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무조건적인 친절과 오지랖은 화를 불러온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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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실상 배설글이다. 최근에 내 머리를 상.당.히 아프게 했던 일이 있어 뭉뚱그려 써보려고 한다. 별로 영양가 없는 내 최근 이야기이니깐 뒤로가기를 눌러도 좋다. 지금도 그 친구를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쩌면 내가 잘못한 것인지도 몰라 이렇게 편한 장소에 일기처럼 글을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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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내 오지랖이다. 난 유학시절부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좋아했고,덕분에 다양한 기업의 인사팀분들과 교집합이 자주 생겨 자연스레 인맥이 형성되었다. 또한 작년 초부터 전역 직전인 9월까지 활발하게 국내에서 구직활동을 했다. 방법은 몇백개에 달하는 회사를 내 멋대로 분석하고 추려내서 인사담당자 혹은 일반 사원 심지어는 CEO, CTO까지도 연락처를 알아내 내 이력서와 회사에 관심이 있다는 메일을 보냈다. 대부분의 회사에서는 얼굴이나 한번 보자는 마음에서인지 답변이 왔고 다양한 회사들을 탐방 다녔다. 이 덕분에 다양한 인맥이 형성되었고, 특유의 오지랖이 겹쳐 연락이 대부분 끊기지 않고 연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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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한 이야기는 후에 Life Story에서 자세히 다루겠다. 무튼 그렇다보니, 사람이 필요한데 잘 구해지지 않을 경우 나에게 연락이 오는 경우가 있다. 물론 시작은 진심인지 인사치레인지 모를, "우리 회사 언제 올거야?" 라는 말로 시작하고 결국 사람을 소개 시켜주게 된다. 물론 나도 아무나 소개 시켜주진 않는다. 아무리 취직이 급한 친구여도 추천해주기 알맞지 않으면 찾아보겠다고 완곡하게 거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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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이 길었다. 저번 주말, 아는 여자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오래전 동아리를 같이하던 동생이었고, 오랫만이라서 연락을 하는데, 갑자기 혹시 취업자리 없냐는 질문을 해왔다. 약간 의아했지만, 마침 아는 형네 회사에 해외 영업지원 자리가 있어서 추천을 해줬더니, "와 오빠 진짜 헤드헌터 일 하나보네요?"라는 말을 들었다. 불안감이 업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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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내가 X라는 친구를 좀 유망한 IT 솔루션 회사 인사팀장님과 연결 시켜 준 것이었다. 약 한달 반 전 일이었고, 알아보니 최종 면접에서 떨어졌다고 한다. 나는 소개를 시켜준 뒤로는 딱히 연락을 취하지 않는다. 회사에서도 요구하는게 있고 인사팀의 안목이라는게 있으며 나도 사람이니 개인 감정이 들어간 추천을 했을 수도 있기에 원하는 인재상에 맞지않으면 추천한 사람이 떨어질 수도 있는거다. 이건 당연한 부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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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떨어진 X는 우연히 4-5명이 모인 자리에서 자기가 이런회사 최종면접까지 갔었다고 얘기하면서, 비공채 시즌에 면접을 보게된 썰을 풀면서 아무래도 내가 헤드헌터 일을 하고 있는것 같다고 말을 흘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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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라는 직업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내 호의가 결국 내 이득을 위해서였다는 걸로 변질되는게 화가 났다. 혹시 간단하게 요약해서 쓴한중일 연합 야구팀을 하면서 정치를 당했던 일을 읽어봤다면 내가 이런 오해를 왜 이렇게 싫어하는지 대충 감이 잡힐거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대로 두면 더 큰 혼란이 올까봐 도움을 주었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봤다. 몇몇은 소개해준 친구나 인사쪽 분에게서 이미 고맙다는 감사인사를 해와서 합격한 걸 알고 있었지만 전부 연락하다보니 X만 빼고 전부 내가 연결시켜준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좀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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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혹시 내가 헤드헌터 일을 한다고 생각했느냐는 말을 돌려서 물어봤지만, 한 두명 빼고는 그게 뭐냐고 물어왔고, 한 두명 마저도 "형(너) 헤드헌터냐? 잘어울린다"라고 물어와서 '아니'라고 답변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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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X에게 카톡을 했다.
나:"혹시 이런이런 일을 전해 들었는데 의심해서 미안하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
X:"심증이 가서 얘기했던게 있었는데 왜?"
나:"보이스톡 할게"
그렇게 다소 격앙된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락을 했다. 이런저런 개인사랑 부모님 안부(나쁜뜻이 아니라 진짜 안부...)를 물었고, 이어서 본론, 왜 그런 심증을 했고 그걸 겉으로 꺼냈는지에 대해서다. 다소 횡설 수설하면서 대답하긴 했지만 요지를 모아보자면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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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연락 된 친구가 이런 좋은 기회를 아무 이유도 없이 줄 리는 없어서 의심했고, 또 최종면접에서 떨어진게 너무 아쉽지만 그래도 자랑스러워서 이야기 하다보니 다들 본인을 띄워줘서 오바해서 심증도 자연스럽게 얘기했다는 것이다.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되었고, 사과하는 X에게 그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다행히 그 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런 이야기를 한 자리였단다. 그리고 헤드헌터가 보상금액을 받는 방식은 일반적으로 채용이 완료 되었을 때, 연봉의 몇십퍼센트를 받는 방식이라고 알려주며, 완전히 궁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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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있었던 친구들한테는 번거럽더라도 혹시 기회가되면, 뭐 기억을 할지 안할지도 모르지만 나에 대한 심증은 틀렸었다고 해명(?)해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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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낮부터 어제까지 별 것도 아닌 일이 물리적인 거리가 떨어져 있다보니, 상당히 골치 아픈 일로 다가왔다. 쓰고보니 참 별 일이 아니었구나 싶다. 하지만 내 오지랖은 어디 안 가는지 어제 셋밖에 없는 대학교 알동기 동갑 친구가 원래 가려했었던 서울대대학원을 개인사정상 가지 않고, 상당히 아쉬운 조건으로 취업을 하려하길래, 방금 그런 일을 겪고 났지만, 적극적으로 아는 회사를 소개 시켜주었다. 버릇은 못 고치나 보다. 난 계속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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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다 쓰고나니 속이 후련하다.

