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서울 시내 25개 기초의회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내역을 파헤쳐 보고 있는데요, 오늘은 말 그대로 '공금 유용'의 성격이 짙은 사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용산구의회'의 사례입니다.

용산구의회 의장이 사용한 업무추진비 집행 내역을 살펴보면 유독 약국에서 쓴 돈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약국에서 쓴 돈 내역을 살펴볼까요?

용산구의회 의장인 박길준 의원은 용산구에 소재한 한 약국에서 44개월에 걸쳐 총 73회, 5,408,180원을 집행했습니다. 보통 구의회 의장은 전반기, 후반기에 각각 새로 뽑기 마련이지만, 박길준 의원은 2014년 7월부터 현재까지 4년 간 의장직을 역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정보공개센터와 알권리감시단이 추적한 해당 사례를 바탕으로 한겨레에서 취재한 결과, 의장 본인의 혈압약 구매로 사용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고령의 의장이, 건강이 좋지 않아 혈압약을 사먹었다는 것입니다. 업무추진비는 반드시 의장의 직무와 관련된 사안에만 집행해야 합니다. 업무추진비로 개인의 약품을 구매한 것은 명백하게 시민의 세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며, 반드시 환수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뭔가 수상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은 강북구의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2017년 10월부터 2018년 1월까지, 강북구의회 의장은 총 1800만원 가량의 업무추진비를 성금을 전달하는 것에 사용했습니다. 업무추진비로 성금을 낸 것 자체는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규정에 따르면, 업무추진비로 이재민이나 불우 소외 계층에 대한 격려, 지원 용도로 금품을 지급할 수 있게 되어 있거든요. 그런데, 성금 지급 날짜가 대부분 6.13 지방선거를 얼마 앞둔 2017년 말, 2018년 초에 집중 된 것이 좀 뒷맛이 씁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4년 동안 별다른 내용이 없다가, 유독 선거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업무추진비로 성금을 낸 것이니까요.

2014년 6월부터 2018년 2월까지, 4년 간 강북구의회 업무추진비 중 성금이 지급된 건은 총 5건입니다. 제일 먼저 성금으로 쓰인 것은 2017년 10월 14일. 종교단체들이 운영하는 난치병어린이돕기 종교연합에 50만원이 지급되었습니다. 한달 후인 11월 13일엔 대한적십자사에 회비 명목으로 돈이 지급되었구요. 2017년 12월 11일 ‘2018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00만원 지급하고, 같은 날 강북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에 3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한 달도 지나지 않아 2018년 1월 4일에는 다시 ‘2018 희망온돌 따뜻한 겨울나기 성금’을 강북구 7개 동에 100만원씩 총 700만원의 성금을 전달했습니다. 4년 간의 임기 중, 유독 임기 말, 선거 전 시기에 성금 지급이 집중되어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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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목적과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금을 전달한 것 자체는 좋은 일 아니겠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강북구의회의 성금 전달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살펴보면 해당 기사 어디에도 업무추진비예산을 성금으로 집행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기사를 접한 지역주민들은 성금이 세금으로 집행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습니다. 성금은 시민의 세금으로 지출하고 정작 생색은 지방의회가 내는 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