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venture in Bali ] #8 Ubud - 원숭이의 숲 (The monkey forest)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일찍 일어나 아침 산책을 했다.
원래 계획은 우붓에서 5일정도 머무르고 뉴질랜드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삼일정도 되니 벌써 물가가 그리워졌다. 어제투어를 끝내고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심장이 따르는대로 발걸음을 향하기로 했다. 오늘은 원숭이나 보고 사누르로 갈것으로 급 결정했음.




A D V E N T U R E . I N . B A L I



#8 Ubud - 원숭이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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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이동수단은 주로 오토바이인데, 오늘도 나는 그냥 걷기로 한다. 발리에 온후로 하루에 10km 이상씩은 매일 걷는것 같다. 평소에도 여름에는 늘 이렇게 걸었었는데, 현재 뉴질랜드는 겨울이라서 밖에 덜 나가게 된다. 뉴질랜드의 겨울은 울다가 웃다가를 시간당 반복하는 변덕스런 날씨를 자랑한다. 급격한 수분증발, 채식위주의 식단, 장거리 걷기등으로 발리에 다녀온후로 살이 빠져서 입던 바지들이 전부 헐렁해지는 현상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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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의 주요교통수단인 바이크. 이렇게 차도가 제대로 되어있는 곳보다는 비포장 도로가 많다. 길들은 대부분 좁고 골목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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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puhan Ridge Walk 에서 공중부양술을 시전해 보았다.




인도네시아는 무척이나 덥고 습도가 높기 때문에, 몸을 많이 움직여야 하는 체력활동은 비교적 해가 적은 오전이나 오후에 하는것이 좋다. 아침 10시가 넘으니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금방 지치고 수분이 쑥 빠지는걸 느꼇다. 물을 마셔서 수분을 보충하려면 화장실을 자주가야하는데, 투어리스트 지역인 발리에서는 화장실 가는것도 요금을 내야하는곳이 많다. 화장실 쓰려면 뾰루퉁한 얼굴을 하고 돈을 내라는 스태프를 볼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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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의 아이콘으로 유명한 식물이 잡초마냥 여기저기 자라고 있는 인도네시아.
이 식물이 숙주를 기반으로도 자랄수 있는 기생식물이란것도 이때 알았다.






The monkey forest


원숭이의 숲
우리가 동물을 대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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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sh Art & Design


숙과 클라우스에게 연락이 왔다. 여행지에서 누군가 나를 찾아준다는건 참 기분좋은 일인것같다. 산책을 마치고 점심과 차를 함께 하기로 했다. 사누르로 떠나기전에 원숭이 숲에 가고싶다고 이야기를 하자 클라우스가 따라 나섰다. 숙은 요가옷을 입고 나와버렸기 때문에 요가원에 가기로 했다.

나는 동물을 참 좋아한다. 인간보다 쓸데없는 생각을 덜하고 사는것 같다. 그래서 때로는 단순하게 사는 그들에게 배울것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원숭이 숲은 생각한것보다 넓고 큼직했다. 다른 관광명소들보다 둘러보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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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에 옥수수를 가지고 올라와 주변탐색중인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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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있는 분수. 모유분출(?)을 테크니컬하게 잘 표현한듯 한 분수장식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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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숲 본진에 들어가기전의 입구. 동굴처럼 꾸며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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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들은 생각한것보다 사납고 화가나있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하루에도 몇천명씩 오는 관광객들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할 것이다. 생각해보라, 당신이 사는 집으로 모르는 큰 생물들이 그것도 수천명씩 온다면? 그들이 당신의 얼굴에 네모나고 까만 박스를 들이대며 킬킬 거린다면? 관광객들 또한 그들에게 항상 다정하게 대하지 만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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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를 돌보는 엄마들과 그들을 지나가는 관광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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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고구마, 옥수수등을 길거리에서 줏어먹는 원숭이들



가는길의 표지판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주의사항-

1.원숭이와 눈을 마주치지 마시오.
2.원숭이가 물건을 훔치니 주의하시오.
3.원숭이가 사나우니 사진기를 얼굴 가까이 들이대지 마시오.





클라우스가 개의치 않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원숭이가 "카악-!" 하며 포악한 얼굴을 지으며 가라는 손짓을 한다. 우리는 그후에도 조심스럽게 사진기를 갖다내어보았는데, 그순간, 원숭이가 클라우스의 팔을 할퀴었다 -_-::
스트레스를 엄청나게 받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분명 처음부터 이렇게 포악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이 이후로 클라우스는 아예 그들의 근처에도 접근하지 않았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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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래도 기왕 온거 원숭이랑 놀고싶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달랠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나는 그들을 "작은 사람들" 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사실 이들은 털만 무성하지, 어떻게 보면 인류와 가장 비슷한 동물 아닌가? 자세히 보니 원숭이 어른들은 이미 스트레스가 경지에 도달해 있어서 사람들한테 관심이 있을것 같지는 않고, 호기심이 많고 그나마 순수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접근해 보기로 했다. 나는 원숭이들 근처에 다가가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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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딱 눈이 마주친 요녀석. 한참을 둘이 바라보다가 등을 내밀어 올라타라고 손짓했더니 멈칫한다. 그래서 손을 내밀어보았더니 내 손가락을 붙잡는다. 이렇게 장난을 치다가 다시 등을 내미니 내 어깨에 올라타더니 신기한듯이 얼굴이며 어깨며 가방이며 여기저기 만져본다.

