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에세이 10. 외상 3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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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포스팅에서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위험성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오늘은 피해자의 위험성에 대해서 사례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교통사고의 피해자는 대상이 자전거든지 오토바이든지 자동차든지 버스든지 중요하지 않다. 운동에너지가 일정 수준 이상을 넘어서면 그 충격은 인체를 부서트리기에 충분하다. 힘을 낼 수 있는 양이 자전거보다는 오토바이가, 오토바이보다는 자동차가, 자동차보다는 버스가 크기 때문에 중증도가 뒤로 갈수록 높아지긴 하지만 요지는 다들 별거 아닐거라고 생각하는 자전거로도 인체를 망가트리기에는 충분한 힘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상기 소견은 에너지 제공자 측면의 이야기이고 에너지를 전달받는 환자 측 요소도 중증도를 평가할 때 고려해야 한다. 고령의 노인에서는 골다공증 등으로 골절이 발생하기 쉽고 유아의 경우는 키가 작아서 물리 에너지를 두부 (=머리) 에 받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면 자동차가 부딪힐 때 앞부분이 성인은 무릎 부분에 부딪히지만 영유아는 가슴이나 머리에 부딪히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바퀴로 굴러가는 물체를 운전하게 될 경우 항상 긴장하고 명심해야 한다.

내가 누군가를 죽게할 수 있다는 것을.

#. 73세 남성
이 환자는 교통사고 환자였다. 저녁 6시경 길을 건너다가 오토바이와 정면으로 충돌하여 근처 사람들이 119에 신고하여 응급실에 내원하였다. 응급실에 내원한 환자는 의식이 처져 있어서 급하게 기관삽관을 시행 후 초음파로 먼저 가슴과 복부를 스캔하였다.

초음파 상에서는 우측 가슴의 기흉이 관찰되었으며 복부 내 장기 출혈은 보이지 않았다. 환자의 혈압은 잘 유지되고 있어서 전신 CT 를 통해 머리와 전신의 이상 여부를 평가하였다.

CT 상에서는 뇌출혈 (경막하혈종), 우측 3~7번, 좌측 2~9번 갈비뼈 골절, 폐 타박상이 확인되었다.

일단 머리 CT 에서 경막하 출혈 (subdural hemorrhage) 이 관찰된다.

머리 위에서부터 보였던 출혈이 꽤 아래까지 내려와서도 관찰된다. 출혈이 좌측 뇌 전반에 걸쳐서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빨간색 화살표는 기흉을 의미한다. (이전 포스팅 참고)
파란색 화살표는 피하기종을 의미한다. 원래 피부 안에는 공기가 들어있으면 안 되지만 이 환자는 오른쪽 갈비뼈가 부러지면서 폐속의 공기가 피부로 들어갔다.
초록색 화살표는 혈흉을 의미한다. 혈흉이란 흉곽 안에 피가 차는 것으로 이 환자는 왼쪽 갈비뼈가 부러지고 폐에 타박상을 입으면서 출혈이 생겨서 흉곽 안에 고이게 된 것이다.

우측 갈비뼈의 골절이 보인다.

좌측 갈비뼈 골절도 관찰된다.

환자의 최종 진단을 근거로 수상기전을 유추해 보자면 환자는 오토바이의 앞부분에 가슴을 부딪히면서 일차로 땅바닥에 넘어졌고 넘어지면서 등과 좌측 머리를 바닥에 강하게 부딪힌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면서 양쪽 등의 후방부에 있는 갈비뼈들이 줄줄이 골절되면서 폐를 찌르고 찔린 폐는 터지면서 우측에 기흉 및 혈흉, 좌측에도 혈흉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넘어질 때 왼쪽을 보고 넘어졌는지 좌측에 주로 경막하 혈종이 관찰되고 있다.

목뼈 골절이나 복강내 출혈, 하지의 골절이 추가적으로 없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일단 위 진단명 중에서 가장 위험한 게 뇌출혈이다. 이에 바로 신경외과에 연락이 되었고 신경외과에서도 응급 개두술을 진행하였다.

수술기록을 보니 혈종이 있는 반대편을 열어서 압력을 감소시켜 주고 혈종이 있는 부분의 혈액을 빼내준 후 다시 두개골을 덮어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신경외과가 아니라 자세한 수술적 소견은 모르겠다.ㅠㅠ) 수술 후에는 머리 안에 공기 (빨간색 화살표) 가 관찰되는데 두개골을 열었으니 자연적으로 생길 수 있는 상황이다.

이후 환자는 중환자실로 입원하여 치료를 진행하고 있었다. 입원 중 환자는 경련하는 이벤트가 있어서 CT 를 찍었더니 추가로 새롭게 뇌출혈이 발생되어 항경련제 등을 맞으며 경과를 관찰하고 있었다.

환자는 지금도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며 병마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다행히 회복하더라도 뇌기능에 후유증이 생겨 장애가 남을 가능성은 충분히 높다. 한 순간의 사고로 남은 여생이 크게 바뀌었고 가족들이 부담해야 할 간병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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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는 한 순간이다. 피해자에게도 한 순간이고 가해자에게도 한 순간이다.

우리는 항상 의식해야 한다. 교통사고가 나면 죽을 수 있다는 것과 내가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필자는 운전대를 잡고 시속 30km 이상의 속도에서는 의식적으로 긴장을 한다. 이 이상의 속도에서는 사고가 나면 사람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통사고의 메카니즘과 피해자의 중증도를 알기에 필자는 음주운전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도 음주운전은 매우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음주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가 바뀌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 글을 읽는 스티미언 여러분도 항상 안전운전 하시기를 바랍니다. 한 순간에 본인과 주변 사람들의 삶이 변하는 것을 많이 목격하고 있습니다. 부디 안전운전 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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