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에서 왔어요! Feat. 북에서 왔시요!

in #kr6 years ago (edited)

오늘 한국행 항공권을 발권했습니다. 원래는 스텁오버로 경유지여행을 해보려고 했는데 하늘님이 @flightsimulator 공항에서 만난 어떤 상냥한 아가씨와의 만남과 브로맨스 밋업으로 바쁘신지 관련 포스팅이 안 올라오더라고요. 그래서 할수 없이(!) 직항으로 발권했습니다. 오늘은 지구촌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제가 한국에 가면 완전 지구촌X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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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는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꼭 들러야할 필수 코스가 있습니다. 아마 오랜 해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백퍼센트 동의 또는 경험을 했을 것인데요, 바로 미용실입니다.

공항에 마중 나와 있던 가족들은 모두 눈물 그렁그렁 안쓰러운 얼굴로 맞이하곤 합니다. 화장기 없는 얼굴, 건조해서 갈라진 피부, 푸석한 머리, 유행과는 동떨어진 후질한 옷차림...

외국생활이 그리도 고생스럽니?

저는 그냥 원래 생활하던 그대로 입고 꾸몄을 뿐인데 가족들의 눈엔 무슨 난민의 모습처럼 보이나 봅니다.

오랜만에 한국에 갔을 때 시어머니는 깜짝 놀라시며 당장 미용실부터 가자셨어요. 동네 단골 미용실에서 동네에서 유행하는 나름 굵은 컬이 들어간 뽀글이 파마와 갈색나는 염색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상당히 만족스러워 하시며, "이제 사람같네!" 안도의 한숨을 쉬셨죠. 어머니께 죄송스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어디에선가 시댁에 갈때는 최대한 궁색한 행색을 해야한다는 글을 읽은 것도 같기도 한데 마치 제가 다분히 불순한 의도를 갖고 꾸민듯 해 보일까봐서요. 그러나 여기에서 중요한건, 너무 자연스럽고 익숙하고 편안한 '궁색한 행색'이라는데 있습니다. 꾸밈이 없죠.

여기에서 잠깐, 어버이날이고 하니... 시어머니에 대해서 말하자면,
'세상에서 가장 쿨한 시어머니'이시랍니다. 저는 '세상에서 가장 무심한 며느리'가 될 소지가 높지만요... 얼마나 쿨하신지 볼때마다 귀여우셔서-달리 다른 표현을 찾아볼수가 없어요- 제가 어머니 왕팬이 되었답니다. 밥 잘 먹는, 하나밖에 없는 며느리 밥 해주시느라 요즘은 부쩍 힘들어하시는 시어머니를 볼때마다 세월이 야속하기도 하고 그래요. 어머님! 온몸 바쳐 사랑합니다!!!

이제 다시 지구촌 이야기를 해야지요.

친정에 가도 괴롭힘을 당하는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엔 피부입니다. 중력을 거스르는 나이에 도달한 이후로는 제 피부를 보고 언니는 경악합니다. "로션은 바르고 사니?" 한국 피부과에 가니 참 가격도 착한데다 뭐뭐 기술이 다양하기도 합니다. 놀라울 뿐이여요. "저걸 하면 젊어지는거 맞지, 응?" 4살이나 많은 언니는 저보다 어려보인답니다.

한국을 다녀온 지인들을 보면 모습이 달라져서 돌아오는 경우를 종종 볼수 있습니다. 무엇을 했는지 딱히 알수는 없으나 전체적으로 스타일이 세련되게 변하죠. '방송국물' 다음으로 좋은게 '한국물'인듯 합니다. 한국에 연중 몇차례씩 들어가는 사람들은 크게 잘 모르겠으나 저처럼 3~5년에 한번씩 가는 사람은 3단 변신에 가까운 급격한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답니다.

제가 사는 이곳에선 그냥 '내 멋대로' 삽니다. 머리카락이 푸석하든 피부가 지구핵을 향해 흘러내리든 남이 알바 아니죠. 제가 그러고 다닌다 해도 누구하나 뭐라는 이 하나 없고 누구하나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저는 얼굴은 할매이나 패션은 나이와 걸맞지 않게 20대처럼 입고 다닙니다. 그냥 다 제 맘입니다. 배 나와도 비키니 입고요, 뱃살 쳐져도 탱크탑 입고 운동합니다. 아! 저말고요, 사람들 말입니다.