역시나, 가방도 열어본다.
(주의: 따라하지마세요. 작고 빛나는물건들 - 핸드폰부터 빼앗아 가려 합니다 ^^)
수색이 끝났는지 이번에는 내 머리를 수색한다. 머리사이를 체크하더니 두피체크를 시작한다.
가만... 이광경은... 어디서 많이 본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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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장면.... 벼룩과 이 잡아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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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친구들에게 늘 하던것처럼 나를 챙겨주려던 듯.

머리수색이 끝나자 챙길것 다 챙겨주었다는듯 가버린 꼬마 원숭이군. 잠깐이었지만 원숭이와 조금 놀아보니 재밌었다. 말은 통하지 않지만 동물과 교감하는것은 좋은 경험이다. 언어로 대화하는 인간과는 달리 눈빛과 몸짓등으로 대화해야하는 동물들. 그들에게도 분명 감정이 있고 생각이 있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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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숲에서 중앙홀로 가는 길목에 있는 다리. 오후라 그런지 사람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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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숲에 있는 작은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들중 하나. 코끼리 신에 관한 그림인듯 하다.


원숭이 숲이 생각보다 상당히 커서, 제대로 천천히 둘러보려면 반나절 정도 걸릴듯하다. 클라우스와 나는 숲을 대충 다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클라우스가 오토바이만 20년을 탔다는데 정말 아슬아슬하게 운전을 했다. 차와 오토바이 사이로 빠르게 지나간다든지, 추월한다든지... 여분의 헬멧만 있었다면 재밌었을텐데 헬멧이 없어서 이동하는 내내 가슴을 많이 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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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높은 두리안으로 만든 두리안 스무디. 아보카도 맛을 잘 설명할수 없는것처럼, 형용할수 없는 맛이다. 개인적으로 설명하자면... 생강, 마늘, 코코넛, 바나나, 바닐라등을 한데 잘 갈아넣고 만든듯한... 부드럽고 진한맛이랄까?


요가를 끝낸 숙이에게 연락이 왔다. 죽을뻔했다며 설명하는 숙이. 다름이 아니라 요가를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원숭이 얼굴에 핸드폰을 가까이 대고 사진을 찍으려다 화난 원숭이가 숙이에게 달려든 모양이었다. 먼저 다가가 같이 놀고 같이 사진을 찍었을때는 전혀 화를 내지않던 원숭이들이었는데...
사실 원숭이 숲은 자유지대고, 울타리 자체가 없어서 그 주변에 돌아다니는 원숭이가 많은 모양이었다. 원숭이들로서는 사실 개인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하는데다 구경거리 취급만 받으니 커뮤니티 밖으로 자유를 찾아 나가보았겠지만, 밖은 인간들이 사는곳이고 발붙일 곳이 마땅히 없으니 궁지에 몰린 격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숙이는 다친데가 없었지만 심적으로는 많이 놀란 모양이었다. 나는 딱히 무슨말을 할지 몰랐다. 원숭이를 구경거리로만 생각하고 사진기를 들이댄 숙이에게 그러면 안됬었던 거라고 설명을 해주어야할지, 아님 그냥 걱정만 해주어야할지. 숙이에게는 분명 무섭고 악마같은 나쁜 원숭이였겠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던 데에는 분명 그럴 이유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항상 사물을 바라볼때 우리의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판단하고 규정하는건지도 모른다. 우리는 항상 스스로 옳은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하는일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사실 옳은것은 없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고 3자의 입장으로 보는것이 옳은것은 아닐까? 이 여행도 슬슬 막바지로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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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회 - #9 Sanur 당신이 원하는것





[ Adventure in Bali ]


│#1 휴식하러 간 휴가, 그리고 모험의 시작

│#2 Canggu - 그래피티의 성지 창구, 그리고... 작업 의뢰를 받다

│#3 Lembongan - 거대 가오리 만타레이를 만나다

│#4 Lembongan Island - 아찔한 힌두교 페스티발에서 정신을 잃다

│#5 Lembongan & Nusa Panida - 극빈함과 낙원이 공존하는 섬, 그리고 물위에 떠있는 숲 망그루브

│#6 Ubud - 나쁜일은 좋은일을 부른다?

