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리뷰) 맨 오브 라만차 : 홍광호 VS 조승우 (180427 블루스퀘어)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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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카드 행사로 50%의 가격에 뮤지컬을 볼 기회가 생겼다. 공연을 사랑해 마지않는 성애자로서 이런 기회를 놓친다는 것은 수치였다.
그리고 그 캐스팅이 '홍광호'라면 당연 무조건 봐야하는 것이다.

사실 이벤트 할인은 티케팅이 잘 되지 않는 회차를 위한 것이 보통이다.
한 배역에 더블 캐스팅이 되면 힘이 실리는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확연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홍광호가 메인이면 어떤 배우가 되었건 아, 박은태, 조승우, 시아준수, 박효신을 제외하고... 많이 힘들 것이다. (오만석 지못미)
이들이 더블캐스팅 될리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홍광호의 첫 기억은 뮤지컬 빨래였다.
창작 뮤지컬로 지금이야 꽤 오랫동안 아주 잘 알려진 좋은 뮤지컬이 되었지만, 당시 첫공만 해도 지금과 같지 않았다.
때는 언 2009년.... 기억도 가물가물한 어느 봄날로 기억하고 있다.
우연한 기회로 보게 되었던 공연이었는데, 내용과 음악 특히 당시만 해도 전혀 몰랐던 홍광호 솔롱고(주인공)가 인상적이었다.
연기가 안정적이군. 어? 어라? 음색이 굉장히 좋은데? 어? 엄청 잘하자나?
특히 빨래에서 아니 다양한 뮤지컬 트랙들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 나오고 바로 팬이 되고 말았다.

잠깐 듣고 오자.
홍광호 '참예뻐요' 유투브 링크

남자가 들어도 참을 수 없는 소름이 유발되는 마력의 보컬이다. 닮고 싶은. 되고 싶은. 돈주고 사고싶은.
몇 번을 노래방에서 시도해 봤지만, 참을 수 없게도 송강호가 되고 말았다.
아무튼 꽤 많이 놀랐고, 그 이후부터 자연스럽게 홍광호를 찾게 되었다.

지금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탑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은태언니 미안.. 둘다 내 마음 속에 있다..
어쨋건 그의 오래된 팬임을 말하고 싶었다.
그리고 아주 오랜만에 그를 다시 보게될 기회가 생겼다.
최근 2-3년은 클래식에 빠져 사느라 뮤지컬을 좀 소홀히 했던게 사실이다.
장르에 대한 미안함 반, 할인 가격반, 팬심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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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보는 라만차이자 처음 만나는 홍광호의 돈키호테였다.
여전하더라. 광호형. 잘하더라. 광호형. 목소리 안 늙네. 형. 형은 형대접 받아도 돼 형.
진짜 잘한다. 굵고 부드러운 보이스가 극장을 꽉채우고 벽에 꿀을 바르고 있었다. 여기저기 터지는 탄성과 함께.
다른 모든 것을 차치하고, 홍광호 목소리를 듣는 것 만으로도 오늘 공연은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조금 디테일하게 들어가자면... 온 몸 세포에서 자제하려 애를 써도 감동을 찢고 튀어나오려는 불만을 잠재우기 힘들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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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광호를 위한, 홍광호에 의한 라만차라는 것은. 결국 나머지 배우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라는 것이다.
홍광호만 보인다. 아. 물론 김호영의 산초와 윤공주의 알돈자도 나쁘지는 않았다.
요즘 떠오르는 예능 강자 김호영이 궁금했는데. 꽤 안정적인 발성과 연기와 끼를 보여주었다. 연기와 끼는 산초에 딱일 줄 알았으나 보컬이 꽤나 안정적이라 놀랐다.
오랫동안 뮤지컬을 해왔던 짬이 살아있었다. 윤공주도 내가 좋아하는 보이스는 아니지만. 연기와 노래 모두 잘해주었다.
그리고 끝.
라만차에서 좋아하는 넘버 중 하나인 '그분 생각뿐'을 소화해야하는 조카와 가정부 그리고 신부...
그들의 발성, 음색은 듣기에 많이 힘들었다. 방금전까지 홍광호의 목소리에 취했던 이후라 더더욱.
그리고 조카의 예비신랑인 까라스코는 발성, 심지어 연기도 어색했다.
전체 극을 보는 내내 중요한 조연인 이들이 등장하면 눈살이 찌푸려졌다.
심지어 신부님은 단독 넘버까지 있었다. 힘들었다. 스스로 소리내는 것을 불안해 하는게 보여 안쓰러울 정도로.

예전에 느끼지 못했는데. 대사가 많이 유치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산초 김호영의 대사 중 속담부분에서. 예전에도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내가 그동안 나이를 꽤나 먹어서 그런건가.
산초가 여러번 속담으로 대사를 할 때마다, 듣기 힘들었다. 참신하지 않은 70년대 개그 같은 위트를 아직도.

결국, 남은 것은 홍광호. 그리고 궁금했던 김호영 조금.
하지만 홍광호 한 사람때문에 후회를 지울 수 있었다. 극강이다.

마지막으로 남자까지 사로잡는 노래 듣고 오자..
홍광호 맨 오브 라만차 - 둘시네야

이쯤에서 몇 년전에 보았던 라만차를 소환해 봐야겠다. 비교 아닌 비교를 해보기 위해.
당시 돈키호테는 조승우!
연기로는 깔 수 없는 그리고 초창기 뮤지컬을 이끌었던 지금도 인정받는 조승우.
홍광호, 조승우 둘 다 대한민국 뮤지컬에서 손꼽히는 배우들임에 틀림없다.
그럼 이 둘의 돈키호테는 어떻게 달랐을까?

