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시 - 밧줄

in #kr6 years ago (edited)

하늘을 찌르는 높은 오피스텔 옆으로
가느다란 밧줄이 내려와 있다
보수작업을 위해 마련해 둔 밧줄일 터이나
누군가는 자신의 창문을 부스고
그 밧줄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상상하며
인간은 어떻게 스스로를 구원하는가에 대한
짧은 상념에 젖어본다
높은 곳으로 이끌었던 누군가의 정념은
밧줄을 타고 내려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힐까?
어쩐지 밧줄은 타고 올라가기에는 빈약해 보이나
타고 내려오기에는 더할 나위 없어 보이지
끝없이 하늘을 쳐다보던 사람은
비로소 밑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었을 때
불안했지만 단단했던 호시절을 그리워할까?
창공을 나르며 세상을 아울러 보던 새 한 마리가
낮은 나뭇가지 위에 앉아서야 가장 편안한 노래를 부른다.
건너편 길고양이는 땅바닥도 모자라 그 균열 사이로
몸을 비집고 들어가 가장 나른한 하품을 한다.
헤아릴 수 없을 동기에 대하여 무수한 가능성을 그려보고
무수한 마음을 집어넣어 본다.
흙으로 돌아가야 하는 모든 살아있는 것의 숙명과
그것을 잊고자 하는 부단한 노력을 하는 억척스러움에 대해.
알 것 같기도 하나 장례식장에 만연하던 모호한 감정을 떠올려보며
글을 끼적이려다 깊은 한숨을 대신 내뱉고선
다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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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기 너무 어려운 의식의 흐름입니다.
주변인들에 대한 가치와 필요성을 고민하던 시간이었는데, 이런 글을 읽으니 더 모르겠네요. 어렵습니다. 무엇을 위해 지금 이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는가...

스스로를 구원하기 위해 내려진 밧줄... 나뭇가지에서의 편안한 노래...
너무 멋진 표현이십니다!!

글이 넘 멋져요.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 많네요.
새 이야기도 너무 멋지고.ㅎ
뭔가 막힌 것을 풀어내고 싶으셔서 쓰신 글 같은데.. 넘 멋지다고만 해서 이상한 거 같기도 하고..(제 오지랖이면 다행이구요 ^^)
잘 봤습니다~

선택은 우리가 하는 것이겠지요.... 편한 곳에서 이 정도면 되었어 라고 하면서 넘어가거나... 아니면... 다시 높은 곳을 보면서 다시한번 오를 생각을 해 보거나... 무엇을 선택하든.... 자기만족이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오늘도 호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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