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못쓴] 비가 오면 생각나는 그 속도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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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힘을 다해 브레이크를 밟았다. 별무소용이었다. 차는 빗길에서 하릴없이 미끄러졌다. 사람이 있었으면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앞차를 비킬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언젠가 한 민간 운전 교육 기관에서 과속과 급제동, 급차로변경 등 난폭운전을 하고 그 위험성을 알리는 기사를 썼다. 교육장의 규모는 약 4만㎡(12만평)였다. 실제 도로처럼 꾸며져 있었다.

내가 운전한 차는 배기량 3000㏄짜리 구형 대형 세단이었다. 연식이 오래된 차였다. 미끄럼방지장치(ABS)는 달려 있었다. 돌발 상황에 대비해 경력 8년차 레이서이자 기관 강사인 A가 조수석에 탔다.

먼저 물기가 없는 도로에서 과속과 급제동을 했다. 출발선에서 A가 말했다. “힘껏 액셀을 밟으세요. 저기 흰선에서는 브레이크를 꾹 밟으시고요.” 브레이크 지점까지는 250m라고 했다.

생전 그렇게 엑셀러레이터를 밟아본 적이 없었다. 꾸욱, 거침없이 밟아 눌렀다. 구형이라도 6기통 3000㏄ 엔진을 실은 차였다. 차가 뛰어나갔다. 힐끔 속도계를 봤다. 바늘이 110㎞ 언저리에서 까딱거렸다.

흰선을 통과했다. 오른발에 체중을 실어 브레이크를 밟았다. 두다다다다, ABS가 순간적으로 바퀴를 잡았다 풀었다. 진동으로 온몸이 떨렸다. 차는 흰선 넘어 40m 지점에서 멈췄다. 타이어 타는 냄새가 났다.

시속 90㎞, 100㎞에서도 같은 식으로 급제동했다. 역시 ABC가 개입했다. 90㎞에서는 제동거리 25m였다. 100㎞에서는 30m를 더 미끄러진 뒤에야 멈춰 섰다.

비가 오면 어떨까. 스프링클러로 노면에 물을 잔뜩 뿌린 도로에서 과속과 급제동을 했다. 시속 90㎞에서의 제동거리는 25m였다. A는 “90㎞까지는 마른 노면이나 젖은 노면이나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A는 또 “그 이상에서부터는 제동거리가 크게 차이 난다”고 했다. 사실이었다. ABS가 작동하든 말든 차는 주욱 미끄러졌다. 100㎞일 때 제동거리는 약 40m, 110㎞ 제동거리는 55m였다.

도로가 얼면 어떨까. 때는 가을이었으므로 가짜 빙판을 만들었다. 페인트를 빈틈없이 칠한 노면 위에 물을 뿌렸다. 그렇게 하면 얼음이 언 도로와 비슷하다고 A가 말했다.

시속 30㎞로 천천히 움직였다. A의 지시대로 핸들을 오른쪽으로 틀었다. 차체가 균형을 잃고 빙글 돌았다. 90도쯤 회전했을 때 A가 미리 알려준 대로 사이드브레이크를 잡아 올렸다.

타이어와 도로가 마찰하면서 귀청을 찢을 듯한 소리를 냈다. A는 “사이드브레이크를 안 잡았다면 차가 뒤집어졌을 것이다. 도로에서 이러면 가드레일을 받고 튕겨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센터 원장 B는 “제아무리 운전을 잘한대도, 아무리 좋은 차라도 과속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밀려 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10㎞ 빨라질수록, 제동거리가 10m씩 늘어난다. 실력 과신하지 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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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마지막 것, 실제상황에서 겪어 본 1인.

운전실력 과신 이 부분 말씀하시는 겁니까? ㅋㅋ 농담입니다...
저도 제주 빙판길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위와 충돌한 기억이....

와, 생생하네요. 이런 내용 기사로 나왔나요?

예 이거 바탕으로 기사를 쓰긴 했는데, 기사는 또 기사체가 있는지라... 이것보다는 훨씬 무미건조...

운전과신금지 공감합니디.

예 뭐 제 운전실력이야 미천해서 그렇다 쳐도... 빙판길에 장사없겠더라고요

글로 읽어도 ㅎㄷㄷ 하네요... 조심해야겠네요..

옙 안전제일입니다!

새로 운전 면허 받는 사람에겐 한 번씩 체험하게 했으면 좋겠군요

오 굿아이디어입니다. 한번씩 체험해보면 좋겠어요

저걸 다 외우신건가요? ㅎㅎㅎㅎㅎㅎㅎㅎ

후후 저는 꼼꼼하게 기록해놓는답니다.

예방 주사 같은 느낌이네요. 진짜든 진짜에 가깝든 경험을 통한 각인은 강력한 것 같습니다.

예 저도 저 경험 이후로 안전운전하게 되었답니다

정말 리얼한 체험을 하셨네요. 겨울에는 특히 더 조심 또 조심해야겠습니다. 후아

예 이후로 저는 윈터타이어를 꼭 끼게 되었다는...

항상 안전 운전 입니다 ^^

맞습니다! 안전제일입니다. 볼릭님 SBD 벨트는 구입하셨나요?

아직 구매하지 못했습니다... 몇 달치 용돈을 모아야 할 것 같습니다 ^^

첨에 진짜 사고난 줄 알고 깜놀.. 휴우~

후후 브리님을 낚다니 크나큰 수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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