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열광했던 것들

in #kr6 years ago

오래 전 산드라블록 주연의 영화 '네트'를 본 적이 있다.
자세한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컴퓨터를 엄청나게 잘 다루는 여주인공이 컴퓨터를 이용해서 범죄조직을 물리치는 내용이었다.
당시 나름대로 재미있게 보기도 했지만 이 영화가 지금까지 기억이 나는 건 같이 영화를 봤던 언니 때문이다.

영화에서 혼자 사는 산드라블록은 외출도 안 하고 집에서만 생활을 하는데도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컴퓨터로 음식을 주문하고 다른 사람과의 연락도 컴퓨터로만 하고 일도 컴퓨터로만 한다.
물론 영화인 만큼 산드라블록이 살던 집도 당연히 나쁘지 않았고 히키코모리같은 생활까지 즐거워 보였다.

워낙 오래 전 영화라 당시만 해도 산드라블록이 컴퓨터로 하는 일은 정말 최첨단이었고 영화에서나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의 스토리보다 산드라블록이 컴퓨터로 누리는 생활을 보는 데에 더 관심이 있었던 거 같다.

컴퓨터 하나로 일상의 모든 것을 해결하다니!
신세계도 그런 신세계가 없었다.
언니가 이 영화를 보면서 부러워했던 것도 그런 것이었다.
당시 언니가 '나도 저렇게 살고 싶어' 했던 기억이 난다.
언니는 정말로 산드라블록처럼 살고 싶어했다.

오늘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언니한테 물어봤다.
'언니! 옛날에 산드라블록 나오는 영화, 컴퓨터로 모든 거 다 하던 영화 생각나지?'
'응'
'그 때 언니 산드라블록 정말 부러워했었지?'
'응'
'우리 지금 그렇게 살잖아...좋아?'
대화를 하다가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지금은 당연한 거라 특별히 좋을 게 있을 리 없으니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언니와 나는 지금 예전 영화 속의 산드라블록처럼 살고 있다.
히키코모리같은 생활을 하는 건 아니지만 모든 걸 컴퓨터로 하고 있다.
일도 컴퓨터로 하고, 웬만한 연락도 이메일 혹은 컴퓨터보다 더 발전한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
거기에다 가상화폐 기반의 스팀잇까지 하고 있다.
아마 우리나라 사람 대부분이 영화 속 산드라블록보다 더 첨단을 달리는 삶을 살고 있을 것이다.

사실 나는 당시 그 영화를 보면서 산드라블록이 그렇게 부럽지는 않았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랬다.

언니는 얼리어답터의 성향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든 최첨단, 혹은 신제품에 대한 관심이 각별하다.
언제나 새로운 것에 관한 걸 보면 눈이 반짝거린다.
반면 난 여전히 그런 것에 시큰둥하다.

언니는 늘 새로운 산드라블록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난 여전히 남들 따라가느라 힘겨워하면서 아날로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갖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때 그렇게 대단해 보이던 영화 속 생활보다 더 발전된 삶을 살고 있는데도 달라진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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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네트 영화 저도 본것 같은데 해킹관련 내용였던것 같은데... 오래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

맞아요. 무슨 바이러스 관련이었던 것도 같고...저도 자세한 기억은...ㅋ

ㅎㅎㅎ 정말 이러다가 날라다니겠어요...
겁납니다 어쩌면 ㅎㅎ

날아다니게 되면 또 그런대로 적응하지 않을까 싶어요.ㅋ
예전에 우리 날고 싶어했잖아 하면서 말이죠.ㅎㅎㅎ

ㅎㅎㅎ맞아요.. 정말 그랬는데...ㅎㅎ
정말 인터넷이 첨 나올때도 와...ㅎㅎㅎ생각도하기싫슴다~~ ㅎㅎ

제가 어렸을때 미래에 관한 그림그릴때 전화기를 들고 다니는걸 그리곤 했었는데 벌써 우리는 휴대폰 아니 스마트폰을 쓰고 있죠.
가까운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지 궁금합니다.^^

정말 예전에는 상상만 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저도 미래가 궁금하네요.^^

저는 가끔 ㅋㅋ 피처폰일때가 그립네요 ㅋ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모든것이 가능하니 길가에 걸어가는 사람들도 앞이 아닌 핸드폰만 보면서 걸어다니고 유독 우리나라가 심한거같아요 ㅋㅋ

스마트폰으로 안 되는 게 없죠.ㅎ
우리나라가 워낙 유행이 빠르기도 하구요.^^

크...그러고보니 항상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데 모르고 살았네요 ㅎㅎ

지나고 보니 꿈꾸던 미래...ㅋ

네트
자기 정보를 다 해킹당해서 범죄자로 몰려서 도망치던 장면이...
완전한 보안은 없다.. 던가..

뭔가 산드라블록이 굉장히 다급했었던 기억이 나요.
마지막에 무슨 컴퓨터매장같은 곳이 나왔는데...ㅎ
재미있게 봤던 영화에요.^^

개인 정보에 대한 디지털판 영화가 "네트"라면...
개인 정보에 대한 아날로그판 영화는 "화차"아닐까 싶네요
ㅋㅋ

아~화차...정말 그렇네요.
비유가 정말 적절하시네요!ㅋ

그러고보니 집에안나가도 택배나 배달로 먹고살수는 있네요 .. 돈만있다면^^

맞아요. 요즘에는 한발짝도 안 나가도 사는 데 지장이 없을 거 같아요.ㅎㅎ

세상은 정말 빠르게 변해가는것 같아요.
세월이 조금 지나면 어떤 변화된 모습들이 나타날건지
이 글을 읽으면서 그것도 궁금해 지기는 하네요
언니하고 다정하게 지내시는 모습이 좋아요 ^^

정말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잘 상상이 안 되네요.
언니와는 거의 한 몸같이 지내요.ㅋ

영화에서 그 사람이 대단하고 부러운건 주인공이기 때문이죠.ㅋㅋㅋㅋ

ㅎㅎㅎ울곰님! 정곡을 찌르셨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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