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생산적이지 않을 초딩 일기. (feat. 참 잘했어요)

in #kr6 years ago (edited)

스팀잇대문.jpg


  1. 늦은 밤, 갑작스레 전화가 온 초딩친구 둘과 술을 한잔 기울이고 왔다. 어제도 기분 좋은 술을 먹고 왔기에, 내일은 야구 경기가 있기에 술을 먹지 않아야 했지만, 술을 마다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에게는.

  2. 어제의 술자리는 그 어떤 때 보다 달콤했다. 밤이 짧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못 다한 이야기를 놓고 가는 것이 아쉬웠다. 돌아가는 시계를 멈출 수 없기에 더 아쉬운 밤이 지나가고 계속해서 나를 붙잡는 것은 그곳에 있지 않은, 그러나 나를 계속 붙들고 있는 눈치였다.

  3. 술이라는 것이 참 다양한 표정을 짓고 나를 바라보는 것 같다. 술은 이미 마주하기 전부터 나를 받아 줄 준비를 하고 있다. 언제든 받아주겠노라고. 거기서부터가 시작이다. 술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를 이기겠노라 하는 눈빛인가, 너를 느끼려하는 눈빛인가. 거기서부터 승부에 들어간다면 이길 수 없는 게임이다.

  4. 가장 흔하게 먹는 술인 소주는 기분에 따라 다른 맛으로 다가온다. 먹는 이의 희노애락을 다 안다는 듯이 네 가지 맛으로 마시는 이의 입을 농락한다. 기쁠 때는 달고, 화날 때는 쓰고, 슬플 때는 맵고, 줄거울 때는 시원하다. 그 맛에 취해 버저비터, 끝내기 안타를 취하려 한다면 이미 게임 끝이다.

  5. 5번까지 왔다. 여기까지 온 이상 그 전에 쓴 생산적이지 않을 일기를 지우고 잠을 청할 수 있겠지만, 매일 일기를 쓰지 않는 나는 아무리 취중에 글을 써도 위에 쓴 글이 아깝다. 6번까지 가서 5번의 일기가 독립하는 맛을 느끼고 싶지만 도무지 쓸 내용이 없는 하루였다.

  6. 어제의 일기는 이 일기를 벗어나 독립하려면 쓸 수 있는 것들이지만 마음속으로만 간직하고 싶다. 이 터널 끝의 빛을 비춰줄 만남이었다. 서로가 비춰주고 비쳐줄 그런 빛이 계속해서 해와 달처럼 반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에게도 빛이 있다면.

  7. 이만 줄여야 겠다. 내일은 사회인 야구 시합이 있다. 모르는 이들도 있겠지만, 나는 감독이다, 그런데 술을 먹었다, 다행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비는 그쳤다. 내일은 또 나의 술냄새를 알아채며 술 먹었냐는 팀원들의 핀잔을 들을 것이다. 반전은 술 먹은 다음 날 몸놀림이 좋다는 것. 그래서 술 먹고 오지 말라는 말림을, 팀원들에게 술먹고 왔느나는 핀잔을 듣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다가오는 술을 마다하지 않는 유일한 핑계이다.(야구가 있는 전날은 적당히 먹는다, 피해는 나한테만 있어야지 남들에게 있으면 안되는 자리이니)

  8.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 라는 말이 갑자기 떠올라 8번으로 마무리한다. 내일은 공을 흘리지 않아야한다. 왜냐고?나는 공이 제일 많이 오는 유격수니까.ㅎㅎㅎ멋지지 않나, 유격수에 감독이라니, 슬램덩크, 상양고의 김수겸 같다, 외모는 따라갈 수 없지만 말이다.

  9. 10번까지 가고야 말겠다는 승부욕이 든다. 내가 겪은 사회인 야구는 승부와 게임의 그 사이다. 이기려는가, 즐기려는가. 아마와 프로와의 차이는 돈을 받고 하느냐, 돈을 내고 하느냐 그 차이다.

  10. 내가 유격수 포지션에서 한 게임에서 가장 많은 아웃카운트를 뽑아낸 건 10아웃이다, 병살을 포함해서.(자랑이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내일 5아웃, 2안타 치면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다'처럼 야구일지를 쓰련다.

이미 10번까지 썼기에 지우고 싶지 않다. 이불킥을 찰지도 모르겠다. 차려거든 동쪽 방향으로 사이드 킥을 날려야 겠다. (이 말을 알아채실 선생님의 응원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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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쁠 때는 소주가 달게 느껴지는군요. 저는 제조사에서 설탕을 타는 줄... 동쪽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번호 일기를 쓰셨으니 서쪽으로 차도 좋을 것 같은데요.

