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어머니와 함께 매실청을 담갔습니다. 마지막 재료는 시간! 이 아이들 추석때는 맛 볼 수 있겠죠?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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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김장철도 되지 않았는데 작년에 담근 김장김치가 김치냉장고에서 점점 사라져간다면 참으로 난감해집니다.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재작년에 담가둔 매실청이 항아리에서 모두 사라져 버린 것이죠.

이제 앞으로 매실청이 익을 때까지는 매실청 없이 음식을 해 먹어야 합니다. 물론 집안 음식은 어머니가 하지만요. 그 음식들 제 입으로도 들어가니 매실청 담그는데 손을 보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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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에 미리 매실을 담가 두었던 항아리를 깨끗이 씻어 물을 담가 놓았습니다. 숨 쉬면서 알아서 정화가 되었으려나...그건 잘 모르겠고 다시 깨끗이 씻어 말려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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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초를 희석시킨 물에 매실을 깨끗이 씻습니다. 매실은 광양에서 올라온 녀석입니다. 언제 광양에 매화꽃 구경하고 불고기 먹으러 가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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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샤워기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줍니다. 힘쓰는 일은 남자가 해야죠. 허리를 숙여 열심히 씻는 동안 허벅지 뒤에서 쥐가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어제 뛴 야구의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네요. 허리를 세워 쥐들을 쫓아냅니다.
그나저나 요새 이슈들이 너무 많아 쥐는 제대로 잡고 있는 것인지...입이 바싹바싹 말라 혀를 낼름거리는 꼴은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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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 열매들을 어느 정도 말려주고 이제부터 단순 반복 작업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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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를 깨끗하게 손질해줍니다. 꼭지에서 쓴맛이 우러나올 수도 있으니 제거해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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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렇게! 이쑤시개 몇 개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게 한 번에 톡하고 잘 따지는 것이 있는 반면 이쑤시개 끝이 부러지는데도 잘 안 떨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에서는 빠른 시간 안에 요령을 터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능률이 오르겠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손끝의 감각을 글로 옮기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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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담근 매실청의 재료는 청매실이었습니다. 그런데! 혀준 황교익 선생께서 청매실은 아직 익지 않은 과일이니 홍매실을 쓰는 것이 맞다고 하네요. 청매실로 담글 경우 독성 물질이 나온다나...그래서 남은 매실 알맹이들로 담근 술을 먹으면 그렇게도 머리가 아팠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황교익 선생이 말한 바를 반대하는 의견도 있는데요. 그래도 황교익 선생의 말이 저에게는 더 먹히는 것 같습니다. 그가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아왔고, 또 청매실로도 담가보았으니 이번에는 홍매실로도 담가보자는 생각이었죠. 차이는 다 익어서 먹어보면 알게 되겠죠.

요령을 터득해낸 단순 반복 작업에도 아직 넘어야 할 소쿠리들이 세 개나 더 남았습니다. 페이스 메이커가 필요하겠죠. 리모컨을 들어 채널을 15번으로 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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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채널 뉴스를 아직 보지 못했는데, 싱가포르까지 날아간 방송사가 JTBC 말고 더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손석희 앵커를 포함한 모든 언론인들이 더운데서 고생이 많네요. 아무쪼록 내일 좋은 소식이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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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작업이 끝이 났습니다. 이제 항아리에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차곡차곡 넣어주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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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담근 매실청이 너무 시어 외숙모에게 비법을 전수받았습니다.
흰설탕 : 황설탕 : 흑설탕 = 2:2:1의 마법 같은 비율. 마법이 통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겠죠. 저는 외숙모를 믿습니다. 뒤에 있는 올리고당은 남은 설탕과 함께 매실장아찌를 담그는데 쓰신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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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여가는 매실과 설탕. 내일 바로 완성되면 좋으련만, 세상에 어디 쉬운 것이 있나요. 시간이 가장 마지막에 쓰이는 재료이자, 맛을 내는 역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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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 가까이 작업한 끝에 비로소 항아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매실 20kg 설탕 20kg이 딱 맞게 들어갔네요. 내일이면 조금씩 가라앉는다고 하니 뚜껑을 덮어둡니다. 익는 동안 몇 번 저어주어야 한답니다.


평소에 집안일을 잘 못 도와드리는데 이렇게 힘쓰는 일이 생기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다 본인의 수고가 들어간 것은 아름다워 보이고 사랑스러운 법이죠. 맛도 더 좋겠죠? 많이는 아니더라도 간단하게 매실청 한 번 담가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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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청 담는거 제대로 배워가네요.
저는 백설탕만 넣었는데 요번에는 배운대로 해봐야 겠네요.
좋은밤보내세요.

