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이 들 땐 달나라에서 스팀잇을

in #kr6 years ago

이제 이틀 뒤면 스팀잇을 시작한지 4개월째이다. 내가 얼마나 짧은 간격으로 글을 적었는지와 관계없이 늘 스팀잇을 생각했다. 대개 어떤 소재로 글을 쓸지에 대한 고민이었고 그 외에는 '내가 받은 것들에 대한 보답을 어떻게 해야할지', 그리고 친해지고 싶은 사람들의 목록 정도였다.

스팀잇은 가볍지 않다

그 무게가 나를 짓누른다. 나는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하고싶다. 가령, 여전히 $2-$3 정도의 액수면 내 글에 대한 많은 분들의 호의를 충분하고 감사하게 느낄 수 있는데(물론 액수가 높더라도 업보팅의 숫자가 극도로 적으면 많이 실망 하겠지만) 이런 진심을 말하기가 부담스럽다. '누군가 내 표현을 가식이라고 여기면 어쩌지, 그래서 나를 위선자라고 생각하면 어쩌지'하는 걱정 때문이다. 또한, 이루어 놓은 것은 없이 20대 전체를 연애로만 보낸 내가 자극적인 언어로 연애사를 이야기 할 때 남들이 불편하게 바라볼까봐 그 또한 겁이 많이 난다. 나는 쫄보새끼이다.

누군가 나를 좋아하는 듯한 감각때문에 얻는 기쁨보다 타인이 나를 미워한다는 추측때문에 생기는 불안이 내 감정에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정신문제의 직간접적 원인이 있겠지만 아직 스스로 정확히 파악하지 않았다. 스팀잇을 하면서 일희일비하는 모습때문에 엄마는 나의 소심함을 더욱 적나라하게 파악하셨다. 퀸 오브 대범인 우리 엄마는 늘 그러지 말 것을 나에게 이야기 하시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몇 일은 세상 선량하고 친절한 사람처럼 댓글을 남기다가 몇 일은 댓글을 전혀 달지 않는 이유는 '나'라는 사람을 꾸미거나 온전히 표현하는 차이가 아니고 그냥 그 때 그 때 내 기분때문이다. 온 몸과 마음이 기계같을 때가 좀 있는데 그럴 때는 댓글을 달지 않는다. 기름이 아니라 피가 공급되어 몸에 돈다고 느낄 때만 댓글을 달고 그 따뜻함은 내 혈액의 온도이다. 그리고 글을 퇴고하는 것이 너무나 고통스럽다. 읽은 글을 다시 읽는 일은 지겹고 부담스럽다. 나는 동음이 반복 되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데 가끔은 아무리 여러 번을 읽어도 그 것(동음반복)을 발견하지 못 한다. 눈으로 글을 보고 뇌로 인식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생길 때도 있다. 그러면 퇴고를 하지 않으면 되겠지만 댓글도 여러번 수정을 하게 된다. 예전에 아무 생각없이 썼다가 실수 한 적도 있었고.. 내 댓글만큼은 봇과 비슷한 인간이 쓴 것처럼 보이기 싫지만 가끔 여러 개를 연속적으로 쓰다보면 역시나 나도 가든봇이 되어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그래서 중단하려면 누군가 '왜 다른 사람 꺼에는 다 대댓글 달면서 내 꺼는 쌩까지'라고 생각할까 싶어 계속 쓴다. 그래서 낭만 공모전에서 대댓글이 중단된 어떤 스티미언에게 지금까지 죄송하고 있다.

스팀잇을 너무 무겁게 생각한다

'커뮤니티를 한다는 것'의 속성이 원래 그러한지, 스팀잇이 유독 깊게 빠뜨리는 경향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과몰입때문에 상처 입으시는 듯 하여 속상하다. 위에서도 밝혔듯이 내가 인간관계에서 오는 환희보다 낙담에 훨씬 민감한 스타일이라 분노하거나 슬퍼하시는 분들에 대한 공감이 있다.

역설적으로 스팀잇에 대한 사랑이 크기때문에 발생하는 감정들이란 것 알지만, 내 마음이 망가질 정도의 고통을 느낀다면 차라리 애정을 줄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누가 더 옳고 누가 더 합리적인지 경쟁하는 것에 관심없다.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면, 또는 그 사람의 얼굴을 실제로 보고 두어 마디 나누어 본다면 우리는 글만으로 대면할 때 느끼는 것보다 훨씬 비슷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A가 B를 크게 미워하거나 D가 C때문에 크게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우울하다. 내 우울을 줄이기 위해서는 아니고 스팀잇 활동에서 느끼는 무게감이 과중하여 감정까지 다치는 것일 수 있으니 자신을 위해서 스팀잇을 과경평가(過輕評價) 하셨으면 좋겠다.

달에서는 6분의 1 중력 밖에 느끼지 않는다고 했던가? 몸도 감정도 생각도 언제나 그렇게 가벼워서는 안 되겠지만 힘이 들 때 6분의 5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상처도 크지 않을 것이다. 스팀이 달까지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처럼, 마음을 가볍게 하는 연습도 간절하게 해보셨으면 좋겠다. 물론 내 자신에게 가장 해당되는 말이다. 그래야 나중에 다함께 To the moon해서 즐겁게 어울릴 수 있을 것 아닌가!

달나라로.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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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차에 도전하세요

그리고 즐거운 스티밋하세요!

균형을 맞춘다는 거...!! 언제라도 중요한 거겠죠 ^^
4개월차 선배님 글 잘 읽고 갑니다 ~~ :)

글쓰는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것은 사실인것 같아요. 독자가 있다는 것이 부담이 되거든요. 아무래도 스스로에게도 기대를 많이 하게되는 것도 당연한 것이구요. 그래서 너무 무거워지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ㅎㅎ

솔직한 글이네요.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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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요즘은 쉬면서 하려구합니다^^

편안하게 글 쓰셔요. .
기다림이라는 설레임으로 가든 님 이야기 오래도록
훔쳐보기? ㅋ ㅋ 하고 싶어지네요.
부담감으로 이야기를 풀어 놓지않으시면. .
미오 할겁니다. . ㅋ ㅋ

순진하지는 않지만 누구보다 순수한 연신님 흐흐.

맞아요.대면하고 나누는 이야기가 아니란 것을 감안해야죠.
글빨이란게 또 개인차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사실 대개의 문제나 갈등들은 얼굴 맞대고 이야기하면
애초에 크게 심화될 것들이 아닌 것들.

즐기셔야 됩니다. 굳이 좋은 글을 써야 하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하네요. 모두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중압감이 오히려 스팀잇 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냥 공감하는 글 읽고 댓글 달고 힘들면 쉬고 즐거우면 공감하고...

즐거운 스팀잇 입니다.

댓글을 좀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하면
자꾸 부담이 되더라고요 ....요즘은 가볍게 하려고해요 ㅎㅎ
첨엔 다른분들 글도 정말 밤 새가며 읽었는데
요즘은 긴 글도 많지 않은데 ....더 가볍게 읽게되더라고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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