쪽으로만 들어도, 오른쪽으로만 들어도 보컬의 목소리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기타의 소리는 왼쪽으로만 패닝 되어있다면, 보컬의 목소리는 좌우로 알맞게 패닝이 되어있는 것이지요.


< Lou Reed - Perfect Day >

이 곡은 왼쪽만 들어도, 오른쪽만 들어도 악기 소리가 들립니다.

일반적으로 믹싱을 할 때는 왼쪽과 오른쪽에 둘 다 악기 연주를 넣습니다. 그리고 볼륨의 차이를 두거나 음향 이펙터를 겁니다.(스테레오는 L,R의 소리가 다른 것이라고 앞에서 말씀드렸죠?) 피아노가 왼쪽에 있다고 가정하면 왼쪽의 피아노 소리는 크게 믹싱됩니다. 피아노가 왼쪽에 있다고 해서 오른쪽에 있는 관객에게 피아노 소리가 들리지 않는 건 아니므로 오른쪽에도 피아노 소리가 납니다. 하지만 왼쪽보다는 상대적으로 소리가 작겠죠. 그런 사소한 차이에서 스테레오의 공간감이 만들어집니다.


https://www.dailymotion.com/video/x52auvd

< King Crimson - Cadence and Cascade >

(유튜브에 원곡이 없어 데일리모션 영상으로 대체합니다. 들어주세요...)

이 곡도 극단적으로 왼쪽에만 나오는 악기, 오른쪽에만 나오는 악기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모르고 들으면 이어폰 한쪽이 고장 났나? 하고 의심할만 한 인트로입니다.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 자체가 이미 우리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오 사운드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아까 들었던 King Crimson의 노래도 이어폰을 번갈아들었을 때 보컬 소리는 사라지지 않았죠? 이 곡도 그렇습니다. 보컬은 곡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대개 보컬은 중심으로 믹스돼 있습니다. 보컬은 가운데에서(좌우 고르게) 소리가 나는데 기타는 왼쪽에서만 나오는 기형적인 공간감 때문에 저는 이 곡이 좋았어요.

베이스와 드럼도 양쪽에서 소리가 나고 있지만, 기타와 피아노가 100% 양쪽으로 갈려있습니다. 기타는 왼쪽에서만 소리가 나고 피아노는 오른쪽에서만 소리가 나지요.

보컬, 베이스, 드럼이 위치상 중심을 잡아주면서 그 위에 기타와 피아노가 완전히 양옆으로 나뉘어있으니 곡이 더 넓게 펼쳐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듭니다.

저는 이런 믹싱 때문인지 같은 방에 모여 따로 노는 기분이 들었어요. 곡도 급작스럽게 끝나는데요. 모여서 실컷 자기 얘기만 하다 "이제 갈까?" 하고 1분만에 헤어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프로그레시브 락(Progressive Rock)에서는 이렇게 악기를 극단적으로 좌, 우에 배치하는 믹싱이 많습니다. 악기의 연주나 멜로디가 아닌 사운드에만 집중해봐도 아티스트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습니다. 그게 참 즐거운 일인 것 같습니다. 작곡가가 들려주는 쉬운 음악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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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쉽게 잘쓰신 글 잘보았습니다. 조금만 첨언을 하자면 보시는 분들이 오해가 없을 것 같습니다

완성된 노래는 스테레오라는 방식으로 최종 믹스가 되지만, 세부적인 각 악기의 트랙들은 모노와 스테레오가 혼재합니다. 보컬이 가운데서 들리는 것은 환상적인 패닝의 조절이라기 보다는 보컬을 모노로 출력하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스테레오로 최종 믹싱을 한다고 해도 (동영상으로 치면 인코딩) 각 세부 악기의 모노 성격은 없어지지 않습니다. 패닝은 손을 안대는 것이 정설에 속합니다.보컬도 그렇지만 가운데서 들려야 하는 악기들 (베이스,킥드럼,스네어드럼 등)이 모노로 출력됩니다.

들리는 방향은 패닝으로 결정짓지만, 해당 방향에서 어느 정도 멀리서 들리는가는 컴프레셔가 큰 역할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간감과 거리감을 주는 것은 방향표현의 역할인 패닝, 어느정도 멀리서 들리는지의 거리감의 표현은 컴프레셔를 같이 활용합니다. 공간감에서의 역할은 컴프레셔의 역할이 더 크다고 할수 있습니다. 컴프레셔를 활용해 원하는 트랙에서 압축비율을 높이고 어택시간을 짧게함으로써 표현이 가능합니다.