한국 갈 날이 아직 두달 이상 남았는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옷은 뭘 입고 가지? 신발은? 가방은? 평소 전혀 신경쓰고 싶지 않은 것들이라 피곤이 급습합니다. 머리는? 얼굴은?

제가 보기에 세계에서 대한민국 사람들이 제일로 멋쟁이인것 같습니다. 제가 아무리 이곳에서 때벗기고 광을 내어봐야 한국에 가는 순간 촌에서 온 이방인이 되어버립니다. 하긴 지구촌도 촌이긴 하죠. "외쿡에서 왔어요"를 온몸에 덕지덕지 붙이고 다닙니다. 아니면 북에서 왔시요!

예전 대구 설빙 밋업때 신발을 맞추어보라는 주문에 쪼야님 @zzoya과 스프링필드님 @springfield 신발은 단박에 알아볼수 있었죠. 다만 두신발중 소유자가 둘중 누구일지 맞추기 어려웠을 뿐. 다른 모습은 잘 모르고요, 신발이 그랬다는 겁니다.

그렇다고 방법이 전혀 없는건 아니랍니다. 한국에 가기전 최신 유행 스타일을 익혀두었다가 온라인으로 옷을 몇벌 주문해 놓는 방법이 있어요. 평소와 다르게 좀 조신하고 아줌마스러운 스타일이 좋죠. 그리고 미용실에 들러 헤어부터 유행하는 스타일로 정리하고 메이크업 연습을 해봅니다. 안그러면 언니한테 혼납니다.

전 얼굴에 화장품 알러지가 심해서 평소 기초화장과 선크림에 빨간 립스틱 하나만 바르고 다니는데 한국에 가면 비비크림이라도 꼭 발라야 해요.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얼굴이 간질간질해요. 아, 그래서 웬만해서 피부과 이런델 못 가요. 내가 전도연을 좋아하는 이유!

아! 이 지구촌스러움을 어찌하면 좋을지... 밋업이란것도 하고 싶은데, 아무래도 안될것 같아요. 어디에선가 이런말이 들립니다.

살부터 빼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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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빵님.. 필리핀에 사는 저희 지인들도 그러는데, 이게 필리핀만 있는 일이 아니군요~
아무리 평소 잘만 입고 다니던 옷도 한국 들어가면 후질근해보이고. 피부도 주변에서 좋다좋다 칭찬일색에 좋아했다가, 한국 가면~ 완전 난민이 되어버린다는 ^^
이렇게 반가울수가 ^^

지구촌 공통이랍니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 한국만 벗어나면 다 촌구석이여요 ㅋㅋㅋㅋ 난민도 그런난민이,,, 탈북난민같을때도 있어요!!! ㅋㅋㅋㅋㅋ 무쟈게 반갑죠!!! 어멋, 우리 한국에서 우연히 마주쳐도 알아볼것 같아요 ㅋㅋㅋㅋ

한국 잘 다녀가세요.

네. 감사합니다.

스톱오버와 경유지로 여행하는 것.... 이원발권(편도신공)이라고 불리는 방법을 이용하면 여행의 목적에 따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긴 한데.... 더더군다나 성수기에 해당하는 7월이 더더욱요. ㅠㅠ 아, 스팀챗이나 댓글이나 기타 등등의 방법으로 말씀하셨으면... ㅠㅠ

사실 항공편 연재 시리즈 다음 편이 이원발권(편도신공)을 쓰려고 초안 작성해두고 아직가지 작성 못하고 있거든요. @sinner264 님이 작성하신 편도신공/이원발권이 있는데... 미리 알았으면 알려드릴 걸 그랬어요. ㅠ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한번 같이 알아볼까요? ㅠㅠ

썸????????

ㅍㅎㅎㅎㅎ 그게 뭐예요? 먹는거예요? 그러고 싶네용~

읽어봤는데 이해가 잘 안되요. ㅠㅠ 초등생이 대학논문 읽는 기분이랄까요... ㅠㅠ

이원발권이란, 2원만 내면 발권해준다는 뜻입니다. 단, 2원짜리로만 가능합니다.

