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된 '부산 아우토반(한식집)'의 정체는?

in #kr6 years ago

얼마 전, 온라인 커뮤니티들에서 아래 짤들이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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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짤은 중앙일보에서 만든 '우리 동네 의회 살림'이라는 사이트의 검색 결과입니다. 아우토반이라는 이름의 가게에서 밤 11시에 23만원의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는데, 아우토반이 한식집 이름이라니 뭔가 이상하다는 거죠. 그래서 네티즌수사대들이 구글에서 아우토반을 찾아보니 룸살롱이 나오더라는 것이 두번째 짤의 내용입니다.




이처럼 구의원들이 업무추진비로 룸살롱에 갔다는 사실이 많은 공분을 불러일으켰는데, 해당 짤을 보게된 후 의문이 생겼습니다. 정말로 사하구 구의원들은 룸살롱에 갔던 것인가? 짤에서 '서면 룸싸롱'이라고 하는데, 흔히 부산에서 서면이라고 부르는 곳은 부산진구 범전동, 부전동 일대입니다. 사하구와는 조금 거리가 있지요. 호기심이 생겨서, 한번 제대로 확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정보공개 청구를 했습니다. 혹시 비슷한 다른 내역이 없을까 궁금해져서, 2016년 6월 1일 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6개월 간 부산 사하구의회 의장단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을 전부 받아봤습니다. 집행처명, 집행처주소, 집행금액, 집행목적, 집행내역, 대상인원 등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 흐른 뒤, 드디어 사하구의회 사무국에서 자료를 공개했습니다. 내용을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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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월 12일 밤 11시 6분에 당시 사하구의회 후반기 운영위원장(허선례 전 구의원)이 부산 사하구에 소재한 아우토반이라는 가게에서 23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명목은 "주민 불편 사항 관련 의견교환을 위한 의원 간 간담회"구요, 의원 8인이 동행한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주소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으면 '아우토반'의 정체를 밝히는데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사무국에서는 소재지만 공개했습니다. 전화 통화를 통해 원래 요청했던대로 주소지를 정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했지만, 카드 고지서에는 사업장 명과 소재지까지만 나온다며 자신들도 정확한 주소지를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른 지방의회에 마찬가지로 정보공개 청구를 했을 때는 주소지도 공개되었다는 점을 생각해봤을 때 좀 이해하기 어려운 답변이긴 합니다.


사무국이 공개한대로, 정말로 아우토반이 사하구에 소재한 사업장이라면 '서면 룸싸롱 아우토반'과는 거리가 좀 있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아우토반'의 정체는 정말 한정식집이었던 걸까요? 그런데, 사하구에 소재한 아우토반이라는 사업장을 찾아보니 두 개의 사업장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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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사하구 신평동에 위치한 두 개의 아우토반입니다. 위쪽 아우토반은 룸살롱.단란주점으로 분류되어 있고, 아래쪽 아우토반은 지도 검색으로 확인해 본 결과 동네 호프집으로 보입니다. 과연 사하구의원들이 간 아우토반은 두 아우토반 중 어떤 아우토반일까요?


의회 사무국에서 명확하게 주소를 공개하지 않은 이상, 여기서 더욱 구체적으로 정체를 밝히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추측은 해볼 수 있겠지요.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 카드는 보통 '클린 카드'를 사용합니다. 클린카드의 경우 유흥업소로 등록된 업체에서는 사용 승인 거부가 나도록 제한을 걸어놓은 카드입니다. 룸살롱/단란주점으로 등록된 위쪽 아우토반에서 해당 카드로 결제를 하긴 어려웠을 듯 합니다.


그 뿐 아니라 해당 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난 당시 사하구의회 의회운영위원장 허선례 전 의원은 여성입니다. 물론 여성 의원이라고 룸살롱에 출입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만, 일반적으로 자주 있는 일은 아니겠죠.


다만 원칙적으로 의회운영위원장만 사용하도록 되어 있는 카드라고 해서,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해당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정보공개센터는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 지역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현황을 분석하면서 위원장이 아닌 사람이 카드를 대신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정황들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술집이냐, 룸살롱이냐.. 아우토반의 진짜 정체가 무엇이 되었든 간에, 아무리 봐도 '한식집'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설령 한식집이 되었다 하더라도, 지방의회 의원들이 사흘에 한번 꼴로 '간담회'를 명목으로 매번 한끼에 수십만원씩 식사비를 쓰는 것도 곱게 보기 힘든 것이구요. 정말로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간담회를 했는지, 그냥 술자리를 가졌는지 지역 주민들이 알 길도 없으니까요.


매 번 반복되는 업무추진비 문제, 민선 7기 지방의회에서는 달라질 수 있을까요?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은 미리 공지된, 공식적인 행사에 한해서만 허용한다거나 공개적인 증빙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요? 지방의회가 불신의 대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율적 노력들이 이어지길 바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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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업무추진비 공개지침엔 주소지와 상호명, 참석자도 공개하게 되어 있는데 말이죠. 처벌규정이 없으니 개차반처럼 정보공개를 해도 막을 방법이 없네요.

이것 법개정 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지.

정말 주소지를 공개 안하는건 이해가 안되네요. 이제까지 그런 경우가 별로 없었는데...

신용카드 매출전표엔 사업자등록번호가 있지 않나요? 사업자번호에 많은 정보가 있을텐데...

아 아예 증빙자료인 매출전표를 스캔해서 공개하라고 요청해도 괜찮겠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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