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피셜] 우리나라 레고(LEGO) 가격이 비싸진 이유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10년차 레고인이자 초보 유튜버 브라이언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반갑지만 찜찜함이 남는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 이번에도 썩 유쾌한 소식은 아닐 것 같습니다. 중국산 짝퉁 레고 판매업자가 실형을 받으면 레고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 과연 유리할까요?

우선 저는 저작권을 무시한 중국산 짝퉁 레고는 말할 것도 없고 이른바 호환 블럭이라고 하는 제품은 세상 누구보다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유통업자들이 법의 처분을 받게 된 건 당연한 결과이고 응당 그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중국산 짝퉁이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의 레고 살림살이는 그닥 나아질 것 같지 않아 걱정입니다. 심증만 갖고 있던 걸 글로 풀어서 쓰려고 하니 답답함부터 밀려 옵니다.

자료를 찾으려고 우리나라 완구 시장 통계나 레고의 시장 점유율 같은 자료를 찾아 보았는데 제 눈에는 도통 보이지 않네요. 그래서 레고코리아의 재무제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과 추정할 수 있는 것만 정리를 해볼까 합니다.

아직 많은 분들이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습니다. 레고사는 세계 1, 2위를 다투는 굴지의 완구기업인데 주식회사가 아니라 개인회사입니다. 레고사를 창립한 Ole Kirk Christiansen 집안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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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 레고를 독점으로 유통하는 레고코리아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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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공시시스템에서 제공하는 기업 개요를 보면 레고코리아가 주식회사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기업 분류상으로는 대기업이네요. 대기업인데 임직원 수가 56명입니다. 매출을 보면 알짜 회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에 비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은 말도 안 되게 낮는 수준입니다.


[단위 : 원]

레고코리아의 재무제표에 있는 내용 중 살펴봐야 할 기본적인 항목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극적인 변화는 2011년에 나타났습니다. 매출액이 전년 대비 거의 2배에 가까이 성장합니다. 2012년은 또 2011년의 2배 가까이 뛰어 오릅니다. 이 무렵에 나온 제품이 있는데 바로 닌자고입니다. 기억하는 분도 많을텐데요. 당시 닌자고는 정말 어마무시한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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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영화나 만화의 라이선스를 사다가 장사를 하던 레고사가 간만에 자체 개발한 캐릭터를 선보였는데 그게 닌자고입니다. 시중에 제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여서 웃돈에 웃돈이 붙어 팔려 나갔습니다.

하지만 이후 닌자고를 잇는 히트 상품이 나오지 않으면서 매출은 정체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난해 매출액은 약 1,245억 원으로 2016년에 비해 약 25.4%(424억 원) 줄어든 큰 폭의 하락을 기록합니다.

레고코리아의 영업이익 역시 곤두박질 쳤습니다. 2016년 대비 무려 약 34.7% 줄어든 44억3천만 원에 불과합니다.

닌자고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2012년을 제외하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 비율은 4% 안팎으로 일반적인 기업에 비해 상당히 낮습니다. 심할 때는 1~2% 수준에 머물 때도 있었습니다. 이 정도면 사실상 제품을 들여와서 거의 남기는 게 없는 회사로 봐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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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레고의 대부분은 싱가포르를 거쳐 들어오는 구조이다. 실제 제품이 거쳐오는지 서류상으로만 그렇게 하고 선적은 다른 곳에서 하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렇지만 레고코리아는 특수한 회사입니다. 판매하는 제품을 100% 수입하는 유통회사라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즉, 레고코리아의 영업이익이 낮은 것은 장사를 못해서가 의도된 것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가정입니다. 저의 뇌피셜이죠.

요즘 우리나라 레고 가격은 전세계에서 가장 비싼 편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전세계에서 가장 레고가 싼 나라로 꼽혔는데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체감상 매년 20~30%씩은 가격이 오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닌자고 출시 이후 레고코리아의 매출이 급증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레고사는 레고코리아에 기대 이상으로 많이 쌓인 수익을 합법적으로 끌어가고 있습니다. 레고코리아에 판매용 제품을 제공하고 그 대금을 받아가는 겁니다. 외국계 기업이나 대기업이 계열사 자금을 끌어갈 때 쓰는 흔한 방법이죠.

