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in #kr6 years ago (edited)

알쓸신잡1편에서(귀하디 귀한 한국 영상ㅎㅎ) 인터넷, 스마트폰 세대가 직관적으로 드는 우려와 달리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하고 정리한다는 내용을 봤다. 오 그럴수도 있겠군? 하고 설득당하려던 때에 문득 이 책이 떠올랐다.

세상사 모든 것은 It depends이지만,
나의 경험상, 만약 나의 수험생 시절에 스마트폰이 있었으면, 아마 나는......ㅋㅋ
유혹에 약한 나는 아마 웹툰의 노예가 되었을 것이다.

얼마전에도 연애혁명을 정주행한다고 몇 일을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다. 사실 이 자체를 나쁘게 보진 않는다. 왜냐 나는 행복했으니까?
우려는 이것이 유일한 행복이 되면 안된다는 것ㅋㅋ

창문 하나 없이 100% 기계환기로만 작동하는 건물들로만 이루어진 도시를 상상했을 때, 그것 때문에 건물 밖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었느냐 여부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
쾌적한 실내에서 생활하면 되니깐?

심지어 지하철 통로와 연결된 건물들도 많다.
이미 벌써 많은 마천루들은 어마어마한 크기의 기계실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공조기로 숨을 쉬고 있다.

근데 갑자기 전기가 나간다면!! 창문도 없고.. 건물이 질식하는 상상을 해본다.
어차피 밖으로 달려나가봤자 이미 대기는 오래전부터 오염되어있을 것이고?

(서울에서는 이런 상상이 안됐었는데, 지금은 아주 잘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공기환경 시간에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문득 생각났다.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기계가 인간의 하수인으로서 모든 일을 떠맡는다 하여도. 기본을 포기하면 안되는 이유.

*정확하게는 passive design의 필요성이었다ㅎ남향으로 집을 짓고, 자연환기를 유도하는 등등

구글이 모든 것을 재빠르게 찾아주고 정보를 기억하는 대신 어디에 저장했는지만 알면되는 요즘 세상에서 갑자기 네트워크가 멈추고 저장된 데이터들이 증발할 가능성! 있을까?

100% 기계에 의존하게 되었을 때의 편리함을 상쇄시킬만한 부재시의 파괴력

이 책은 제목대로 인터넷 때문에(트위터 때문에 페이스북 때문에 구글때문에)

생각 나무가 가지를 치는 과정을 잃게 될 것이고, 결국엔 인터넷을 통해 매우 효율적으로 정보를 수집하지만 그 이상으로 비효율적인 사고를 하게 될 것이라는 끔찍한 예언을 한다. 여러가지 근거가 있었지만 내가 받아들인 두가지는 '산만함'과 '읽기와 쓰기'능력에 있어서의 문제점이다.

우리의 친척뻘인 동물들의 뇌와 마찬가지로 자연 상태의 인간의 뇌는 산만하단다. 살짝 위로 받을 뻔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산만한 것이 정상이란 뜻은 아니었으니깐..

어쨋든! 우리는 주변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최대한 알기 위해 시선을 계속 다른 곳으로 옮기고 그 결과 관심을 한 대상에서 다른 대상으로 옮겨가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전환과정에 비용이 소모된다.

인터넷 항해는 특히 정신적으로 집중하는 형태의 멀티태스킹을 요구한다. 우리의 작업 기억을 정보로 넘쳐나게 하는 것뿐 아니라 이 곡예는 뇌과학자들이 우리의 인지력에 '전환 비용'이라고 부르는 것을 부과한다. 우리가 관심을 전환할 때마다 뇌는 스스로 다시 방향을 잡아야 하고, 우리의 정신세계에 더 많은 고통을 가한다.

