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지역채권 이야기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이번에는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의외로 일상 속에 가까이 들어와 있는 '지역개발채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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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지 출처 : http://www.freedomsquare.co.kr/

  1. '지역개발채권'이란?

먼저 '지역개발기금'이라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가령 한 지자체의 조례를 참고하면 지역개발기금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민복리증진과 지방공기업 및 지역개발사업을 지원하는데 필요한 자금"

이 중에서 "지역개발사업"이란 크게 보면 도로 및 수도사업, 주택택지 사업, 각종 도시사업 등을 의미합니다. 아무래도 투자비용이 크고 회수기간도 오래 걸리기 마련인 기간시설(사회간접자본) 확충사업에 융자해주는 자금이라고 이해하면 편하겠습니다. 참고로 이러한 기금은 보통 지자체가 운영하는 예산인 '일반회계'가 아닌 '특별회계(정식명칭은 지역개발기금 공기업특별회계)'로 분류되어 매년 그 예산안과 결산안을 별도로 공개합니다.

http://budget.jeonnam.go.kr/new/budget/2016/?menu=3&smenu=1
△전라남도 지역개발기금 특별회계 예산안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지역개발기금이 명칭에서처럼 사실상 '기금'의 형태로 운영되지만 회계상으로는 '공기업'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다시 지역개발채권으로 돌아가 봅시다. 그렇다면 지역개발채권이란 지자체가 발행해서 시민들에게 판매하는 채권으로서 이를 통해 각 지역개발기금의 재원을 조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기금의 수입원에는 채권 외에도 정부지원금이나 융자금 그리고 일반회계에서 출연한 자금 등이 있지만 그 비중은 미미합니다. 결국 대부분의 지자체들의 경우 기금의 90% 이상을 이러한 지역개발채권을 통해 조달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개발채권의 기원은 1969년 상수도 사업 재원 조달을 위해 발행한 공채로서 나중에 사업의 대상(수도사업에서 각종 지역개발사업)과 주체(광역시에서 도)가 점차 확대되어 현재 18개 시군이 발행하는 채권이 되었습니다.

한편 어찌 보면 그 자체로 크게 흥미로울 것은 없어 보이는 이 채권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것을 하나씩 살펴보도록 합시다^^

  1. 지역개발채권은 ‘강제소화채권’

지역개발채권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그것을 시민들이 매입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지역개발채권은 대개 지역 내 각종 인허가 등록이나 차량 구입 시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조례를 통해 규정되어 있습니다. 대개 채권이란 국채이든 회사채이든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 경우에는 승용차를 구입하거나 지역 내 각종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강제로 매입해야한다는 점에서 ‘강제소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강제소화방식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역시 그 ‘반시장적 성격’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선적으로 이것이 지자체와 시민 간의 불공정거래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합니다. 어쩌면 이것을 몇몇 악덕기업들이 자행하는 ‘끼워팔기’에 비견할 수 있지도 모릅니다.

또한 이러한 지역채권이 사실상의 조세로 기능하고 있다는 점에서 ‘준조세’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예컨대 대부분의 시민들은 인허가 등록이나 차량구매 시 강제로 매입한 채권을 곧바로 액면가 이하로 은행에 팔아버립니다. 만기가 5년이나 되는데다가 시장이자율보다 턱없이 낮은 금리 때문입니다. 반면 은행은 (이자가 나오지 않는) 지불준비금의 대체 자산으로서 국채(나라가 발행한 채권) 못지않게 안전한 자산(지자체가 파산하지 않는 한 지방채에 대한 지불은 반드시 이뤄집니다)인 지방채를 선호하기 때문에 시민들이 헐값에 팔아치우는 지방채를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한편 시민들이 취득한 채권의 매입금액과 재판매 금액의 차이의 비율을 ‘할인율’이라고 하는데, 시민들은 이 할인율만큼 사실상 세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음으로 이러한 강제소화 방식이 사실상의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미 많은 시민들은 인허가 등록 과정에서 면허세, 등록세, 자동차세 등의 국세와 지방세를 지불하고 있는데 여기에 더해 채권매입의무까지 더해져 중복부담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시장친화적’ 성향의 연구자들이나 경제관련단체들은 아예 이 ‘괘씸한’ 지역개발채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미 한번 만들어진 제도인 만큼 그 취지를 살려 더욱 공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으로는 후자의 입장에 가깝고요^^

