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E, Biology] 우주에서의 작은 중력을 실험실로 옮겨 놓을 수 있을까?

in #kr6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인사드립니다. @doctorbme 입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하나씩 논문을 리뷰하고자 했으나 최근에 갑자기 바빠져서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자주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살펴볼 논문은 Fluid Dynamics Appearing during Simulated Microgravity Using Random Positioning Machines 입니다. 즉, 무작위적으로 포지셔닝을 주는 기계를 이용해서 아주 작은 중력을 시뮬레이션하고자 할 때 생기는 유체역학적 흐름을 살펴보자는 연구 입니다. 다행히 Creative Commons 4.0이 걸려있어서 편하게 사용 가능합니다. 추가적으로 Common Effects on Cancer Cells Exerted by a Random Positioning Machine and a 2D Clinostat의 그림도 사용합니다. 역시 Creative Commons 4.0가 걸려 있습니다. 아이디어 위주로 서술합니다.

우선 이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도대체 1) Random Positioning Machine이 무엇이고 2) 이를 통해 시뮬레이션 되는 아주 작은 중력은 또 무엇이며, 그게 3) 유체역학과 무슨 상관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배경설명

우주에서의 세포 성장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주로 직접 가서 실험하는 것이 제일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실제로 우주에서 실험을 하기 위한 비용이 상당히 비싼데다가 실패하는 경우에는 자원의 낭비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과학자들은 지상에서 우주의 중력을 비슷하게 구현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어차피 지상에서 중력은 존재하니 이를 이용하는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물체(세포)가 느끼는 중력의 방향이 이리저리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비를 고안합니다. 이는 Clinostat 혹은 Random positioning machine(RPM) 이라 불립니다.


그림 1. Random positioning machine과 clinostat 의 사진 (출처[2]에서 따옴)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RPM의 경우에는 두 개의 축이 뒤섞이면서 회전하여 세포 배양 용기를 돌립니다. clinostat의 경우에는 각 하나의 축이 존재하여 각 원통을 중심으로 시계 방향 혹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배양 용기를 돌립니다. (최근에는 RPM이나 clinostat의 용어 구분을 잘 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배양 용기와 배양 용기 안의 세포가 느끼는 중력의 방향이 계속해서 변화해서, 평균적으로 0에 수렴하도록 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리

그림 2. Centrifuge, clinostat, RPM의 원리 (출처[1]에서 따옴)

Centrifuge의 경우에는 원심력을 이용하여 실제 중력보다 더 큰 가속도를 느끼게 합니다. 애초에 시간에 따라 균일하게 가속하므로 평균을 낼 이유가 없습니다. clinostat과 RPM의 경우에는 가속도를 평균냅니다. 시료 입장에서는 중력이 빙글빙글 도는 효과를 가집니다. clinostat과 RPM의 차이는 회전축이 하나인가 두개인가의 차이입니다. 왜 굳이 두 개를 쓰는가 하면, 하나의 회전축만 쓰는 경우에는 시료가 느끼는 중력이 하나의 평면에서만 왔다갔다 하므로 비대칭적으로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실제로 중력을 받고 있고 중력의 방향만 바꾸어주는 것 뿐이므로, 사실은 세포와 시료에 작용하는 물리적 힘이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힘의 효과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가급적 다차원으로 돌려주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연구의 주안점

배양 용기의 경우 시료가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다면 부유할 수도 있고 배양액을 통해서 shear stress 가 발생할 수 도 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그러한 물리적 힘의 존재를 파악하고자 합니다. 이 연구는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통해 특성을 파악하고자 합니다.

그림 3. 직육면체 모양의 배양 용기에서, RPM이 한 주기 실행 되는 과정에서의 내부 용액의 속도 분포 및 변화 (출처[1]에서 따옴): 파란색 -> 빨간색으로 갈수록 속도가 빠른 것입니다.