모노로 녹음하여도 양쪽이 서로 다른 소리가 날수 있습니다. 스테레오는 양쪽에서 나오는 모노트랙들의 소리를 양쪽 스피커가 각기 다른 시간차 (Delay)를 주어 나오는 소리일뿐 전신은 모노라고 볼수 있을 것 같네요. 결국은 양쪽 스피커에서 각기 모노의 소리가 나오는 겁니다. 양쪽 스피커에서 같은 소리를 똑같이 플레이하면 볼륨만 높아집니다. 때문에 각각의 소리를 완전 겹치지는 않게 한쪽을 Delay 효과를 주는 겁니다. 그러면 양쪽에서 풍성한 소리가 나오는거죠. 듣는 사람은 시간차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죠. 스테레오는 원래 자연에 없는 소리이기 때문에 이건 특별한 이해가 요구됩니다.

정성스러운 글에 누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제가 나쁜뜻으로 쓴 글은 아니기에 조금만 수정해 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앨범작업에 관심이 많은데 키유님과 나루님의 돈주고도 못 듣는 상세한 설명에 스파업 욕구가 샘솟네요. 두 분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좋은 공부가 됐습니다.^^

Moonchild를 정말 오랜만에 듣습니다. 킹크림슨 노래들은 프로그레시브 락에서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들이 많아요. 중고등학교때 LP판을 많이 모아서 들었지요.


음악이야기를 이해하기 그리 쉬운편은 아닙니다만 음악은 확실히 수학인거 같아요. 공간수학이요. 동양사상에서 12 율려(律呂)를 이렇게 적용했던 것 같습니다. 음양오행에서 목화토금수 5가지는 數도 되고 공간도 되고 등등 만물에 배대시킬 수 있는데 이것이 듣는 이와 음악을 실행하는 연주자간에 동조화가 되면서 치료예술로 승화되기도 하지요. 나루님은 공간예술가 이면서 치료예술가이십니다. 계속 훌륭한 글 응원합니다.

리버브나 딜레이처럼 공간계 이펙터를 좋아해요. 록음악 중에서도 그런 사운드를 잘 구사하는 밴드들을 좋아하는데, 이번 글에서 비단 이펙터뿐만 아니라 믹싱 과정에서의 공간감 구현에 대해 재미있게 공부하는 기분이 들었네요. 감사합니다.

아! 좋은 댓글 정말 감사합니다. 보컬은 모노로 받아 믹스한다는 것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요! 저도 글을 쓰면서 패닝으로만 악기의 위상이 결정되는 것은 아닌데.. 하면서도 패닝 외의 내용을 따로 더하기가 애매해 뭉뚱그려 넘어간 부분이 있습니다. 스스로도 찝찝했던 부분을 잘 정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은 나와있어 저녁에나 수정이 가능하지만 이미 이 댓글만으로도 충분히 보충 설명이 될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감사 인사 드립니다!!

(특히 모노 녹음에 대한 부분은 저도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었는데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동입니다. 따뜻한 반응 감사합니다 ^^

아닙니다:) 좀 더 정리해서 다른 글로 풀어보고 싶기도 하네요.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그러고보면 우리의 공간감을 인지하는 감각 체계가 참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 것 같습니다. 시각에서도 stereography 같은 분야가 있는것을 보면 말이지요. :)

이제보니 시각으로도 공간감을 느낄 수 있겠군요! 최근에 음악으로만(더 정확히는 음향으로) 공간감을 조성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인지 과정은 단순하나, 만들어내는 입장에서는 쉽지 않네요ㅎㅎ

음악 하시는분? ㅎㅎㅎ
작곡하시는 분이니까.
저도 한때 heavy metal 을 엄청 좋아했죠.
친형은 밴드에서 drummer 이었고..
저는 일렉 기타 취미로 계속 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도 어렸을 때 헤비메탈을 무척 좋아했어요. 요즘은 재즈를 많이 듣지만, 마음속에는 락 스피릿이 조금 남아있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예전에 눈감고 헤드폰으로 들으면 공간감이 확 느껴졌던 영상이 생각나네요. 영화 화질이 아무리 좋아도 음질이 안 좋으면 재미가 확 반감되던데 시각적 입체감도 중요하지만 청각적 입체감도 엄청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지요.

영화야말로 음향에 공간감이 좌지우지 되니 더욱 그 효과가 큽니다. 제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가장 큰 이유가 화려한 음향 때문이기도 해요. 빵빵하게 소리가 나올 때 영화 속 쾌감이 극대화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내용들이지만, 쉽게 설명해주셔서 좋습니다. 큰 아이가 작곡을 하고 있어서 열심히 읽었네요 ㅎㅎ

오랜만에 Perfect day 들으니 넘ㅎ 좋습니다.
음악은 알아서 만들어주세요.^^

언급이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이로써 제 얼굴은 본문에 박제가.. ㅋㅋㅋ
어쨌든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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