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숲, 고령산 앵무봉 한바퀴

in #kr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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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파주 광탄면에 있는 고찰 보광사를 들렀었다.
경내를 잠시 둘러 보고선 곧장 일주문을 빠져나왔다.
산사를 품은 고령산은 쳐다만 보고 쌩하니 돌아선 것.

산새들의 지저귐이 뒷덜미에 매달렸다.
"예까지 왔다가 숲길은 어떡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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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만에 다시 찾은 건 이 때문이다.
보광사 뒷뜰 전나무숲으로 들어섰다.
고령산 등로 A코스의 들머리다.
暑氣가 차단된 전나무숲이라 서늘하다.
너른 숲속 쉼터는 힐링을 위한 장소인 듯.
벤치에 기대어 독서삼매경에 빠진 이,
푹신한 낙엽을 융단 삼아 드러누운 이,
거적 깔린 산책길을 타박타박 걷는 이,
숲을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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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나무숲을 등지고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산사에서 흘러나오는 독경소리가
귓전을 스친다.
계곡물 소리에 섞여 끊어질 듯 이어지며
숲속으로 맑게 번진다.

탁~탁~ 스틱 소리가 미안할만큼 고요한 산속,
졸~졸~ 계류 소리가 잦아들더니 갈림길이다.
이정표는 왼쪽 앵무봉, 오른쪽 도솔암을 가리킨다.
미륵보살이 산다는 곳, '兜率'
그래서 명승고찰에는 필시 '도솔암'이 있다.
도솔암 방향, 오른쪽 임도를 택했다.
산비탈이 가팔라 갈짓자(之)로 길을 냈다.
오프로드 레이서들이 딱 좋아할 길이다.
갈짓자를 크게 열댓번 그리며, 온 몸은 땀범벅이
되고서야 도솔암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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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때 창건, 임란 때 전소, 광해군 때 중건된 암자다.
외관이 오래되어 허름하기 이를데 없다.
이쁘게 포장하자면 청빈 소박한 모습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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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도의 끝이 도솔암이라, 등로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리다가 해우소 옆으로 난 샛길을 발견했다.
샛길은 온전한 등로와 만나 깔딱길로 이어졌다.
급비탈길에는 띄엄띄엄 각목과 통나무를
걸쳐 놓았다.
토사유출을 막으면서 계단 역할까지 톡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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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솔암 거쳐 고령산 앵무봉(622m)에 오르니
핫플레이스, 마장호수가 한 눈에 든다.
호수면에 점점이 박힌 오리배와 출렁다리가 평화롭다.
애초 마장호수로 내려갔다가 버스를 타고
보광사주차장으로 이동해 차를 픽업할 계획이었으나
숲길을 한바퀴 돌아 원점회귀하는 B코스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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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 오면서 모처럼 챙겨 온 집밥도 꺼내 먹고,
숲그늘 벤치에 등 기대어 오수도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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