본성이 이러한 인간이 인터넷을 만났을 때 물고기가 물을 만나듯이 '산만함에 의한 산만함으로 산만해진'상태의 악순환이 시작된다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도(심지어 이런 책을 읽으면서 이러면 안되는데..라는 자각을 수없이 했으면서도!!) 여러번 핸드폰을 열어보고 불필요한 정보를 클릭하고 링크의 굴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더불어 이 리뷰를 쓰면서도 메일을 확인하고 페이스북을 확인하고 내 나라와 지구에 별 문제가 없는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네이버 메인을 기웃거렸다. 이 정도면 예언이 아니라 현실직시인가. ADHD는 더이상 애들이나 걸리는 일시적인 장애가 아니다. 산만함은 이 책에서 언급한 모든 문제의 발단이 된다. 주의력 결핍, 집중력 결핍은 요즘들어 내가 가장 느끼는 나의 문제점이기도 하다.. 이번에 일어난 항공기 사고도. 집중해서 뉴스로 접했을 때와 시시껄렁한 인터넷 기사속에 파묻혀 읽었을 때와 그 느낌이 달랐다. 어떤 주제든 강약을 없애버리는.. 무게감을 상실한 인터넷 공간속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다시피하여 얻게된 수많은 콘텐츠들을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게 되는 상태가 두렵다. 비극적인 사고로 사람이 죽은 기사를 읽다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느 연예인의 스캔들 기사를 클릭하는 내 스스로가 두렵다.(이것도 리뷰를 쓰면서 자각한 사실이긴하다..) 산만해질수록 인간의 가장 섬세하고 고유한 특성인 공감, 열정 등과 같은 감정의 경험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인터넷만의 문제라고는 단정할 수 없지만 감정의 깊이가 변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뜨어..

두 번째,

그는 톨스토이의 서사를 수준 높은 문학적 성과의 진수라고 분류하면서 "누구도 전쟁과 평화를 읽지 않는다"라고 적었다. "너무 길고 그리 흥미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점차 톨스토이의 신성한 작품이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일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사실 우리는 그동안 톨스토이와 프루스트 같은 작가들을 공허하게 칭찬하고 있었다.'라는 문장에서 왠지모를 죄의식을 느꼈다. 왜 읽어야하는지 모르고 읽는 책들이 많다. 남들이 좋다니까, 옛날부터 그랬으니까.. 읽다보면 뭔가 있겠지하고 읽었던 책들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독서도 있었다. 사실 이런 경우 내 지식의 소양을 탓했지.. 저 윗문장처럼 생각해본 적은 없었는데? 신선한데? 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톨스토이와 프루스트를 가치없다고 평가하기위해서는 우선 그들의 작품을 이해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읽었어야하고, 어떤 근거로 읽지 않아도 된다고 평가하는지를 보고 공감했어야 마땅했다. 물론 나는 저런 어마어마한 말을 내뱉기엔 아직 갈 길이 너무나 멀다..

각설하고, 비슷한 맥락에서 1초만에 구글에서 필요한 내용을 찾을 수 있는데 왜 책을 읽는가..라는 의문에 조금이라도 공감이 갔다는 것은 나 역시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일부가 되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책일 읽는 이유.. 이미 책 제목만 치면 세 네줄로 요약된 줄거리가 나오고 교훈도 나오고, 비망록에 적어놓을 법 한 글귀들도 정리가 되어있다. 근데 왜 몇시간 씩 들여서 책을 읽는가..책을 읽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자기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 같다. 굳이 머리속에서 꺼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나역시도 전차잭이니 오디오북이니 하는 것들이 표준이 되더라도 구텐베르크의 발명품을 고집할 이유를 가지고 있으므로.. 넘어가겠다.

사실 나는 이만큼 리뷰를 쓰는 것도 힘들다.

고등학생 때 학교에서 시켜준 박학천 논술?인가 그거 이후로.. 길게 글을 써본 기억은 몇 번 없는 것 같다. 나는 기필코 자식을 낳으면 글쓰기 훈련을 엄청나게 시켜버릴것이다. 이렇게 떠넘긴다.

수정이 가능한 디지털 문서는 글 쓰는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인쇄된 책은 완성본이다. 일단 종이에 잉크로 인쇄가 되면 그 속에 담긴 글들은 지울 수 없다. 출판이라는 행위를 통해 책이 완성된다는 개념은 가장 성실한 최고의 작가와 편집자들에게 영원을 갈망하는 눈과 귀로 저술활동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작품이 완벽해야 한다는 바람과 열망을 심어주었다... 우리는 무형식과 즉각성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 표현력과 수사법을 잃었다.

구텐베르크의 발명으로 대중화된 고요함이 의미와 정신의 일부였던 깊이 읽기의 관행은 점차 사라지고, 계속 감소하는 소수의 엘리트만의 영역이 될 가능성이 크다.

## 고요했던 시간으로 깔끔하게 돌아가기는 너무 늦은걸까?

마무리가 좀 서툴지만..

느낀게 많은 독서였다. 반성할 것도 많고..

