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에서

in #kr6 years ago (edited)

조리원에서

조리원에 있을 때, 둘째를 낳은 엄마들은 첫째 생
각을 하며 운다고 한다. 처음으로 엄마와 떨어져
있는 상황이 얼마나 낯설고 서러울까 하는 생각에
나는 조리원에서 금교를 생각하며 울었다. 호르몬
탓인지 금교 생각만하면 그렇게 눈물이 났다. 보
다 못한 남편이 영상통화를 시켜주었지만, 화면
속 겁먹은 금교의 얼굴을 보면 오열이 터져나와서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낫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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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원에서 2주를 보내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
는 날이었다. 포대기에 싸인 아기는 얼굴이 터질
것처럼 울고 있었고, 그 소리에 놀란 금교는 베란
다 세탁기 뒤에 숨어 나오지 않았다. 나는 세탁기
앞에 서서 울면서 금고를 불렀지만 곧 아기에게 젖
을 먹이러 베란다를 떠나야 했다
한참 만에 나온 금교에게 말했다. "금고야, 이 애가
내 자식 이야, 내가 자식을 낳았어, 잘 부탁해."
아는지 모르는지, 금교는 눈만 멀뚱멀뚱 조심스레
다가와 내 손 냄새를 맡고 머리를 비빌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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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본격적인 육아육묘가 시작되었다. 그리고
엄마의 말대로, 여러 사람들의 말대로, 많은 것이
달라졌다. 전에는 반찬통에 들어 있어도 아무렇지
않던 금고의 털이, 이제는 신경이 쓰였다. 특히 아
기의 뺨과목에 달라붙어 있는 금고의 털을 집어낼
때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아, 나도 별수 없구
나 그럴수록 스스로를 채근했다. 아침에 일어
나면 먼저 금교에게 빗질을 해주었다. 전에는 일주
일에 한번 돌렸던 청소기를 이틀에 한번씩 돌렸다
(원래 하루에 한번 돌리기로 결심했으나…… 해보
니 좀 힘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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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멀리 사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날마다 전화
를 걸어왔다. 그때마다 고양이 이야기가 빠지지 않
았지만, 힘겨워하는 내게 스트레스를 더 얹어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전처럼 심한 말을 하지는 않았다
얼마 뒤 알게 되었지만, 놀랍게도 내가 분투를 하
며 엄마가 되어가는 사이, 그런 나를 보며 부모님
에게도 변화가 일어난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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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나 강아지 키우면 아이들 면역력도 길러지고 교감도되서 좋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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