홍광호 VS 조승우 - 라만차의 돈키호테로 비교
이제 본론인건가. 글을 읽는 분들에게 죄송하다. 질질 끌었져..?

홍광호의 장점은.
대사를 치건, 노래를 하건, 그가 입을 열면 그 즉시, 단 한 순간에 빠져들게 된다. 집중하게 만드는 보이스.
스피커를 뚫고 나오는 단단한 보이스는 그 누구도 따라 올 수 없다. 독보적이다.
음색, 발성, 연기. 노래로 하는 부분에선 그 배역의 최대치를 보여준다.
뮤지컬을 보지 않아도 넘버만 듣더라도 팬이 될 수 있는 보이스다.
단, 실제 연기는 노래에 비해(!) 조금 부족하다. 그렇다고 못한다는 건 아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 광호형 팬입니다.
돈키호테는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양단을 오가는 연기와 톤 변화가 핵심이다.
톤 변화는 완벽에 가깝다. 그리고 나이든 돈키호테의 톤으로도 힘이 실리는 노래라니... 할말 없다. 형.
뮤지컬은 특성 상, 노래가 가장 중요하지만, 그 외에 타 배우와 연기합, 몸동작, 춤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보이스가 너무 강력해서 나머지 부분이 조금 모자라 보인다고 할까.
목소리 만큼, 큰 덩치의 선 굵은 동작에서 무겁고, 디테일이 조금 부족해 보인다.
하지만 눈빛 연기가 너무 좋다.
노래를 할 때 반짝이는 눈에서, 왜 여성분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깊이 심취해서 배역의 감정을 노래하는 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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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조승우의 돈키호테는?
꽤 오래되었건만 지금도 인상에 남는 건, 그의 연기였다.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충분히 그가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세르반테스와 돈키호테 양단을 오가는 연기는 혀를 내둘르게 했다.
홍광호가 노래를 부를 때 처럼, 조승우가 연기 할때 나도 모를 탄식이 나온다.
특히 보이스 톤부터 몸 동작, 눈 빛, 몸의 선, 걸음, 모든 것을 순식간에 바꿔 두 사람의 세월의 차를 넘나든다.
과연 한 사람이 이렇게 다른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뮤지컬을 보면 알겠지만, 꽤 자주 두 사람 사이를 오가게 된다.
그럴때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몸과 보이스를 바꾼다. 마치 각각 연기 한 것을 편집해서 붙인 일인 이역의 드라마, 영화처럼.
하지만, 여긴 무대위. 라이브지 않은가! 전환에는 쉬는 시간이 없고, 단 1초의 시간도 길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부족한 것은?
홍광호와는 정확히 반대의 경우이다. 완벽한 연기에 충분히 노래를 잘 하지만 보이스의 힘이 아주 조금 부족해 보인다.
아주 조금이다. 뮤지컬 전공이 아님에도 뮤지컬 전공인들보다 훨씬 노래를 잘한다.
다만, 홍광호에 비해서 힘이 부족하고, 파워풀하지 않기 때문에 메인 넘버 The Impossible Dream 에서 감정의 폭발이 다소 부족하게 느껴진다.
여기선 본인의 취향도 무시할 수 없다. 단단하고 완성된 보컬을 좋아하기 때문일지도.
(둘을 비교하는데 다른 배우를 소환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결국 내 생각, 내 글이기에 소환해보자면.
홍광호와 조승우의 장점을 모두 섞어 논 배우가 박은태 배우가 아닐까 한다. 보이스가 얇다고 단단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한번 들어 보자.
조승우 맨 오브 라만차(2013) - The Impossible Dream

난 오히려 영화, 드라마의 조승우보다 뮤지컬에서의 조승우의 연기를 더욱 좋아한다.
라이브, 생동감이 주는 매력 덕분이다. 스크린에 담기지 못하는 연기의 매력이 넘치는 배우다.

결론은 좀 시시하게도, 두 사람의 매력이 각자 다르다는 것이다.
사람은 취향이 있다. 더 낫고 못하고를 따질 수 없는 두 배우이다.
각자의 매력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배역을 훌륭하게 연기해 낸다.
보이스의 파도에 몸을 맡겨 혼을 뺏기고 싶다면 홍광호를.
연기란 이런 거구나!를 몸소 실감하고 싶다면 조승우를.
선택하면 되겠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둘이 더블 캐스팅 되기는 힘들지 않을 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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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을 어렸을때 보고 아직 한번도 보지 못했네요. 30년이 넘게 안본거 같에요. 한번 가족끼리 가보고 싶긴한대 어떤걸 봐야될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

추천해 주실만한게 있을까요?

반갑습니다! 조심스럽게 추천드리면 조만간 상영 예정인 공연들 중 5월 말부터 하는 시카고, 6월부터 하는 노트르담드 파리를 추천합니다. 아 물론 맨오브 라만차도 좋은 뮤지컬입니다. ^^ 어느 공연을 선택하셔도 충분히 만족하실 거예요. 빨래, 삼총사도 공연하지만, 캐스팅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에 추천하지 않구요. ㅎ

노래 잘 들었습니다. 조승우야 익히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배우라 뮤지컬도 봤었는데 홍광호란 배우는 잘 몰랐던 배우입니다. 어디선가 봤었겠지만... 노래가 두가지다 매력이 있는게 좋은 배우임에 틀림이 없네요.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또 오셨군요 ㅎㅎ 둘다 최고의 배우임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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