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매화 향기 아득하니 가난한 술을 마셔라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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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겨울이 온다. 매화는 겨울에 핀다. 그러므로 매실주를 마시자.

국내 매실주계의 양대 강자, 매취순과 설중매를 차례대로 마셨다. 그냥 매취순, 그냥 설중매를 마신 게 아니다. 프리미엄 제품인 매취순 10년과 설중매 골드 프리미엄을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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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취순 10년은 10년 숙성한 매실주 원액을 블렌딩한 술이라고 한다. 얼마나 넣었는지는 모른다. 안 써놨다. 진한 매실색 병에 넣었다. 병뚜겅, 라벨을 금색으로 칠해 프리미엄 제품임을 드러낸다.

술의 빛깔은 짙은 금빛이다. 매실향이 아주 깊다. 살짝 머금으면 시큼하고 쌉싸름하다. 매실의 풍미가 묵직하다. 제법 보디감이 있다.

첫인상은 드라이한데, 피니시에서 단맛이 올라온다. 단내와 알코올 기운이 동시에 느껴진다. 마신 뒤에는 약간의 신맛, 끈적이는 단맛이 남는다. 뒷맛이 썩 좋지는 않다.

설중매 골드는 생김이 화려하다. 병 바닥에 큼지막한 매실 세 알이 있다. 술병을 흔들면 안에서 금박이 춤을 춘다. 진짜 금박이다. 매실과 금박이 맛을 좌우하지는 않겠지만, 분위기는 좌우한다.

가벼운 금빛이다. 냄새도 매취순 10년에 비하면 연하다. 약간 비리기까지 하다. 조금 머금자 아주 드라이한 맛이 난다. 비리고 떫은 맛 속에 매실맛이 숨어있다.

보디감은 가볍다. 피니시에서 제법 술맛이 올라온다. 역시 약간 떫다. 달지는 않아서 매취순 10년보다 뒷맛은 한결 깔끔하다. 설중매 골드는 전혀 달지 않다.

설중매 골드 첫 잔은 아주 별로였다. 그런데 마실수록 괜찮았다. 비릿함과 떪은 맛이 싫었는데, 거푸 잔을 들수록 매력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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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매실주를 마시는 자리에서 술맛을 음미하지는 않으니까, 소주 마시듯 상당한 양을 입안에 털어넣는다. 느낌이 또 다르다.

매취순 10년은 진한 맛과 향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조금 부담스럽다. 반면 설중매 골드는 원샷하니 홀짝일 때보다 더 좋다. 비린 맛, 떫은 맛, 매실향이 뒤섞여 조화롭다.

혼자 조금씩 먹기에는 매취순 10년이, 술자리에서 반주하기에는 설중매 골드가 낫다. 매취순 10년 500㎖ 한 병은 대형마트에서 7000원, 알코올 도수는 16도다. 설중매 골드는 360㎖에 약 6000원,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앞에 적었듯, 매취순 10년은 10년 숙성했다는 원액을 얼마나 넣었는지 공개하지 않는다. 설중매 골드에는 원액 주정 36.9%가 들어갔다. 둘 다 화이트와인, 설탕 따위로 맛을 냈다.

나는 술에 설탕 따위를 넣는 것이 싫다. 하지만 그려러니 하기로 했다. 좋은 재료로만 빚은 술이 좋은 것임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래서는 이 가격에 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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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보검님의 목요일 저녁 술 이야기 포스팅을 보면 세상엔 정말 많은 술들이 있구나 싶습니다. 한잔씩 시음해 볼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아아 시음회라니. 상상만으로도 설레네요. 혹여 제가 열고 초청하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시겠습니까.

저...저도 초대좀

엇 제가 오히려 영광입니다!

아차! 내가 7,000원 짜리들에게 무슨 말을 한 건가!

틀렸습니다~

아, 내가 고작 7000원짜리 술에 무엇을 바란 것인가.

이 한마디가 보고 싶었으니 성공입니다. ㅎㅎ

ㅋㅋㅋㅋㅋㅋ

매취순 10년이 굉장히 궁금하네요. 전 최근에 일품진로 10년을 마시며 오호라? 하며 눈을 번뜩인 적이 있었습니다만..

음... 너무 큰 기대를 하시면 실망 또한 클 것으로 사료됩니다. 편하게 드시면 오히려 좋은 인상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afinesword 님의 술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의 주량이 너무 서글퍼져요. 이 이야기를 몸으로 함께 느끼며 읽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ㅋㅋ

고물님 노오력을 하시면 됩니다 노오력. 토할 때까지 드셔보셨습니까. 주량을 늘리려고 얼마나 치열하게 음주를 하셨... 아 이거 아니죠... 송구합니다. 자중하겠습니다...

노오력...ㅋㅋ 저희 아버지는 저와 같은 체질인데 그 노오력이 성공하셔서 밤새드시죠
그 전설을 듣다보면 ㅋㅋㅋㅋㅋㅋ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던데 말이죠- ㅋㅋㅋ

ㅋㅋㅋ 버니니 드시고 "완전 취했다"고 하시는 것을 보니 더욱 가열찬 노오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제 버니니 원샷때리고 토하고 잠들었습니다. 대신 숙취는 없습니다:D (엄마는 그거 마시고 숙취가 있으면 양심도 없는거라고 하셨죠ㅋㅋ) 제 몫까지 드시고 생생한 체험글 부탁드립니다. . ^_^

매취순, 설중매도 10년 짜리가 있군요. 도수는 생각보다 약하네요. 60도정도는 되야 마실때 눈물이 핑도는데..ㅋㅋ

설중매는 금가루 좀 넣은 것 같고, 매취순은 10년 숙성 원액을 블렌딩했다고는 하는데 그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60도라면 담금주가 아니라 증류주가 되어야 할 것인데... 매실 증류주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ㅎㅎ

제 경우는 50-60도 고량주에 과일을 담구어 마십니다. ㅋ

크으 생각만해도 짜릿합니다.

위보스 태그 #weboss 감사드립니다.
주류 관련글에 지원해드립니다.
좋은 정보 잘 보고 갑니다. ^^

늘 감사합니다. 화이팅입니다

원액비중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숙성기간은 참 좋네요ㅎㅎ

정말 궁금한 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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