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론] '존버는 승리한다' 혹은 '승리가 존버한다'

in #kr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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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흑우) 투자자들이 가슴에 꼭꼭 품고 사는 한마디, '존버'!

존버했더니 떡상했더라, 존버했더니 폭망했더라 등등. 코인 세상에선 아주 지겹게 쓰는 말입니다. 코인 커뮤니티에 오면 수십번은 보게 되는 존버, 도대체 언제 어디서 나온 말일까요.

정설에 의하면 2012년이라고 합니다. 혜민 스님의 저서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서 혜민 스님과 이외수 선생의 대담 중에 나온 말이라고 합니다. 이외수 선생이 청년들에게 '존버 정신을 잃지 않으면 된다'고 말한 일화가 지금의 존버 탄생이라고 합니다. 그때 소소하게 관련 짤방이 나오기도 했으며, 주식 투자자들에게 쓰이는 말이 됐다고 합니다.

존버는 한동안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만 제한적으로 쓰이다가, 2017년 암호화폐 불장과 더불어 자주 쓰이는 말이 되었습니다. 우리 흑우에게 존버는 지켜야할 희망이자 행동 지침이 되었습니다. 혹은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 비난마저 존버족이 감내할 십자가처럼 여겨져 더욱 존버족들을 뭉치게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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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적극적인 자에게서 참을성이 많은 자에게로' 돈이 넘어가도록 설계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뛰어난 투자 성적을 얻으려면, 단기적으로 나쁜 성적을 견뎌내야 한다.

-투자의 성공 여부는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의 비관론을 무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최적의 매수 타이밍은 시장에 피가 낭자할 때다. 설령 그것이 당신의 피일지라도 말이다.

-강세장에서 최대의 도박으로 최대의 이익을 얻은 사람들은 거의 항상 필연적으로 뒤따르는 약세장에서 가장 큰 손실을 보는 사람들이다.

-영리한 투자자의 고전적 정의는 모두가 팔고 있는 약세장에서 매수해서, 모두가 사고 있는 강세장에서 매도하는 사람이다.

'존버가 승리한다' 고 말하는 투자 격언들은 이토록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같이 존버덕후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얼마나 멋진 말들입니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고 말해주는 듯합니다. 혹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며 지난날의 아픔 뒤에 환희가 있을 것이라고 멋진 미래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이렇게 존버는 승리할 것만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존버' 혹은 '존버가 승리한다' 라는 말의 유행은 이제 끝나야할 때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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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가 망한것은 빼박으로 보입니다. 퀀텀이나 NXT 같은 코인보다 더 크게 수직낙하한것으로 보입니다. 승리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사실 대단한 것은 아닙니다. 상황이 갑작스레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은 열어두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존버가 승리한다고 믿는 존버덕후들, 존버러들. 그 뚝심에 박수를 보냅니다. 솔직히 멋집니다. 그런데, 언젠가는 관점과 자기가 서 있는 위치를 바꿔야 할 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사람은 살면서 2-3번쯤은 자기의 생각을 바꿔야합니다. 평생을 청년기의 객기와 호기로 살 수는 없습니다. 철도 들어야 하고 무뎌져야 하고, 혹은 과거의 호기로 돌아가야 할 일도 생깁니다. 가슴 속에 열정과 꿈을 품은 것은 좋습니다만, 가끔 한번은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다. 내가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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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존버'가 가진 뜨거운 열정과 가슴으로 되묻는 것이 아닙니다. 냉철한 두뇌와 차가운 이성을 사용해야 할 것입니다. 내가 한것 혹은 하고 있는것이 뚝심과 인내를 상징하는 존버인가, 아니면 어영부영 고점에 쳐물린 강제존버 상황을 스스로에게 납득시키려는 자기기만인가. 생각해보셔야 합니다.

시세가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고 횡보할 수도 있는 것처럼, 존버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고, 중간일 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둔 채 유연한 사고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고 횡보할 수도 있다면, 그런 글을 뭐하러 쓰느냐 하고 묻는 분들이 계십니다. 이렇게 말하면 답이 될 것입니다. 사람은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합니다. 다양한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검토해보고 가장 유력해보이는 길을 찾는 것이 투자와 인생의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승리가 존버했대! 라는 말이 나오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칩니다.

(이 게시글은 네이버카페 '비트맨'에도 업로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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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운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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