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낙하

in #kr5 years ago

335px-Francisco_de_Goya,_Saturno_devorando_a_su_hijo_(1819-1823).jpg

(프란시스코 데 고야, <자식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 이미지 출처)

뿌리가 뽑힌 채 부유하는 괴물. 그 후로 그는 연소하는 몸을 가지게 되었다. 삶과 생존의 치명적 관계. 그 불똥은 자신에게 남은 유일한 육체인 뿌리를 먹어 치우며 연명해 왔다. 자기파괴적 자아도 있는 법이다. 자기파괴적 자아는 자아파괴적 자기이기도 한 걸까? 실에 걸리는 장력과 내구도의 괴리 역시 필연적인 운명인 것을. 차갑도록 깔끔한 논리! 한계 너머에서 휘프노스의 형제가 손짓한다. 그를 세계에 붙잡아 두는 중력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존재한다는 무게감, 어딘가를 향해 있다는 방향 감각 역시 점점 더 희미해진다. 반대로 표현해도 의미는 똑같을 것이다. 결국 무게의 증발과 견딜 수 없는 무게는 같은 사태의 다른 얼굴일 뿐이니까. 청하건대 마지막으로 모든 무게를 싣기 위한 마지막 중력을. 모든 무게를 떨치는 마지막 날개를. 깔끔한 논리에 이어지는 지저분한 비약. 깔끔한 도약 뒤에 찾아오는 지저분한 귀결을 떨치기 위한 필사적인 날갯짓이렷다. 삶은 커피보다는 알코올과 더 가까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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