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다이어리

in #kr6 years ago

해마다 연말이 되면 나는 다이어리를 사곤 했다.

사실 요즘에는 예전처럼 다이어리를 따로 사서 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거 같다.
구글이나 네이버 캘린더처럼 편리한 것들이 널려있는데 부피나 무게도 있고 일일이 손글씨로 적어야 하는 수첩식 다이어리는 이제 너무 구식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난 여전히 수첩식 다이어리가 좋다.
뭐니뭐니해도 다이어리의 첫 장을 넘길 때의 기분이 가장 좋고, 특별히 공책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게 된 후부터는 손글씨로 적어가면서 공책에 뭔가를 쓰는 느낌을 되살려주는 건 다이어리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항상 연말이면 마트에 가서 일부러 다이어리 코너를 돌아보는데 이건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할 때마다 나만의 연말연시 행사와 같은 것이라 하겠다.

내가 사는 다이어리는 늘 사이즈나 스타일이 비슷하다.
너무 크지 않고 너무 두껍지도 않으면서 겉지는 항상 심플한 스타일을 고른다.
속지는 모든 다이어리의 표준 정도 되는 것으로 고르는 편인데 종이의 질도 만져보고 나름 세심하게 선택을 한다.

그리고 다이어리에 처음 글씨를 쓰는 순간,
그 순간 만큼은 항상 처음이라는 말 그 자체의 느낌에 걸맞게 항상 긴장이 된다.
늘 쓰는 글씨임에도 크기도 제대로 맞추고 싶고 더 예쁘게 쓰고 싶다.

대체로 다이어리라는 것은 연말에 미리 사는 것이다 보니 거의 12월 달력은 남아있는 편이다.
그래서 일단 12월 달력의 작은 칸에 며칠 안 남은 날의 일정을 쓸 때도 있지만 웬만해서는 비워놓는 편이다.
1월 첫날부터 쓰기 위해서.

그리곤 1월이 되기까지 난 베개 옆에 다이어리를 놓고 잔다.
거의 다이어리를 처음 사면 늘 그러는 것 같다.
이제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난 늘 다이어리를 일년 내내 써본 적이 없다.

처음 며칠은 나름대로 열심히 일정도 적고 계획도 적어본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난 쓰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에 뭔가를 쓰면서 정리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다 보니 다이어리는 처음 며칠만 가지고 다닐 뿐 어느새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무용지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보통 내가 다이어리를 산 후 며칠이나 썼을까.
아마 열흘? 길게 잡아야 한 보름?

결국 다이어리는 베개 옆에서도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새해 다짐이 온데간데 없어지듯이 다이어리도 어느새 구석진 자리만 차지하게 된다.
이렇게 쌓인 다이어리가 몇 개인지 모르겠다.

이제는 내가 다이어리를 사용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올해는 큰 맘 먹고 다이어리를 사지 않았다.

초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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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저랑 취향이 비슷하신 듯 합니다.
저는 여행갈 때도 노트북보다 수첩들고 가기를 좋아합니다.
다만 전 수첩을 끝까지 채우고 또 산답니다.^^

수첩의 느낌이 참 좋죠.
끝까지 채우신다니 그 점은 저와 확연한 차이가 있으신데요.ㅎㅎ
올해 연말에는 다이어리 사려구요.ㅋ

작년 연말에 다이어리 만들었던 생각이 나네요 ㅎㅎ 올 연말에도 여러개 만들어서 선물 좀 해볼까봐요 ㅎㅎ

다이어리도 만드시다니 효미닛님은 만능이신가요.ㅎㅎㅎ

전 왜 그렇게 열심히 스티커를 모아서 스벅 스케쥴러를 받았을까요 다시 찾으러 가봅니다. 어디있는지도 ㅠㅠ

ㅎㅎㅎ저도 그런 거 모으는 건 굉장히 좋아해요. 막상 받고 나서는 쓰지 않지만...ㅋㅋ

저두요 다이어리도 스티잇글도... 하지만, 놓지 못하는ㅋㅋㅋ그래도 포기는 모르는걸로

초심은 잃더라도 포기는 모르는 걸로...좋네요.ㅎㅎ
hyeheyhye님~ 화이팅하세요!^^

저도 다이어리는 며칠 쓰고 마는 것이에요~
그래서 스벅에서 주는 다이어리는 항상 선물용으로 나눠줍니다 ^^

쓰지 않는 거 나눠주면 좋죠.ㅎ
받으시는 분은 좋으시겠어요.^^

저는 메모 어플, 수첩, 다이어리 전부 다 쓰고 있어요 ㅎㅎ 끄적끄적 대는걸 좋아하는데 어째 글씨체는 성장하지 않을까요..ㅎㅎ
속지 재질까지 고려하시는 부분에서 되게 공감됐어요!
제 지인은 위클리를 사서 간략하게 그날 있었던 일을 쓰고 그걸 1년동안 작성한 다음 연말, 연초에는 꼭 그걸 보여주더라구요
다시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해요 !ㅎㅎㅎ

글씨체는 어렸을 때 이미 정해지는 거 아닐까요.ㅎㅎ
지인분이 굉장히 꼼꼼하신가 보네요. 그런 거 다시 읽어보는 건 진짜 재미있을 거 같네요. 추억도 되살아나고...^^

맞아요 일주일씩 되있어서 7~8자 정도 써있으니까 읽기도 편하더라구요
어떤날은 감기 걸렸다..젠장 이렇게 써있어서 아~이날 감기 걸렸었어? 하고 다같이 와하하 웃기도 하고 재밌었어요ㅎㅎ

기록하는 건 좋은 습관인 거 같습니다. 나중에 도움이 될 일도 많구요.
전 뭐든지 안 쓰는 편이지만 기록 잘 하는 언니가 있어서 필요할 때마다 많은 도움을 받죠.ㅎㅎ

저도 아날로그적인 다이어리를 좋아하는데 전혀 쓰지를 않아요.ㅋㅋ
학창시절에는 그래도 소유욕은 있었는데 나이들면서 소유욕도 없어졌네요.ㅎㅎ

저와 비슷하시네요.
저도 요즘 특별히 갖고 싶은 게 없어요.ㅋㅋㅋ

다이어리 연초에 사서는 잊고 사네요.ㅎㅎ

롱다리님도 잊고 사시는군요.ㅎㅎ
근데 이런 거 꾸준히 잘 쓰는 사람들도 많더라구요.^^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깜짝 놀랐어요 다이어리를 일년 내내 쓰시는줄알고요 ㅎㅎ
모든 다이어리 운명을 여기서도 보았어요
다 똑 같은것 같아요 ^^

다이어리 운명이 대체로 그런가 보네요.ㅎㅎ
전 평균적인 사람인 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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