무조건적인 친절과 오지랖은 화를 불러온다.
하지만 그 덕에 오래 이어지는 인연은 내게 너무 큰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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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날씨에요 감기조심하세요^^
비오고 눅눅하고 불쾌지수 높은 날이지만!! 화이팅

오치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화이팅!!

괜히 마음 쓰셨네요~ 저도 비슷한 일 겪었는데 앞으로는 절대 안해야지 하면서도 또 같은 일을 하고 있더군요 ㅎㅎ 훌훌 털어내셨길!

마음 쓸 일까진 아니었지만, 혹시나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친구들과 오해가 생길까봐 불안감이

순간적으로 엄습해온건 사실인 것 같네요.

더군다나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다보니 더 예민해진것도 같아요.

물론 지금은 글로도 쓰고 나니깐 훌훌 털어내지네요! ㅎㅎ

좋은일 하셨네요 ㅎ 저도 이게 화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 친구분들이 좋은 친구를 두셨네요 ㅎ

화가 될 뻔한 일을 미리 발견한게 아닌가 싶네요, 어쩌면 제가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보고

놀란 격일수도 있겠지만, 긴가민가하는 불은 미리 끄는게 맞겠죠!

글로 읽었을땐 그렇게 마음쓸일은 아닌듯 한데...ㅎㅎ
가끔은 호의가 오해를 불러 올때도 있긴하죠... 뭐든 적당한게 제일인듯!

전에 겪었던 일이 있다보니, 그랬던것 같아요.

저도 글을 다 쓰고 저 스스로 트라우마인가?하고 생각이 들게 되더라구요.

보통 정말 단 한톨의 이익도 바라지 않고 한 일에서

뒷 얘기가 나오는 일이 생기면 저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곤 하더라구요.

이런 부분은 한번 저 스스로 왜 그렇게 예민했는지 생각해봐야겠네요^^

어떤 화를 불러왔을까 긴장하면서 읽었는데
다행히 화(禍 : disaster)까지는 아니고 화(火 : anger)만 발생한 상황이어서 안심이긴 하네요.

좋은 의도에서 한 행위에 어떤 계산이나 설명이 필요하다면 참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몇년만에 연락해서 일자리를 부탁해놓고선 되레 의심하는 X라는 분이 참 의심스럽네요. 의심이 되면 차라리 그 자리에서 혹시 내 소개해주면 보수도 받는 것인지? 물어보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고, 탈락한 자리를 굳이 소개자까지 들먹이면서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는 것은, 만약에 제가 choim님 입장이었더라면 몹시도 화가 났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잘 다스리시고 또 당사자에게 직접 talk to 까지 하신 것에 대해서 진심 박수를 드립니다.

