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줄 알았다.

in #kr6 years ago (edited)

남북정상회담을 실시간 방송으로 보면서 솔직히 아무것도 이루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여태껏 건넸던 평화의 제스쳐를 묵살하고 도리어 공격과 으름장을 놓았던 과거를 돌이켜보며 이번 또한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는 내용이 오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래서 솔직히 말하면 북한에 대해 강경적 입장을 고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왔다. 미국과 구소련의 냉전체제를 떠올리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조금씩 상항이 전복되기를 소망했다. 실제로 북한의 내수경제는 나날이 곤두박질치고 있었고 또 북한에는 암시장이 있었다. 거기엔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많은 물품들과 문화를 소비할 수 있는 드라마, 영화 및 노래들 까지도 음지에서 다양하게 유통되고 판매 된다고 하였다.

언젠가 극빈을 겪고 있는 자신과 이웃들의 생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자각하고 이러한 암시장을 통해 퍼진 새로운 가능성들이 새로운 목소리를 빚었을 때 비로소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 있을 줄 알았다. 기아와 가난에 고통 받고 있는 개인들과 직접 소통하고 그들의 손을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제한되어 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돌연 종전선언이라니! 처음에는 정말 벙~ 쪘다가 눈물이 고였다. 내가 흘린 눈물만은 아닌 것 같았다. 대한민국과 북한사이에 오랫동안 고여 있던 눈물이 나를 매개로 하여금 표출된 것만 같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과 함께 식민지에서 해방되고 아무런 갈피를 못 잡던 두 형제가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싸움이 이제야 그 끝을 향하다니. 참 하늘도 무심하지 하면서도 정말 감개무량했다.

물론 아직 뚜렷하게 정해지지 않은 일들도 많고 해결해야할 과제들이 정말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착수했다는 데에 있어 그리고 정말로 아득하기만 했던 오래된 소망이 눈앞에서 반짝인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이번에는 정말 모든 것이 잘 되기를 바라며 언젠가 설경의 백두산 정상에서 거친 숨을 마음껏 들이마실 수 있는 날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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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벙 쪘던 사람이 저 뿐만이 아니네요 ㅠㅠㅠ 사전으로만 알던 단어였던 '종전'. 직접 느껴보니 신기하고도 또 신기했어요. 우리나라, 우리민족에게 진정한 평화의 시대를 알리는 첫 걸음이었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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