저희 집도 예전에는 백설탕만 넣었는데 신 맛이 강하더라구요.
그래서 이번에 설탕 비율을 바꿔보았습니다.
좋은 꿈 꾸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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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PPL 인 줄 ㅋㅋㅋ 그런데 홍매실이라면서 제 눈엔 왜 청매실로 보이는건지 +ㅁ+ 끝에 살짝 얼굴을 붉힌 것을 가지고 홍매실이라고 하는 건가요? 매알못이라... 글 읽고 나니 최근에 통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도 없었던 게 제 수고를 들인 것이 없어 그런가 보다 싶네요.

저도 그게 의문스러웠지만...저도 매알못이라 과일가게에서 어련히 잘 주셨을까 생각했어요. ㅎㅎㅎ
음...저도 오랜만에 아름다운 사랑을 담아봤지만 만들 때는 몰랐고 글을 쓰며 알았어요. 저도 요새는 통 찾기 힘듭니다. ㅎㅎㅎ

저는 매실장아찌 담그려구요
쪼개는게 힘들긴한데
담가놓고 고추장 고추가루 양념해서
삽겹살 싸먹을때 먹으면 정말 맛있거든요

매실장아찌 만드려고 남겨놓은 매실이 아직 남아있어요. ㅎㅎㅎ
저희 집도 그렇게 해먹는데! 엊그제 삼겹살 먹을 때 장아찌가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매실청에 대해 좀더 흥미가 생길거 같아요. 좋은 글이네요. 살며시 누르고 갑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마지막 재료는 시간이라니 재미나네요!
저도 매실청 좋아라 하는데 이렇게 대량으로 만드는건 너무 힘들어보이더라구요 ㅠㅠ 고생하셔서 만드신거라 더 맛있게 느껴지겠어요! 편안한밤 되세요 :)

사람이 할 수 없는 걸 시간이 해줄 때가 있죠. ㅎㅎㅎ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양이에요. 한 번 도전해보세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렇게 만들어 놓으면 매실청이 떡하고 나온다니 신기합니다.
쉬운 일은 없다고 꼭지 따는 일이 인내심을 필요로 할 거 같네요..ㅎㅎ

가게에서 한번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 메뉴가 맞지 않을 수도 있겠네요.
둘이 하니 생각보다 금방한 것 같아요. ㅎㅎㅎ

모든 뚝딱되는건 없네요
정성과 노력이 들어가고 시간이 지나야 완성되니 말이에요
몇년간 담지 않았는데 올해는 한번 저도 담가 볼까봐요^^

그렇죠. 이렇게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배우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맛 좋은 매실청을 담그시리라 믿습니다^^

와.. 다 되면 가서 좀 퍼오고 싶습니다. 정말 오랜 작업이네요. 읽는 내내 입에서는 침이 고이고 삼키고를 반복합니다. 매실... 저는 복숭아 알레르기.. 그러니까 까끌까끌한 표면을 가진 아이들을 감히 입으로 가져가지 못합니다. 호박잎도 깻잎도... 매실도 제가 유일하게 먹는 방법이 바로 매실청입니다. 보는 내내 온 몸에 소름이 돋고 침이 흐르고... 온 몸을 자극하는 포스팅이었습니다 ㅎㅎ

엇, 찌찌뽕! 저도 복숭아 알레르기가 있습니다. 표면에 털이 난 과일들은 먹지를 못하죠. 복숭아는 만지기만 해도 온몸에 두드러기가 났었는데, 요새는 어떨지 모르겠네요. 예전에는 캔에 담긴 것도 못먹었어요. 어머니께서 껍질채 갈아주신 사과쥬스 먹고 나갔는데 길바닥에서 이렇게 죽는가보다 했던 적도 있어요.

매실도 그런 과일인지 이제사 깨달았네요. 그런데 역시 매실청이 비결이었군요!ㅎㅎㅎ

오! 이렇게 손 많이 가는 일에 아들이 나서준다면 정말 행복할것 같아요! 하나씩 꼭지 따는 일이 사실 젤로 힘든 일이죠. 올해는 맛있는 매실청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ㅎㅎㅎ 황금비율을 믿어보죠!

올해 처음으로 한 비율인데 맛있게 잘 익었으면 좋겠어요. ㅎㅎㅎ꼭지 따는 일이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을 것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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