ㅋㅋㅋ 아공 수수님, 간만에 오셔서 웃음을 주시네요. 2월짜리 뱅기표 끊고 싶습니다. ㅎㅎㅎㅎㅎ

어머 ...제얘기인줄 알았어요.
제가 한국 올때마다 가족들한테 듣는 이야기거든요. 그래서 저도 미용실에 바로 다녀왔어요.
그다음 홈쇼핑에 견미리 아줌마 파운데이션을 구비... 흡... 미국에선 보여지는거에 신경을 안쓰다보니 선크림 바르기까지가 최대 화장법인데 한국오니 매일 화장을 하게되네요...

ㅎㅎㅎㅎ 그렇죠. 지구촌 공통이라니까요! 가족들의 눈빛이 선하네요. 처음엔 막 울기도 했어요 ㅋㅋㅋㅋ 저도 선크림만 바르고 다니는데 견미리 아줌마 파운데이션 좋나요? ㅋㅋㅋ

꾸욱 들렸다가요

또 오셨네요. 꾸욱님! ㅎㅎ

저도 오랜만에 한국에 들어오니 엄마가 잔소리합니다.
머리랑 옷입는게 영 허름해 보인다고 말이죠 ㅋㅋㅋ
우리나라는 너무 보여지는 외모에 신경쓰는것 같아요 ㅎ

남자도 예외는 아니죠. ㅎㅎㅎㅎ 어머니가 마음이 아프셨겠습니다. 멋진 아들이 추레해져서 ㅜㅜ 우리나라는 외모를 중시하는것도 있지만, 참견하는것만큼은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나 재미 있게 읽었어요 ㅋㅋ 방송국물 다음에 한국물이라 하셔..
나의 만족도 있지만 아직 남 눈에 비치는 나의 모습에 상당히 신경쓰는것 때문에...저도 그런걸요 ㅠ

어느때부턴가 남의 이목에 신경이 쓰이는 날이 오죠. 어쩔수 없어요. 안 그러면 꼭 지적질이 들어오니까요 ㅠㅠ

ㅋㅋㅋㅋ 한국물이 좋긴 좋지요...
저도 시카고 있을때 친구들이 방학때 한번씩 한국 다녀오면 이뻐져서 돌아와서 역시 한국엘 가야한다면서....

그리고 결혼준비하러 귀국했는데 저희 엄마가 자꾸 살빼라고 해서 상처 많이 받아서 엄마한테 화냈던적이.... ㅋㅋㅋㅋ

저도 화장품 알러지 있어요. ㅠㅠ 요즘 일한다고 견미리가 선전하는 화장품 바르고 다니는데.. 얼굴이 군데군데 간질 거리네요.. 그냥 쌩얼에 마스크끼고 일해야겠어요.

에빵님 쿨한 시어머님 뵈로 대구 오시면 꼭 봐용. ㅋㅋㅋ

앗! 대구 쿨 시어머님댁에 1박 2일밖에 못 갈것 같아요. 둘째 아이 다리 수술 일정이 잡혀 있어서 얼른 다녀와서 수술하고 나면 방콕하다가 들어오게 될것 같습니다. 우울한 일정이랍니다 ㅠㅠ 견미리 화장품 저는 쓰지 말아야겠네요. 화장품 뭘 발라도 간지러우니,,,, 그냥 늙어가는대로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제시카님이 밋업 하자고하면 전 안갈렵니다..

제 쓰리 강냉이는 소중하니까...... ㅋㅋ

쓰리 강냉이 뿐인가요? 요즘은 어퍼컷이 좋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

헉.. 제 턱을 다 날려버리겠다는 저 의지.....

우리 사촌누나가 생각나네요... 작년에 미국에서 잠깐 들어왔었는데 정말 힘들었던건지
그래서 고생한다고 저희 아버지가 한우사줬던기억이.... ㅎㅎ

ㅋㅋㅋㅋ 맞아요! 맛있는거 많이 얻어 먹게 되는 잇점이 있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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