위의 표를 보면 매출액과 비례해서 매출원가도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매출액이 증가하면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도 어느 정도는 비슷한 증가 추이를 보여야 하는데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이익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매출액과 비례해서 늘어난 건 매출원가 뿐입니다. 매출원가가 늘어났다는 건 수입물량 또는 수입가격을 늘렸다는 의미입니다. 둘 다를 늘렸을 수도 있고요.

레고코리아는 물량과 가격 중 어느 쪽을 늘렸을까요? 저는 가격을 더 큰 폭으로 올렸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이후 매출과 재고자산이 비슷한 선에서 유지되고 있는데 물량을 크게 늘리지 않았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그리고 2011년 이후 호황을 누린 레고코리아의 잉여금을 가져가기 위해 물량을 급격하게 늘리기 보다는 당시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레고 공급가격(매입원가)을 끌어 올리는 방법을 택했을 겁니다.

사실 다른 나라에 비해 비슷한 수준이거나 비쌌더라도 가격을 올렸을 겁니다. 레고코리아가 장사를 잘 하고 못 하고는 나중 문제니까요. 당장 레고사의 매출과 수익을 높이려면 잉여금을 끌어 오는 게 훨씬 중요했겠죠.

한가지 희망적인 것은 상승 추세를 이어가던 레고코리아의 매출이 큰 폭으로 꺾였다는 사실입니다. 이 말은 레고사가 레고코리아에서 가져갈 잉여금이 그 만큼 줄어들었다는 의미입니다. 계속해서 매출원가를 높게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을 직면하게 된 것이죠.

믿거나 말거나 희망회로를 돌려 보자면 내년 이후에는 국내 제품 출시 가격이 다소 내려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제발 그렇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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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에 관심은 많으나.. 가격 장벽에 부딪혀 쳐다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국내 출시 가격좀 내려갔으면 좋겠습니다. ^^

내년에는 제 예상대로 조금 제대로 정상화가 되길 바라 봅니다...

코인 가격은 좀 올라야 되고, 레고 가격은 좀 내려야 되고..

레고 가격은 좀이 아니라 30% 이상 내려야 쳐다볼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의도적으로 수익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것 같네요. 우리나라에선 뭐든지 다 비싸게 파는것 같아요. 유명 제품은...

이익 수준이 낮으면 법인세도 낮게 부과되니까 유리할 겁니다. 이거 까 보니까 진짜 몹쓸 회사네요 ㅎㅎ

다행히 전 레고를 좋아하지않아서... 가격에 관심이 없네요! ㅋㅋ

레고 관련 글을 쓰다가 더 시커먼 세상을 보게 된 느낌이라 저는 영 기분이 안 좋습니다 ㅠㅠ

세상 어디에나 파고들면 시커먼 곳이 존재하기 마련이죠!!
힘내세요~

레고코리아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진짜 이들은 아무 힘없는 존재.. ㅠㅠ

우아........엄청나네욤........모든건 다 창립자에게...ㄷㄷㄷ

이맛이 사업하는 맛!!

크흐.......부럽긴하네용! ㅎㅎ

잘 봤습니다.

반갑습니다~

어떻게 보면,, 21세기 무역 식민지죠...

내수 시장이 작다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하고요... 무역 외에는 방법이 없으니 적당히 주고 받아야 하는데 항상 당하는 쪽인 것 같은 건 제 기분 탓은 아니겠죠...

한국은... 타국과 하는.. 무역중에 손해 안보는게... 뭐가 있을까요 ㅠ
늘 손해보는 기분입니다 ㅎㅎㅎ 퍼주는 기분이랄까.. 그래도 나라가 굴러가긴 하네요 ㅎ

헉! 놀랍군요. 한번 올린 가격을 내리기는 쉽지 않을텐데...ㅜㅜ

방법이 없으니까 조정을 하기는 할 것 같습니다

닌자고는 별로 안끌리던데
이쁜레고 많이 나와줬으면~!

닌자고는 처음만 괜찮았고 이후로는 망테크를 타서 혼돈의 카오스가 되었답니다~

이 정도면 거의 뭐 99% 확신범이네요.
참 애+어른들 돈 털어서 지저분하게도 돈 버는군요.

외국계기업의 운명 같아요.....

네 자동차업계도 거의 사정은 마찬가지죠.
기업들이야 합법적인 절세라고 하겠죠.
그건 이해한다쳐도 돈 안되는 시장이라고 무시는 안 했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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