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캐러멜에 바닐라를 끼얹었나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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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블렌디드 위스키 시바스 리갈 18은 깊고도 달다. 그래서 한 모금만 마셔도 행복해진다. 왠지 축 늘어지는 날, 지친 날, 위로가 된다. 달콤한 위로다.

광택이 있는 파란 띠로 술병을 장식했다. 시바스 리갈 18의 병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귀족을 뜻하는 영어 표현 ‘블루 블러드’가 떠오른다. 야외 노동을 안 해 창백해진 중세 구족의 피부에 도드라진 파란 혈관.

코르크로 만든 병뚜껑을 돌려 연다. 퐁, 기분 소리가 난다. 위스키잔에 따른다. 달콤한 냄새가 방안에 진동한다. 굳이 잔에 코를 박지 않아도 향이 난다.

짙은 호박색을 바라보다가 잔의 하단을 잡고 휘휘 돌린다. 향이 더 퍼진다. 잔의 벽에 묻었던 시바스 리갈 18이 흘러내리면서 그리는 ‘눈물’을 감상한다. 점도가 높아보이지는 않는다.

잔에 코를 가까이 대고 후욱, 향을 빨아들인다. 캐러멜에 바닐라를 끼얹으면 이런 냄새가 날까. 감미롭고 진득하다. 냄새만으로도 취하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시바스 리갈 18을 삼킨다. 바닐라와 다크초콜릿의 향이 확 퍼진다. 아주 강렬한 풍미가 입과 비강을 가득 채운다. 피트향은 느껴지지 않는다.

피니시는 스파이시하다. 짭쪼름한데, 컨디션에 따라 매콤함을 느끼기도 한다. 오크통 풍미도 난다. 이것들이 뒤섞인 독특한 잔향이 입안에 맴돈다.

스트레이트가 부담스러울 때에는 온더록스도 고려해 봄 직하다. 온도가 내려가면서 향이 움츠러들어 코로 느끼는 기쁨이 희석되기는 하지만.

온더록스 시바스 리갈 18의 풍미는 색다르다. 술이 희석되면서 전반적인 향이 약해져 상대적으로 덜 흐려진 다크초콜릿이 도드라진다.

주류전문점에서 약 700㎖ 한 병에 약 10만원이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다. 하지만 풍미를 고려하면 설득력 있는 가격이다. 다 마시면 또 살 의향이 있다. 알코올 도수는 40도.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블렌디드 위스키는 섞은 원액 중 가장 숙성연도가 짧은 것의 숙성 연도를 표기한다. 즉 시바스 리갈 18은 최소 18년 이상 숙성한 위스키 원액을 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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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얼음과 위스키 한잔 마시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지요. 마시면 쿨쿨 잘테니까요. ㅋㅋㅋ

오늘 퇴근하시면 저녁에 한 잔 하시고 주무세요!

어느새 다시 목요일이 됐군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요 ㅠ

저도 술 포스팅 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한답니다. 시간이 참으로 빨라요.

좋은하루되세요.^^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셔요^^

저 이번주는 술 쉴라고요 ㅠㅠ

운동도 쉬시는 거 아닙니꽈!

운동 요즘 잘 하고 있지요! 펌핑 중입니다요 ㅋㅋㅋㅋ

👍 입니다. ㅎ ㅎ 좋은 하루 보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셔요.

칼님의 술 포스팅을 보면 아 내일이 금요일구나~ 싶어요ㅎㅎ

아아 금요일이 되었습니다. 기뻐요. 오늘 야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신나네요 ㅎㅎ

술은 못먹지만.. 글은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술을 못 드신다니 아쉽...

한번 느끼고 싶어요
하나 먹어 봐야 겠어요
전 확 쓰다 이런 느낌 만.받았거든요

아아 조금 익숙해지시면 괜찮을텐데. 위스키를 드실 때 한 번에 많이 삼키지 마시고, 한모금씩 드신다는 느낌으로 음미해보시면 나을 겁니다!

향을 후욱 들이마시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

후우욱~ 다음주는 보드카로 찾아뵐까 합니다. 물론 바뀔 가능성도!

Ciroc 은 어떠세요 ?! 유일하게 제 집에 남아있는 보드카가 Belvedere 랑 ciroc 이거든요 ㅎㅎㅎ 그 외엔 이미 다 마시거나 친구한테 줘서 :)

헉. '다음주 보드카'가 시락이었어요.
셀레님, 보드카는 드시나봐요. 위스키 말고는 증류주 안 좋아하시는 줄 알았어요.
보드카를 막 선물하는 셀레님의 친구분들 부럽습니다...

띠로리 !!!!!! 전혀 예상하지 못했는데 !!!! 제가 일부 소수 위스키 외에는 집에 증류주를 남겨두지 않아요. 진이나 보드카를 즐기지도 않고... 그런데 가끔씩 칵테일 용으로 진/보드카가 잘 어울려서 몇개는 갖고 있거든요 ㅎㅎ
이왕 이렇게 된거 시락 중에서 코코넛 맛으로 요청하는건 너무 무리일까요?! 음... 코코넛맛 시락을 온더락으로 마시는건 너무 칼님께 달달한 것 같기도 하네요 ㅠㅠ

오우 코코넛 무리데스 ㅋ
벌써 시락 무향 먹고 초고도 다 썼답니다. 시락 코코넛 시음기는 셀레님께서 써주시기를!

저는 늘 부러워만하는 포스팅...

제가 대신 마셔드리겠습니다...

제몫까지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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