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공개념에 대해 짚어보자: 경제학도의 관점에서 보는 토지공개념의 당위성

in #kr6 years ago (edited)

이번 정부 발의 헌법 개정안에 명시될 것으로 보이는 토지공개념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습니다.

사실 토지공개념은 이미 현행 헌법 제122조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공식적인 해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헌재 97헌바55 결정).

헌법 제122조는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 모두의 생산 및 생활의 기반이 되는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개발과 보전을 위하여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그에 관한 필요한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

'토지공개념'이라는 말만 쓰지 않았지 사실상 토지공개념을 지지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쪽에서는 이러한 토지공개념을 사유재산에 대한 부정, 나아가 공산주의에 대한 옹호로 비약해서 비난하기도 합니다. 물론 이것은 대응할 가치도 없는 헛소리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선동이 일부 계층에서 먹히는 이유는 토지를 마치 사적으로 소유되고 거래되는 '자본'과 똑같은 생산요소로 간주하는 오랜 관행에서 일부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토지에 대한 소유와 이용을 일정부분 제한한다는 것이 곧 사유재산에 대한 부정인 것인양 오해되는 것입니다.

다른 한편 토지공개념에 관해 옹호자들 사이에서도 개념적 혼란이 간혹 이뤄지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토지공개념을 '토지=공공재'라고 이해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토지는 사실 공공재가 아닙니다. 토지가 공공재가 아닌 것은 토지가 공공성을 띄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애초에 토지는 엄밀한 의미에서 재화 내지는 상품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본래 토지의 특수성을 잘 이해했던 19세기 고전파 경제학에서는 이러한 혼란의 여지는 크지 않았다고 보입니다. 스미스에서 리카도에 이르기까지 토지는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거래되는 재화나 상품과도 그 성격이 다르며, 특히 자본과 같은 다른 생산요소와도 차별적인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고전파 경제학의 지혜는 잊혀진지 오래입니다.

한 마디로 '(주류)경제학이 잘못했네!'

경제적 측면에서 토지자원의 가장 두드러진 차별성은 인간의 사회적 노력을 통해 (확대)재생산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지극히 힘든 생산요소 중 하나라는 것입니다. 물론 조선시대를 거치며 면적이 획기적으로 넓어진 우리나라 강화도의 경우처럼 간척을 통해 주어진 땅을 늘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 범위는 전국토에 비해 제한적입니다. 또한 일부 광물 같은 경우는 아예 인위적인 재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기도 합니다.

반면 일상에서 거래되고 소비되는 상품은 주기적인 '(확대)재생산'이 용이하다는 데 그 특징이 있습니다. 예컨대 전국민의 맥주소비량이 두배 늘면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생산설비 확장과 추가고용으로 맥주회사들은 맥주생산을 두 배로 늘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상품이란 소비의 수준을 유지하거나 늘리기 위해 재생산되거나 확대재생산되는 사회적 노력의 산물입니다. 흔히 또 다른 생산요소로 분류되는 자본도 다르지 않습니다. 자본 역시 그 자체로 '상품을 낳는 상품(스라파)'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보통의 재화나 상품 그리고 자본은 생산성에 대한 기여로 보상되고 그 사적소유가 허용됩니다.

하지만 애초에 토지는 앞서 말한 간척사업의 예나 건설 및 설비투자를 통해 주어진 토지를 더 유용하게 만드는 것 외에는 그 공급을 늘릴 방법이 매우 제한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경제원론 교과서에서 배우는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이 대표적으로 토지에 적용되는 것입니다. 지금 주류경제학에서 반쯤은 잊혀졌지만 리카도가 정식화한 이러한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은 본래 토지에만 적용되는 것이었지 자본이나 노동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했듯이 토지는 광물이나 천연자원과 마찬가지로 그 공급이 대단히 제한적이며 임의로 재생산할 수 없는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토지에 한계수확체감이 적용된다는 것은 그 개발과 이용이 활발할수록 역으로 추가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생산성은 떨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열심히 토지개발을 해도 결국 흔히 말하는 '목 좋은 땅'은 한정되어 있으며 여기서 얻는 높은 수준의 임대료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이 붙으면 붙을수록 더 비싼 가격으로 토지를 구입해야 하며 궁극적으로 토지의 수익성은 떨어집니다.

반면 일부 고전파 경제학자들이 산업자본에 주목하며 지주에 맞서 산업자본가의 이익을 옹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산업생산에는 이러한 '한계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이들은 산업자본의 경우 노동의 분업, 기술에 대한 투자, 자본(기업) 간의 경쟁 등등의 메커니즘으로 오히려 투입 대비 산출의 생산성이 늘어나거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토지분배의 공적/사회적/윤리적인 정의에 대한 여러 논의들은 다른 분들이 훌륭하게 하고 있으므로 여기서는 토지공개념을 국가가 옹호해야 할 생산적인 측면에서의 당위성에만 집중해 봅시다.

당연히 국가가 토지에 대한 투기적 목적의 거래나 점유를 제한해야 하는 이유는 애초에 이 토지개발에 지나치게 많은 자원이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그것은 앞서 말한 이유에서 (산업발전이나 국민의 복지지출) 더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었을 자원의 낭비입니다. 왜 천연자원이나 토지의 생산력에 의존한 1차산업에 특화된 저개발국가들이 경제발전과 복지확대에 곤란을 겪는지를 생각해면 쉬울 것 같습니다. 또 너도 나도 임대업이나 숙박업 그리고 관광업에 뛰어들며 지대수취 등에 소득을 의존하는 지역의 산업이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봅시다.

물론 고도로 발전된 산업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부동산이나 비트코인(가상화폐)과 같은 희소하고 공급이 제한된 재화에 사회적 자원이 낭비되는 일들이 때때로 일어나곤 합니다. 이것은 국가가 속수무책으로 바라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제가 이해하기로 토지공개념이란 이미 정책당국에 의해 자명한 것으로 이해된 무언가를 헌법에 명시해두겠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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