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 (feat.그리스인 조르바)

in #kr6 years ago (edited)

빈곤, 그렇게 봅니까? 그럴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여기지 않습니다. 설사 우리에게 돈과 시간이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신 나라를 찾아가거나, 한가롭게 유럽이라도 돌아다니게 될까요? 그럴리가 없다고 봅니다. 아마 저 산을 넘어가는 것조차 하려 들지 않을 겁니다. 아마 평소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할 것입니다. 산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하겠지만, 그보다는 가족이나 친구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건 기질의 차이예요. 일부러 낯선 곳으로 가서 새로운 것을 찾는 것보다 이 주변에서 예로부터 알고 지내온 사람과 더 깊이 사귀는 쪽을 택하리라는 기분이 들어요. 바로 곁에 있는 친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르니까 말이지요. 'inquisitive'라는 단어를 아십니까?

즉 알고싶어 하고 호기심이 강하다는 뜻인데유럽인들이나 일본인들은 그렇지요. 하지만 우리는 달라요. 세계대전이 일어났을때도 뉴스는 들려왔습니다. 히틀러의 전쟁이라느니, 일본군이 어쨌다느니 하고... 그래도 여기서는 별 관심을 끌지 못했어요. 우리는 원래 그런걸 알고싶어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당신 생각은 어때요? 인퀴지티브한것과 그렇지 않은것과 어느쪽이 나을까요?

-아프리카에서 온 그림엽서, 후지와라 아키오

기질의 차이는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유전자인가 날씨인가 지리적인 이유인가
내가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어쩔 수 없이 이런 기질을 타고났다 하더라도 별로인 걸 느끼면서도 관성적으로 그렇게 살아야 할 필요는 없다 느낀다.

실체가 없는 한국적 기준. 그러나
너무 강력해서 유전자에까지 형질이 있는건 아닐까 싶은 한국적 기준!!!

좋은 집도 없고 좋은 차가 없더라도
미세먼지가 심할 땐 하늘 맑은 곳에서 책이나 읽고
스트레스 받거나 몸이 안좋을 땐 어느 한적한 산중턱에서 구름 흘러가는 거나 보고싶다~

생각하면서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이따위 것은 다 현실을 잊은 낭만이 되버리고 마는 것이다.

이런 용기까진 없을 것 같은 너무나 한국적인 나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그리스인 조르바를 기억해보련다....
조르바는 나의 정신적 롤모델이다.
왜냐!! 쉽게 될 수 없는걸 아니까.

우리네 삶에 복잡스러운 군더더기들을 다 걷어내었을 때에, 태어나서 세상이 아무것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을 때, 존재 이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은 원초적인 모습을 조르바를 통해 상상해보는 즐거움.

세상의 모든 도덕률에서 벗어나서 자유만을 목표로 산다는 것.

로또되면 뭘 할래?

이 질문에 당장에 지금 하는 것들을 때려치우고 나는 세계일주를 간다? 라고 대답한다면? 진짜 가면? 공허함이 하나도 없을까?

뒤쳐진다는 불안감은 없더라도, 완벽한 자유를 느끼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건 날때부터 주입받은 성취없는 삶은 의미가 없다는 것에 대한 죄의식인 것인가.. 아니면 타고난 본성인가.. 잘 모르겠다. 더 살아보자ㅋ_ㅋ

굴러가는 돌멩이를 보고 감동하는 조르바처럼 어린아이가 세상을 보듯이 아침을 맞는 조르바처럼

복세편살;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1.사면에서 돌멩이는 다시 생명을 얻습니다.

2.인생의 신비를 사는 사람들에겐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는 사람들은 살 줄을 몰라요.

3.나는 내 영혼이 그의 영혼과 밀착되어 있어서 어느 한쪽이 죽는데 다른 한쪽에서 몸을 떨어가 고통으로 절규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4.내겐 그리스에 친구가 하나 있소. 내가 죽거든 편지를 좀 써주시어, 최후의 순간까지 정신이 말짱했고, 그 사람을 생각하더라고 전해 주시오. 그리고 나는 무슨 짓을 했건 후회는 않더라고 해주시오.

조르바 지금 이 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잠자고 있네.
그럼 잘 자게.
조르바, 지금 이순간에 자네 뭐 하는가?
일하고 있네.
잘해 보게.
조르바, 자네 지금 이순간에 뭐 하는가?
여자에게 키스하고 있네.
조르바, 잘해 보게. 키스할 동안 딴 일일랑 잊어버리게. 이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네. 자네와 그 여자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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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영님의 사진에 비친 말라위 아이들, 사람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물질의 풍요가 행복을 가져오진 않는것 같아요. 아쉽게도 우리가 속한 사회에선 불가능한 얘기지만요...

맞습니다. 오히려 겉만 번드르르한 외국인의 삶을 알게되는게 저 쪽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이 됩니다. 상대적인 거니까요ㅠ 아무튼 아이들은 맨발로 흙바닥을 뛰어노는 즐거움을 가져야한다고 느끼는바입니다!!

저는 과연 inquisitive 할까요? 이글 보고 생각하는게 많아지네요.

저도 본성은 아닌데 inquisitive를 주입받은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ㅎㅎ

한때 카잔차키스가 너무 좋아서
크레타섬에 가고픈 꿈을 꿨었죠...
이제 그 꿈 위에 다른 꿈이 덧대어져
한참을 찾아 꺼내보아야 하는 희미한 기억이 됐지만요..
그리스인 조르바
오랜만에 듣는 이름에 반가움이 앞서요..

ㅋㅋ저도 크레타에 있는 무덤은 왠지 꼭 가보고싶어요!!! 통하는게 많네요♡

말라위... 아주 먼나라에 계시네요

24시간 걸립니다ㅎㅎ하루만 투자하면...ㅋㅋ

은영님의 사진에선 왜 그곳의 흙냄새가 날까요?
아무나 그렇지는 않거든요.
은영님의 글에서는 꾸밈없는 생채의 맛이 느껴져요. 깨물면 채즙이 물큰 느껴지는...

과찬이십니다으~~♡ 흐흐 그래도 기분 좋네요:)
생채의 맛이라니 엄청난 표현이십니다.
저도 이제 찻집에 가봐야겠습니다^*^!!

영성서적인가 보내요.

오늘은 오! 늘이다. - 多夕류영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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