김 빠진 사이다맛이 나는 날이 가끔 있더라구요. 그런 날은 조심해야합니다. ㅎㅎㅎ이스턴 사이드 킥을 말했던 겁니다. 오늘 게임은 로우킥을 맞아도 할 말 없는 그런...아 ㅠㅠ

헤르메스 선생님이 소개하셨던 그 밴드였군요. 그때 카페에서 글을 보고 집에 와서 음악을 들었더니 혼동이 좀 있었네요. 밴드 이름이 흑백만화도시인 줄 ㅋㅋ

조금 전에 5번부터 이야기가 딴데로 새서 자꾸 퍼다 새 글로 옮기느라 어렵사리 7번으로 마무리하신 소울메이트님의 번호일기를 읽고 왔는데, 7번에서 마무리하시려다 기어이 10번까지 가시고 만 일기를 보니 뭔가 저도 모르게 동감하는 마음이 들어 웃음이 났습니다 ㅎㅎ (처음 써 본 번호일기에서 저도 10번 맞춘다고 나름 애썼거든요;;)

술한잔 한 다음날에 몸놀림이 좋으시다는건 의외입니다! 건강하신 모양이에요^^ 자 그럼 오늘 야구시합 재미나게 하셨기를 바랍니다 ^^

저도 소울메이트님 일기를 보고 써보았습니다. 근데 독립을 외칠 녀석들을 찾지 못했네요. 번호일기 이게 의외로 의식의 흐름대로 쓰다보면 10번까지 써지더라구요. ㅎㅎㅎ

술 한잔 한 다음날 몸놀림 좋다는 말은 이제 못할 것 같습니다...경기를 망쳐버렸네요. ㅎㅎㅎ

짱짱맨 호출에 출동했습니다!!
짱짱맨 x 마나마인! 색연필과학만화
https://steemit.com/kr/@mmcartoon-kr/4cmrbc
존버앤캘리에 이은 웹툰입니다
아이들이 보기에도 좋을꺼 같아요^^ 글작가님이 무려 스탠포드 물리학박사라고......

늘 고맙습니다!

추천해주신 웹툰 보고와야 겠군요.

유격수에 감독이라니!!!! 멋지십니다 ㅎㅎㅎㅎㅎ 동쪽킥을 날리면 홈런인가요? ㅎㅎㅎㅎ 경기 끝나고 야구일기도 써주세요! 오늘 우승하셨겠죠? 술빨 쫙 받았음 ㅋㅋㅋㅋ

오늘은 전혀 멋지지 않았네요. ㅎㅎㅎ이겨야만 했던 경기를 제가 다 말아먹었습니다.ㅠㅠ
이제 경기 전날은 술을 자제해야 할 것 같아요...

술이 저를 좀 받아들여주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ㅎ

웬수같은 놈입니다. 혼내줘야 할 것 같다가도 매 번 당하는 몹씁 녀석이죠. ㅎㅎㅎ

번호일기가 번호에 집착하는 일기가 될 줄이야..ㅎㅎ
야구는 못 하지만 소주는 좋아합니다.. 소주병 갯수에도 집착하는 편이죠..

술을 먹고 쓰다 보니 집착하게 되었네요. 그렇게 또 하나의 흑역사를 남겨 놓게 되었네요...
병 쌓아 놓고 드시는군요. 어릴 때는 허세로 쌓아두는데 이제는 조절을 위해 쌓아두는 것 같습니다. ㅎㅎㅎ그렇다고 쌓아 둘 정도는 아니지만요.

전 아직 술 맛을 잘 몰라요 ㅋㅋㅋㅋ 항상 쓰기만 해서 -ㅅ-

야구단 감독을 하고 계시군요!! 감독이란 직책은 선수일 때에 비해 어떤 점이 가장 명확하게 다르다고 생각하시나용??

밖에서는 보이는 것들이 막상 그 자리에 있으니 판단이 흐려질 때가 있더라구요. 물론 그라운드안에서만 그러하고 평상시에는 이것저것 많이 배울 점들이 있는 것 같아요. 자리의 무게가 상당하더라구요. 그래서 리더를 잘 뽑아야 하는가봐요. ㅎㅎㅎ

토요일이 사라졌더군요. 금요일의 연장과 일요일. 그리고 지금보니 어느새 월요일도 사라졌군요. 내일은 술먹지 말아야지. (두분이 해와 달을 하시겠다면 저는 지구를 지키겠습니다....)

누가 보면 주당이 다 되신줄...@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겠는데요?ㅎㅎㅎ
지구 열두바퀴 돌으셔야죠. 낮과 밤에 빛을 비추어 드리겠습니다.

승부욕으로 시작해 승부욕으로 끝나는 것 같은데 왜이리 재밌죠?
술도 모르고, 야구도 모르지만 그 마음 알것 같은걸요~
이불킥, 진짜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아니! 글을 쓰고 리스팀을 하고(물론 진정이지만)했는데도 불구하고 여기까지 찾아주시다니. 이불킥은 오늘 찰 것 같아요. 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거 뭐죠 이거
저 술 입에 거의 안 댄지 몇년짼데 ㅋㅋㅋㅋ 급 술 땡기는 글이네요 ㅋㅋㅋㅋ
참 맛있게 쓰셨어요 ㅋㅋㅋ

급 술 땡길 때는 마셔줘야죠. ㅎㅎㅎㅎㅎ
세미나도 좋지만 한국에 계실 때 맛있는 안주와 술 한잔도 해보세요~돌아가서 생각날지 몰라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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