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깽이대란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과 해피엔딩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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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겨울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따듯해지는 5월,6월이 되면
많은 새끼고양이들이 태어나는 계절이 와요.
인터넷상에선 이 현상을 아깽이 대란이라고 부르며
도시인들이 쉽게 새끼고양이를 만나게 되는 일상이 벌어집니다.

어제 집 앞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면서 저에게도
2018년 첫 아깽이 대란이 일어났어요.0-0
맛나게 식사를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빗자루로 냉장고 밑을 자꾸 툭툭
치면서 "얼른 나와라~~"를 외치시는거에요.

"사장님 냉장고 밑에 뭐가 있어요??"
"아 좀전에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갑자기 식당안으로 뛰어들어왔어요.
놀래가지고 둘다 냉장고 밑으로 숨었는데 나올 생각을 안하네.
식당인데 고양이 있으면 손님들이 싫어할텐데 큰일이야. 얼렁 빼내야지"

순간 머리속이 복잡복잡 평소보다 몇배빠르게 머리가 돌아가기 시작.
저는 집사생활 10년차, 길냥이 밥차노릇 3년차
애묘인이거든요. 새끼고양이들 때문에 당황하시는 사장님께
제가 도와도 되겠냐고 허락을 맡고
사장님으로부터 고양이 구출 프로젝트를 실시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사장님,새끼고양이들 모두 행복할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아깽이 대란에 '냥줍'을 하곤해요.
가여운 고양이를 보살펴주고,집사가 되어주는건 분명 마음 따뜻한 일입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면
'냥줍'은 ->어미 고양이와의 생이별->중간에 키우기 포기->안락사
이 과정을 밟기도 합니다.

'냥줍'하기 전, 체크해야 할 부분

사람 체취가 뭍지 않도록 면장갑/수건 등을 이용하여
새끼 고양이 상태를 확인한다.(사람 체취가 뭍으면 엄마가 못찾거나 버릴 수 있음
체온이 정상인지, 털은 깨끗한지, 눈과 코 주변은 건강한지 등등

만약 정상이라면 : 어미가 돌보고 있는 새끼일 확률이 매우매우 높다.
따라서 냥줍은 어미와의 생이별을 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한다.
도시에서는 먹이를 찾아 나선 어미는 평균 12시간까지 자리를 비운다.
새끼고양이가 조용하고, 몸을 숨길 수 있는곳에서 울고 있다면
그곳이 고양이들 은신처일 수 있으니 어미고양이가 나타날때까지
물그릇을 곁에 주고멀리서 지켜본다.
(하루이틀정도 지켜봐야 어미가 나타날 수도 있다)

만약 체온이 낮거나,눈꼽이 껴있고,똥꼬가 더럽다면:
엄마를 잃어버린 고양이일 확률이 높다.ㅠ.ㅜ
혹시모르니 어미가 나타날때까지 지켜보면서 선택을 해야한다.
-일단 데려가서 분양 할때까지 내가 집사 역할을 하자!
-내가 평생 집사가 되어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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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생각을 정리 한후, 새끼냥이를 담을 상자를 구하고
냉장고 밑을 뒤지기 시작.
한마리는 바로 잡았는데, 한마리는 다른곳으로 도망가버렸어요.(절망)
더 조심해서 잡았어야 했는데 둘이서 잡는게 어설펐나봅니다.
어려도 야생동물이라 민첩하고, 경계심도 참 많아요. 도와주려는건데...
마음을 전할 길이 없는게 참 안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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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힌 새끼고양이 상태를 확인해보니 체온도 정상이고, 깨끗해보였습니다.
게다가 가게 옆 철물점은 평소 고양이들 은신처로 유명한 곳이니
아마 엄마를 기다리며 놀다가 옆집 식당안으로 들어와 버린거같아요.
이런 상황에선 당연히 엄마가 나타날때까지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법을 선택.
사장님께 상황을 잘 설명드리고, 내일까지만 새끼고양이들을
식당 옆 조용한곳에 두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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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겨까지가 제가 조금이나마 노력한 상황이였습니다.
형제는 어디로 갔는지, 엄마는 언제 나타날지,
동네 주민분들이 이 새끼고양이를
내버려 둘지 모든게 미지수였어요.
"냥이야 신문지 잘 덮고 오늘 밤 잘 보내고 있어. 엄마가 나타나길 기도해줄께
내일 아침에 다시 올께"

그리고 모두의 도움으로 기적이 잃어났습니다.
오늘 새벽 5시
상자로 가보니 잃어버렸던 형제 고양이가 함께 있는거에요.
누군가가 함께 신경을 써주시고 계셨던 모양입니다.

