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갬성] 부산에 가면 사랑한다는 말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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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 취해, 갬성에 취해 쓴다. 이 글은 사실일 수도 허구일 수도 있다. 아마 그 중간 어디쯤일 것이다.

포근하고 따뜻한 것이 나의 등에 와 닿았다. 그가, 그를 기다리는 나를, 뒤에서 안았다. 이제는 그의 감촉을 거의 다 잊었지만, 그날의 포옹은 기억한다. 그 서점은 아직 남아있을까.

우리는 서점 건물 꼭대기의 술집에 자주 갔다. 술집에 앉으면 항구가 보였다. 찌개만 시켜도 상다리가 부러져라 밑반찬이 나왔다. 놀라는 내게 그는 “여기선 원래 이래”라고 했다. 소주병을 얼음 주전자에 담가 차게 마셨다.

나는 거의 매주 그를 만나러 갔다. 나는 싸구려 관광호텔에 묵었다. 종업원이 나를 알아보고 바다가 보이는 방을 내줬다. 바다라고 해봐야 에메랄드빛과는 거리가 먼, 고깃배가 오가는 시커먼 바다였다.

그래도 좋았다. 우리는 바다를 보면서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을 나누고 침대에 누워 바다를 보았다. 뱃고동 소리를 듣다가 잠들었다. 그가 집에 가고 나면 나는 그 방에서 혼자 맥주를 마셨다.

그는 가끔 밤에 몰래 집에서 빠져나왔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밤새 술을 먹었다. 그런 날에는 여지없이 필름이 끊겼다. 한 번은 와인을 마시고 꼬냑을 마시고 데킬라를 마셨다. 내가 호텔 방에 토를 했다. 그가 다 닦아주었다.

그는 내가 부르는 김동률의 ‘사랑한다는 말’을 좋아했다. 그는 자주 악몽을 꿨다. 악몽을 꾼 새벽이면 그는 내게 전화를 해 사랑한다는 말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잠들었다.

헤어지자고 그가 내게 말한 날, 그는 마지막으로 내 목소리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려달라고 했다. 나는 노래했다. 울지는 않았다. 그와의 이별이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체감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어렸다. 순수했고, 뜨거웠다. 미숙했지만, 젋음의 빛으로 찬란했다. 가수 최백호가 부른 ‘부산에 가면’을 들으면 그때로 돌아간다. 나는 그가 그립지 않다. 나는 그때의 내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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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글에서 감성이 느껴지네요.

예... 새벽감성에 젖어 썼습니다. 아침에 다시 보니 너무 부끄럽네요...

되돌리시기엔 늦었어요ㅋㅋㅋ
갬성폭발글 좋은걸요?ㅎㅎ

가...감사합니다... 흑흑...

칼님...아이폰 그거...그거..
잘 고치셨나 걱정돼서 들어왔는데..
이런 갬성 글이 있었네요!! ㅎㅎ
시커먼 바다 뷰의 관광호텔...!

아이폰은 우여곡절 끝에 해결하였습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해요. 갬성글은... 하아...

아~~해결하셨다니 다행이예요!!ㅎㅎ
칼님 가끔 갬성 글 올려주세요~
좋은데요^-^

아휴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 안 취한 날, 이다금 써 올리겠습니다.

새벽감성.. 블록체인에 저!장!☆
매일 딱딱한(?) 기사글만 보다 술에 취한 갬성....좋네요!

저~장... 오늘도 술에 취할 예정입니다만, 오늘은 자제토록 하겠슙니다.

갬성이 제 갬성과 잘 맞는 데요? ㅎㅎㅎ
부산.. 이라는 도시가 주는 이미지도 잘 녹아있구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취중에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은데 오늘 부터 술을 좀 마셔봐야겠습니다 ^^

하지만 다음날 아침에 몹시 부끄럽고 다소 후회할 수 있으므로 주의하셔야만 합니다!
부산... 아아 부산...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영구박제 갠찮은 글인가요. 가만있자, 와이프님 연락처가 있었던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살려만 주십쇼

아련아련하고 감성감성한 글이네요.. 새벽에 읽어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어요 헝..

이게 또 새벽갬성으로 읽으면 괜찮아 보이는데 낮에 맨정신으로 보면 또 오글오글하고. 으헝

화자가 여성분인데 시점을 바꾼 글인가요. 아님 제가 칼님의 성별을 지금껏 잘못 알고 있었던 건가요ㅋ
그것도 아니면.. 두 분 다 남성?!?
감성 돋는 글이네요ㅎ

일부러 중성대명사 '그'를 사용하였습니다. 화자는 남성이고. 그는 여성입니다 ㅋㅋ
저는 남자입니다!
갬성... 아아... 저는 왜 그 새벽에 홀로 촉촉해져서 이런 글을 썼을까요. 하지만 언젠가 새벽 감성에 취해 또 이런 글을 쓰겠지요.

브로맨스 같은 느낌이 드는... 묘한 갬성;;; (위험한가요?)

으아아... 화끈한데요?ㅋ
우리 허구라고 해둡시다...

바다내음나는 사랑이네요.

그럼요. 사실이라고 말씀드린 적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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