네.. 화라는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그 화가 난 부분도 바로 이 부분이네요.

좋은 의도에서 한 행위에 어떤 계산이나 설명이 필요하다면
참 속상하고 안타까운 일인 것 같습니다.

과연 제가 이 행위로 인해서 얻은것 얻는것이 있었는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봤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그날 일을 전해 들었을 땐 화가 많이 나긴 했어도, 바로 연락을 못했죠.

그래도 그냥 모르는척 넘어가기엔 상당히 껄끄러워서 조심스럽게 미리 연락을 취했고

생각보다 잘 풀렸습니다. 확실히 글을 다 쓰고 댓글들을 읽고 보니

제가 다소 과민하게 반응한것도 같더라구요^^ 글 읽고 정성어린 댓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화가 오지 않았으니 걱정 마세요.

하지만 님의 소개로 취직한 분들에게서 '얼마 드릴까요?' 하는 전화를 받으면 당황할 듯.....

전부 친구들이나 아무리 멀어도 밥이나 술자리는 한두번 해본 친구들이라 그냥 나중에

밥 한끼나 술 한잔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만약 금액으로 다가왔다면 오히려 제가 화났겠네요ㅋ

순수한 호의로 한 일인데
상대쪽에서는 뭔가 그만큼 얻는 게 있어서 했겠지 생각한다면
저라도 속이 많이 상할 거 같습니다.
오해를 푸셨다니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choim님은 능력이 있으시네요.
오지랖이 아니라 그만큼 인맥이 넓으신 거 같습니다.^^

또 어느 순간이 되면 이 인맥이라고 불리는 허울도 한차례 벗겨낼 때가 오겠죠!

인맥이라는게 있다가도 어느날 보면 없는 것처럼 느껴지더라구요.

적당한 관계 적당한 선을 지키는 인맥들은 항상 너무 마음을 주면 안되는것 같습니다!

호의를 잘못받아들였네요. 안타깝기도 하구요.
행여나 헤드헌터라고 할지라도 그런 자리를 연결해준 것부터가 고마운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끔 이렇게 현실에서 무슨 일이 생겨 머리가 복잡할 때 글로 생각을 정리하면 좀 나아지더라구요!

그러고 보니 그렇게 생각하면 어쨌거나 아쉬움이 남는 친구의 처세였던것 같네요..

맞습니다! 그게 제가 스티밋을 이용하는 큰 이유중 하나죠^^

무보수인데 그렇게 발벗고 나서주면 의심 많은 사람들은 오해할 수도 있겠네요. 세상이 그리 좋은 세상이 아닌지라...ㅠㅠ

네! 그래도 그런 오지랖덕에 오래 유지되고,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기회도 많이 생기더라구요!

이 버릇은 평생 못고칠것 같습니다!! ㅎㅎ

어떤 상황인지 정말 정확히 이해가 가네요.
저도 많이 겪는 일이라서요.ㅎㅎㅎ
아마도 본인의 이익이 없는데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잘 없어서
일어나는 일인가봅니다.
뭐 요즘 세상이 그렇잖아요.

그나저나 초이님 능력자~~~~ㅎㅎ

아마도 본인의 이익이 없는데 발벗고 나서는 사람이 잘 없어서 일어나는 일인가봅니다. 뭐 요즘 세상이 그렇잖아요.

정말 격하게 공감됩니다.. 조금 여유로울 때면 안 베풀면 안베푼다고 뭐라고 하고, 그렇다고 베풀면 의심하고, 참 힘드네요. 럭키여신님한테 능력자라는 말을 듣다니ㅋ 성공했네요 ㅋㅋ

베푸는것도 힘든일이에요.
사람들이 선의를 꼬아볼때도 많거든요.
그럴때 전
일단 베풀어보고
꼬아보는 사람에게는 다시는 아무것도 안해줍니다.ㅋㅋㅋㅋㅋ
그게 제가 살아가는 방법.ㅋㅋㅋㅋ
초이님....능력자인건 제가 예전부터 알고있죠!!!!!

꼬아보는 사람에게는 다시는 아무것도 안해줍니다.ㅋㅋㅋㅋㅋ

아 이거 격하게 공감 합니다!! 본인들은 모르겠지 하겠지만 다 보이더라구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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