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노트] 블록체인이 매력적인 이유, 그리고 경계해야 할 것

in #kr6 years ago (edited)

우리는 하루 종일 수많은 데이터를 만들어 낸다. 검색창에 관심분야를 검색하고, 흥미있는 영상을 찾아서 보며, SNS를 통해 글과 사진을 남기고,어느 맛집이 맛있는지 후기를 남기며, 내가 사고 싶은 것을 매장에서 카드로 지불하거나 인터넷으로 주문한다.

이것은 현재의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전혀 돈이 되지 않는 개인의 일상적인 삶일 뿐이다. 하지만 이미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맞춤형으로 자신들의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이렇게 우리가 생산하는 데이터들을 자신들의 서버에 저장해놓고 활용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부가적인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가고 있다.

블록체인의 등장은 이러한 구조의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기업에서 독점하던 데이터를 각 노드에 분산시킴으로써 데이터 생산자는 생산에 따른 보상을 얻고 데이터 소비자는 그동안 특정 기업이 독점했던 데이터를 생산자와의 P2P 구조를 통해 축적하고, 또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다. 또한 데이터의 무결성을 확증해주는 블록 생성자 역시 그에 따른 보상을 얻는다. 이것이 블록체인에서 말하는 모두가 윈윈하는 이상적인 사회이고, 탈중앙화된 구조이다.

우리의 미래 사회에서는 데이터가 우리의 자산이 되며, 블록체인 기반의 구조에서 우리는 일상을 영위하면서 데이터 생성에 따른 보상을 추가적으로 얻는다.

IoT 사물인터넷을 활용하여 우리는 데이터를 생산해내고
블록체인을 활용하여 데이터의 무결성을 확보하고, 생산에 따른 보상을 획득하며
수집한 데이터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그 데이터는 인공지능에 활용되어 우리의 삶은 대부분 자동화에 이르게 된다.

여기까지가 4차산업혁명이 그리는 장밋빛 미래이고, 필자가 블록체인에 매료된 이유이기도 하다. 블록체인에 대해 공부하기 전까지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은 파편으로만 이해될 뿐, 하나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없었는데 블록체인을 공부하면서 비로소 그 연결이 완성이 된 느낌이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삶을 사는 것이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이고 자산이 된다고? 그게 가능할까? 나는 그것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스팀 블록체인과 스팀잇을 통해.

앞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될 분야는 무궁무진하다. 우리가 데이터를 만들어내고 그것이 활용되는 분야라면 모두 블록체인이 적용될 수 있다. 즉, 개인이 만들어 내는 데이터의 중요성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이 그리는 미래가 환상적으로 느껴질수록 그 이면에 대한 고민도 조금씩 커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주관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가장 근본적인 의문은 이것이다.

  • 우리는 데이터의 가치 판단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인간은 이기적이며 합리적인 동물이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고 싶어하며 다른 이와 비교해서 더 많은 이익을 차지하고 싶어한다. 다만 여기서 "이익"이라는 것이 꼭 금전적 보상만을 의미하지는 않으며, 또 그것이 반드시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맞아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어떤 사람은 금전적 보상보다 타인이 고통받는 것을 보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도 있고, 어떤 사람은 사회적 합의에서 벗어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곧 공공의 이익으로 등가교환되지 않는다.

블록체인에서의 "신뢰 프로토콜"은 일상적으로 쓰는 "신뢰"라는 단어와는 미묘한 어감차이가 있다.

우리에게 일반적인 "신뢰"는 단순한 참, 거짓의 판단을 넘어 그것이 사회적, 국가적 합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 미래적 가치 등등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을 믿는다고 전제할 때, 블록체인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는 그것이 참이다 라는 것을 보장할 뿐이지 그 가치 자체가 "윤리를 벗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보장하지 못한다.

우리는 수많은 데이터를 만나지만 그 데이터들 중에는 "착한 데이터"도 있고, "나쁜 데이터"도 있다. 만약 블록체인에 올려지는 데이터가 어떤 악의에 의해 형성되는 데이터라면? 예를 들어, "일베" 사이트를 블록체인으로 운영한다거나, "소라넷"을 블록체인으로 운영한다거나 본인도 모르게 찍힌 리벤지포르노가 블록체인에 박제되어 영원히 삭제하지 못한다거나 CCTV블록체인이 생겨서 전세계의 CCTV를 통해 당신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면? 나의 의사에 반하여 생성된 데이터가 블록체인을 통해 영원히 박제된다는 상상을 해보면 끔찍하고 그런 암흑의 블록체인들이 야기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생각하면 더더욱 끔찍하다.

기술 자체는 가치 판단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담론은 꾸준히 이야기되어야 한다. 현재의 블록체인은 전적으로 개발자의 선한 의지에 맡겨져서 설계가 되며, 이용자들의 합의에 따라 네트워크가 돌아가는 구조이다. 그러나 개발자, 그리고 이용자들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벗어나고 사회 혼란을 야기할 경우, 더구나 탈중앙화를 표방하는 블록체인이 악용될 경우 어떤 주체가 어떤 방식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이런 문제들에 대한 고민으로 블록체인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게 될 때, 진짜로 우리의 삶은 앞서 그린 4차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따라가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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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기술이 됐건 결과적으로 '나쁜놈'들의 손을 피할 순 없을 거라고 봅니다. 비트코인도 초창기에는 블록체인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탈중앙화'라는 대의에 동의한 이들 위주로 채굴이 됐겠지만, 지금은 돈을 노리고 몰려오는 채굴업자들이 코인판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지 않습니까. 스티밋도 마찬가지로 '채굴업자'들이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구조거든요. 가끔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몰아주기 보팅, 다중계정 보팅 등등이 다른 코인판에서 벌어지는 채굴업자의 행태와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일상이 된다고 해서 국가의 기능 자체가 없어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범죄 사이트가 블록체인으로 운영된다 한들 운영주체는 특정 국가의 국적을 가진 인물일 수밖에 없고 결국엔 검거될 것입니다. 다만 리벤지 포르노 같은게 블록체인에 올려질 경우는 다른 문제가 야기될 수밖에 없습니다만, 결국 어떤 '사건'이 터지기 전에는 구체적 논의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떤 제도를 완벽하게 정비한다고 해도 그것을 악용하는 방법은 반드시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또 그것이 피부로 느껴지는 어떤 계기가 있기 전까지 충분히 논의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에도 공감합니다. 이런 어두운 부분에 대해서 기존 학자들은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는가 살펴봤지만 아직은 개발자가 선한 의지를 갖고 만들어야 한다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이 될 지 논의하기란 쉽지 않겠지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한 지속적인 고민은 반드시 필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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