그림 4. 직육면체 모양의 배양 용기에서, RPM이 한 주기 실행 되는 과정에서의 내부의 shear stress 분포 및 변화 (출처[1]에서 따옴): 파란색 -> 빨간색으로 갈수록 shear stress 가 큰 것입니다.

위 그림을 살펴보면 확실히 큰 값을 가지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세포가 받는 기계적인 스트레스 (mechanical stress)에 의해, 세포 내의 여러 채널들이 열리거나 유전자가 발현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분포 및 특성을 아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연구에서는 낮은 각속도를 주는 경우, 5% 미만의 세포에 대해서만 영향을 받는다고 결론내리고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스트레스는 각속도가 빠를수록 무척 증가하기 때문에, 시료가 받는 중력을 변화시켜줄 때에 적절하게 낮은 각속도를 유지시켜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림 5. 각속도에 따른 용액의 대류(convection) (출처[1]에서 따옴)

어떠한 각속도든 용액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잘 섞이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제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에는 여러가지 제한점이 있습니다.

  1. 시뮬레이션 연구를 하였고 각속도가 고정되는 간단한 상황을 가정하였기 때문에, 용액의 파라미터에 민감하며 각속도가 변화되는 상황을 살펴보지 못합니다. 이는 제한적인 알고리즘의 상황에만 유효한 결과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실제 장치에서 실험한 결과와의 유효성 검증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뮬레이션이 정말로 맞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단지 경향을 파악할 뿐입니다.
  3. 이 연구 자체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기계적 스트레스와 평균 중력이 0이되는 효과를 구분할 수 있는 방법론이 필요합니다.

결론

이러한 장치를 이용하여 아주 작은 중력 환경을 시뮬레이션한 뒤에 실제 세포를 배양하여 유전자의 발현 양상과 성장을 살펴본 연구들이 존재합니다. 우주로 나가는 대신에 실험실에서 중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 상황을 구현하는 것을 시도해본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앞서 초기에 했던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1. Random Positioning Machine은 시료가 느끼는 중력 방향을 균일하게 변화시키는 장치이고
  2. 시뮬레이션 되는 아주 작은 중력이란, 시료가 느끼는 중력의 평균을 0 으로 만드는 작업이며
  3. 배양용기 내의 배양액도 같이 회전함에 따라 유체역학적인 현상과 힘이 나타날 수 있다

참고문헌
[1] Wuest SL, Stern P, Casartelli E, Egli M (2017) Fluid Dynamics Appearing during Simulated Microgravity Using Random Positioning Machines. PLoS ONE 12(1): e0170826.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70826
[2] Svejgaard B, Wehland M, Ma X, Kopp S, Sahana J, Warnke E, et al. (2015) Common Effects on Cancer Cells Exerted by a Random Positioning Machine and a 2D Clinostat. PLoS ONE 10(8): e0135157. https://doi.org/10.1371/journal.pone.0135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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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서 실험못한다고 남극에서 실험하는것보단 유사하게 미세중력을 구현하는 쪽이 나아보이긴합니다. 물론 우주에서 하는게 제일 좋겠지만 ㅎㅎㅎㅎ

그렇지요. 실험실 수준에서 가능한 방법입니다. 외외로 괜찮은 결과들 (세포 생장에 변화가 있음)이 나오기도 하고요ㅎ 우주에서 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아무래도 장기적인 결과를 보는데에 우주 실험실 한 자리를 차지하는게 쉬운일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이 장치도 존재의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무중력에서 세포가 잘 자란다면 행성에 정착하지 않고도 떠다니는 세포가 존재할 수 있다는 걸까요?

우주선이나 국제정거장 같이 중력의 영향이 덜 한 곳에 생활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행성에 정착하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은 단기간만 머무르지만, 아마 언젠가 미래에는 장기간 머무르는 날도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

아아 그러네요. 이게 어떻게 활용되는 지 궁금했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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