아침 8시
철물점 사장님이 상자 앞에서 새끼 고양이들을 내려다 보고 계셨습니다.
"사장님~ 어제 이러쿠 저러쿠 이런저런일로 고양이 두 마리가 여기 있어요.
어떻하면 좋죠?"

"철물점 뒷쪽에 새끼 고양이 두마리가 더 있어요. 아마 걔네랑 형제일꺼야.
내가 그쪽에 풀어주고 올께"

이렇게 새끼고양이들은 은신처로 돌아가 어미를 기다릴 수 있게되었어요.
고양이를 무서워하셨지만 하루를 이해해주신 식당 사장님
구출작전을 펼친 저와 친구, 이름모를 주민분들
철물점이 고양이 은신처임을 알고도 봐주고 계신 철물점 사장님

이렇게 우리동네는 길냥이들과 사이좋은 동거를 하고 있음을
다시한번 느낀 시간이였습니다.
길냥이들의 평균 수명 3년.
집고양이들보다 1/5밖에 삶을 누리진 못하지만 그 시간만큼은
사람들이 따뜻하다는걸 느끼며 함께 잘 동거해가길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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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줍이 생이별로 이어지지 않게 배려가 필요하군요. 착한 포스트 입니다//

그날이후 철물점 사장님께 다시 여쭤보니 어미고양이랑 잘 있는것 같다고 하시네요.
생이별이 안되서 참 다행입니다. 교통사고 없이 쑥쑥 잘 자라나길 응원해주세요.+=+

고양이 엄청 예쁘네요. 3년 밖에 살지 못한다니 안타깝습니다. 더 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네 집냥이들은 15년이상을 사는데...참 안타까운 현실이죠.
도시 환경이 더욱 깨끗해져서 인간도 고양이들도 건강하게 오래 살았으면 합니다.:)

뭣 때매 그렇게 일찍 죽는 거죠? ㅇ_ㅇ 헐... 환경이 깨끗하질 못해서 인가요?

좋게봐서 3년이라고 해요....넘 슬프죠. 영양실조로 어릴때 많이 죽기도하고
물이 더러워 병에 걸리기도 하고,
음식도 깨끗한걸 못먹고 병에 걸리고,교통사고 위험도 크고..
복합적인 문제인거 같아요.

길고양이를 데려가 키우는 걸 '냥줍'이라고 하는건가요?? 진정한 애묘인이시네요. 마음이 따뜻해지는 ㅎㅎ 그 와중에 새끼고양이 너무 심쿵하게 귀엽네요. 그림도 너무 예쁘구요. (저도 고양이 너무 좋아한답니다 ㅎㅎ)

네 인터넷에서 그렇게 부르더라구요. 냥줍 :)
고양이 좋아하는 분을 스팀잇에서 만나다니 영광이군요.
조만간 저희집 두 식구들도 소개하겠습니당.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냥줍 ㅋㅋㅋㅋ 가끔은 어미고양이가 집사 간택도 한다고 들었는데 참 독특하네요 ㅎㅎㅎ

ㅎㅎ맞아요 간택이란 개념도 있어요.웃기죠~
저희집 둘째를 유기묘관리실에서 데려올때 둘째가 저를 간택했어요!
아픈 길냥이들이 철장에 갇혀 수십마리가 있는데 한 마리를 고르는게 쉽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당황하고 있는데 뒤에서 제 팔을 "빠악" 잡는...
그리고 슈렉고양이 눈빛 발사~

그 냥이가 저희집 둘째가 되었습니다.:)
아깽이 대란때 스마트베어님도 간택당하실 지도 몰라요 ㅎ

으앗 너무 따뜻한 이야기...!
최근 읽은 반려동물 이야기 중 가장 마음이 아른아른 합니다!! 돌캣님 짱!!ㅎㅎ
kr-pet 태그도 요새 많이 사용하더라고요!

ㅎㅎ 저도 진짜 오랫만에 kr-pet 사용해봤는데 애묘인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사람과 동물의 애정이 팡팡 넘치는 스팀잇이 되면 좋겠구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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