│#7 Ubud - 당신의 자존감의 가치 (feat. Temple & Rice field 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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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 스무디..라니 냄새가 상상하는 그 냄새 던가요..? ㅎㅎ

생각했던 것보다 냄새가 고약하지는 않아요. 신선한 상태일때는 괜찮은것 같네요 :)
냄새가 마늘과 생강같은 냄새 비슷한게 있는데, 지하철에 쉰 김치 타고 가다 김치통이 새는 그런 냄새있죠? 그런거 생각하시면 될듯해요.

상당히 자연 친화적이시군요
인간이 농사를 짓기전까지는 자연의 모든존재들이 서로의 존재를 그저인정하며 살았다네요
인간이 가축을 만들고 대량사냥을하면서
인간에게는 편견과우월감이 동물도 경계와 공포를 갖게 되었다고ㅎㅎ 모든관계는 ㅣ대ㅣ이죠

역시 지식이 풍부하신 라님 이시군요. 농사를 짓기전까지는 모든 존재가 대등하게 인정했다니... 전에는 모르던 사실이었어요! 인간이 우월하다고 생각한것은 도구의 사용과 가진게 점차 늘어나면서 그것들을 가진 자신을 동일시 했기 때문일까요? 여러가지 생각이 들어요 ㅇㅅㅇ

원숭이에게 머리 쓰담쓰담을 받으셨군요.ㅎ

덕분에 건강한 두피 마사지를 받았어요 ㅎ

(╹◡╹)ㅎㅎ 🐵 원숭이들 너무 귀엽네요~ 그래도 어깨까지 내주시고 용기가 대단하세요.

어깨 내어줄때는 아무생각이 없었네요. 오로지 놀고싶다는 일념만..ㅎㅎㅎ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D

원숭이들이 때로는 귀엽고 때로는 무서워요 ㅋ

인간들도 사실 그런것 같아요. 화나면 무섭고 다정할땐 귀엽고...

동물과의 교감은 역시 눈높이 인 것 같아요.
그리고 서로간의 적당한 거리. ^^

앗, 저 그림은!! 가네샤!!!
제가 힌두교 신들 중에 가장 좋아하는 신이예요~ ^^/

아앗... 이름이 가네샤 였군요! 단테님 글보고 구글로 힌두교의 신으로 검색해보니까 지혜와 풍요를 관장하는 신으로 등장하는군요. 신기한 힌두의 세계인듯 해요

원숭이들 스트레스 많이 받을겁니다. 20년전에 지인이 태국에서 원숭이에게 팔뚝을 긁혔는데 긁힌 주변이 까맣게 변해서 혈청주사인가를 맞았는데 한국에 돌아가서도 5년간 매 2-3개월에 한번씩 주사를 맞아야 한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주의 사항을 잘 듣고 따라한 사람들은 아무런 사고가 없었는데 남 얘기를 잘 안듣는 사람이라 원숭이를 놀리다 벌 받았다고 우리끼리 그랬던 기억이 납니다.^^

헛.... 같이간 친구도 할퀴었는데 아무이상 없었던걸 보니 불행중 다행이군요. 맞아요. 하지말라는거 하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요? 저는 보는 내내 원숭이 걱정만 하고 다녔던 기억만 납니다.

조금만 깊이 긁혀도 감염이 되나 보던데 다행이군요.^^

해시님 포스팅 보면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언니 신혼 여행지가 발리였는데 이런 곳이었군요 ㅎㅎ
미술관에서 발견하신 그림도 멋집니다 ^^ 연필인지 펜인지 궁금하네요

앗 좋게 봐주시니 감사해요. 어떤점이 맘에 드셨는지 궁금하네요 :)
미술관에 있는 그림 엄청 세밀하죠? 놀랍게도 세필로 그린 그림입니다.

아루카님 포스팅 볼때마다 발리병 뿜뿜이네요ㅠㅠ ㅎㅎ 전 카페를 찾아가는 길에 원숭이숲을 지나갔었는데, 거리에도 이미 많은 원숭이들이 다녀서 무서워했던 기억이 있어요. 개랑 싸우던 원숭이도 있었어요. 원숭이랑 교감하시는 모습 진짜 대단하셔요!! :)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동물도 무서워하지 않고 천천히 친근하게 다가가면 대부분 호의적이더라구요. 전에 다니던 회사가 동물 사진 라이센싱을 하던 회사여서 2년내내 동물에 둘러쌓여 살다보니 조금 터득한 부분도 있어요 :)

우붓 원숭이숲
보기만 너무 많이 보았네요...
언젠간 우붓 가야지 하면서
너무 행복해 보이셔요~
저도 덩달아 미소가 ㅋㅋ

개인적으로 우붓보다는 섬에 가는것을 추천합니다. 우붓은 관광지라서 명소들 2-3 일이면 다보고 끝이더라고요 ^^: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섬에 가야 맑은 자연도 보고 돈을 요구하는 무리한 세일즈 맨(?) 들도 피할수 있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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