지하철을 타고 가다보면 한 량 전철에 핸드폰으로 뭔가를 듣거나 쓰거나 게임을 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것 같다. 나는 한 때 이 소중한 시간을 핸드폰으로 떼우고 있는 사람들을 동정했으나 요즘 나도.. 동정했던 사람들의 일부가 되어있다. 책을 펴더라도 몇 쪽 못 읽고 핸드폰 보고 딴 생각하고.. 몰입의 기쁨을 느껴본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정보에의 노출을 피해야겠다. 가끔 왜 항상 생산적이어야하는가!! 라는 본질적인 의문이 들긴하지만? 이건 또 다른 얘기고!

아무튼
핸드폰에 손가락을 붙이고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서 어떤 때는 어플로 체크를 해보기까지 했었는데.. 사실 말라위와서 인터넷이 엄청 안터질 줄 알았는데(은근 미디어금식 기대) 이 고요한 삶에 기대 이상으로 인터넷이 터지다보니 ㅠㅠ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을 매일 느끼는 요즘이다. 오롯이 음악을 듣거나 명상을 하거나 멍 때리는 시간!

이번에도 역시 쓰면서 다짐한다.
그리고 책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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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잼나게 본 책입니다^^
생각하지 말고 사색하자!
좋은 하루 보내십시요!

감사합니다 미친털님ㅋㅋㅋ닉네임이 파격적이네요~!! 사색합시다>_<

인터넷이 아예 안터지든가...이게 감질나면 또 산만하게 만들어요.ㅎ. 그래도 책에 손이 가긴 합니다.

ㅋㅋㅋ맞습니다 종잇장 넘기는게 분위기가 있긴하죠?ㅎㅇㅎ

이런 글도 쓰시는군요!!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글쓰기 훈련 넘기시듯이 저에게 넘겨주신 흑백사진 챌린지 오늘부로 마쳤습니다.

처음엔 솔직히 부담스러웠는데 나름 마치고 나니 뿌듯하네요!! 지명 감사했습니다~

ㅠㅠ 넘기고 저는 못했네요.. 칼라풀 아프리카를 흑백으로 찍으려니 어렵더라고요 멋지십니다!!!!!!♧_♧

저도 하루에 30분씩은 책을 읽자 라고 벽에 붙여놓고 매일 지키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많네요. 제가 하는일이 또 컴퓨터 관련일이라 더욱이..

저는 요즘 책도 이북으로 봐서 더 심한 것 같아요ㅎㅎ공자도 어려워하는 게 중용이라잖아요? 중간을 잘 찾아봐요우리ㅠㅠ!

삶이 산만하면서도 단조로워졌죠 그냥 손가락만 움직이면...
어제는 새벽 3시쯤 은영님 글을 봤어요
그 시간에는 웬만하면 깨어있지 않는데
둥이 중 둘째가 오열을 하며 계속 깨는 바람에 저도 완전 멘붕 상태였죠 같이 울고불고...
이게 몇 주째 지속되다 보니
요즘은 감정조절이 잘 안 돼요ㅠ

아이가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에 제가 뭘 했냐면
스팀잇 보고 네이버카페 들어가보고
올림픽 뉴스 뭐 없나 보고요..

눈물을 흘리면서 터치하고 있는 꼴사나운 광경,,,
정말 웃겼어요 스스로

그러면서 맘 속으로
내 마음 속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잊었나
이렇게 지금 내 마음 상태와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 보면서 이 감정들을 잊는게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보니 침전됐던 나는 그대로 남아
우울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네요

시덥잖은 자기합리화만 늘어가는 요즘입니다..

은영님 포스트를 보니
카타르시스가 느껴져 마음이 조금 누그러져요..

ㅠㅠ 육아를 해보지 않아 백프로 공감할 수는 없지만, 저희 친언니도 조카 재워놓고 저녁마다 막걸리를 마시더라구요...? 조카가 막걸리를 엄마우유!!라고 해요ㅠㅠ 어머니들의 애환....
맨투맨으로 즐거운 일을 만들 순 없지만
온라인상으로라도 진정성있는 소통이 된다면
눈물 흘리며 클릭해도 좋은일 아닐까요...♡
저는 뭔가를 쓰면서 감정이 정리가 되는 것 같아요. 퇴근하고 디디엘엘님 댓글 보니 마음이 먹먹하면서도, 스팀잇으로 이렇게 관계가 생겨날 수 있구나 하는 기분이 좋습니다. 힘내세요!!!

저기 인도네시아 오지 가면 전화도 안터지던데요^^ 저절로 문화와 단절 되었습니다만 오히려 삶은 풍요로와 지더군요

맞습니다. 없이도 분명히 살 수는 있는데
있으면 거부를 못하겠는 것....흑ㅠㅠ

그래도 hands made in life를 즐기는 사람도 의외로 만ㅆ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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