다만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 지자체들은 지역개발채권의 발행량을 점차 축소시키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 경기, 인천, 경남 등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일정 이상 배기량(예컨대 2,000cc)의 비사업용 승용차나 고급 승용차에만 채권매입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허가 등록에 부과된 채권매입 의무도 상당부분 면제되거나 인하된 상태입니다. 더군다나 채권발행수입보다는 자동차세를 늘리는 것이 지자체 입장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에 이러한 매입기준 인하 및 면제가 지자체 사이에서 경쟁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1. 역마진으로 인한 기금잠식과 융자수요의 감소

한편 지역개발기금과 관련한 또 다른 이슈는 ‘역마진’입니다.

앞서 보았듯이 보통 지역개발기금에서 발생하는 주된 수익은 융자수익입니다. 예컨대 광역시나 도는 산하 시군구나 공기업 등에 지역개발기금을 융자해주어서 2~3년의 거치기간을 거쳐 2~10년 동안 원리금을 비롯해 이자를 균분상환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오랫동안 지속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이 융자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었다는 것입니다. 또한 시군구에 대한 정부지원이 늘면 늘수록 지역개발기금의 경쟁력 또한 약화됩니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융자수요는 극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최근 지자체들이 채권발행규모를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융자수요가 그보다 더 가파르게 감소해서 융자 등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미활용 기금의 규모가 점차 불어나고 있습니다. 반면 매년마다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의 이자는 꼬박꼬박 지불해야 합니다. 이렇듯 기금을 놀리다보면 필연적으로 손해(채권조달비용 > 융자이자수입 사이의 역마진)가 발생하고 결국 기금잠식 사태까지 오지 않겠냐는 우려가 일각에서 제기된 것이죠.

하지만 이런 걱정은 아직까지는 기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냐하면 기금에서 발생하는 수익 중에는 예치금 수익도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지자체들은 농협 등의 은행에 정기예금의 형태로 미활용 기금을 예치해두는 방식으로 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이때 기금의 이자율 구조를 보면 보통 ‘채권이자율(1% 전후) < 예치이자율(정기예금의 경우 1.5% 전후) < 융자이자율(2% 전후)’ 순이기 때문에 기금을 합리적으로만 운용한다면, 다시 말해 채권이자율이 예치이자율보다 낮은 한(그만큼 채권이자율이 얼마나 낮은지 알 수 있습니다^^;;) 장기적으로 기금잠식 사태까지는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국 진짜 중요한 문제는 역마진보다는 융자수요의 감소 그 자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융자수요 감소로 인해 놀리는 기금의 규모가 늘수록 기금을 통해 지자체가 공공재(사회간접자본)를 공급한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기회비용의 관점에서 보더라도 미활용 기금 규모가 늘수록 기금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낭비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향후 민간에게도 융자의 범위를 확대(다만 그만큼 기금운용의 리스크는 더욱 커지겠지요)하는 등 새로운 융자수요를 발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1. 지자체 부채에 관한 또 다른 이슈

한편 지역개발기금 및 채권에 주목하게 되는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지자체 부채의 상당부분이 바로 이 지역개발채권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예컨대 2016년 말 기준으로 보면 시군 등 기초자치단체 채무의 60% 가량이 바로 지역개발기금으로부터의 차입에서 비롯되며 이것은 광역시도가 지역개발채권 발행으로 인해 지는 채무와 거울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광역시도가 지역개발기금을 어떻게 운용하느냐는 것은 사실 그 산하 기초단체의 채무상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기금운용에 있어서 더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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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가격이 떨어지는 절대보팅금액이 줄어드네요...
ㅠㅠ
그래도 같이 힘냅시다!! 화이팅!
후후후 딸기청이나 만들어볼까합니다!
https://steemit.com/kr/@mmcartoon-kr/6jd2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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