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음식스토리텔링) 제주 해녀들의 해조류 밥상(실습편-2) - with 양용진 선생님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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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차린 해녀의 밥상은 어찌보면 그들의 고단한 삶만큼이나 퍽퍽한 밥상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오늘은 한껏 해녀여서 좋을 그런 밥상을 차려 볼 생각이다.
요즘 제주에도 해녀가 귀해 그들의 돈벌이가 꽤 괜찮다고 하니, 아마도 이제는 본인들도 그리고 그들의 식구들도 집안에 해녀가 있어서 먹을 수 있는 호사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음식을 만들기 전에 제주어를 조금 살피고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성게를 제주어로는 '구살'이라고 한다.
아홉개의 화살이란 뜻으로 성게의 모양이 뾰족뾰족하게 생겨서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딱히 아홉개의 가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다는 의미로 구살이라고 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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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네이버

다음으로 기억할 것은 '구젱기'이다.
'구젱기'란 소라를 뜻하는 제주어이다.
특히 제주도 사람들은 뿔소라를 별미로 해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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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동문시장에 갔더니 이만큼씩 해서 만오천원에 팔고 있었다.
조금 비싸다.
내가 뿔소리구이를 배울 때는 훨씬 쌌었는데.... 아마 이 정도가 오천원??
아마도 8월이면 소라를 잡지 못하는 '금채기'이기 때문에 벌써부터 값이 많이 오른 것 같다.
나중에 한접시에 5천원 정도 할때 실컷 소라구이를 해먹어야겠다.ㅜㅜ

구살국(성게국)

성게는 처음부터 귀한 식자재가 아니었다.
전복의 먹이가 되는 미역을 성게가 자꾸 먹어서 해녀들이 없애려고 성게를 잡았다고 한다.
그러다가 전복은 내다 팔고 성게는 미역국 같은 데에 그냥 넣어 먹던 그런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요즘은 반 공기 정도 되는 양이 2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으니 완전한 신분 상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재료 : 성게(구살) 100g, 미역 50g, 다진마늘 약간, 참기름 1큰술, 국간장 약가, 소금 약간

하지만 이날 수업에 준비된 미역은 제주산 생미역이 아니었다.
그냥 오뚜기 마른 미역이었다.
제주산 생미역을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는 있는 것이 아니므로 오뚜기 마른 미역으로 성게 미역국을 끓이는 것도 알아둘 필요는 있다.

성게알의 경우에는 요즘 대형 마트에서 냉동 성게알을 구할 수 있으므로 어디서든 성게미역국을 끓여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단, 냉동 성게알을 한번 녹이면 다 써야지 녹은 걸 다시 얼리면 안된다.
성게가 녹으면서 물이 많이 나오고 다시 얼렸다 녹이면 거의 건더기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성게알이 씹히는 맛이 있어야 성게 미역국이 더 맛있으므로 한번 해동한 성게알은 되도록이면 모두 사용하는 것이 좋다.

일. 미역을 물에 넣고 불려두었다가 씻어 먹기 좋게 썰어준다.
냄비에 참기름을 붓고 미역을 넣어 달달 볶아준다.
어느 정도 볶아지면 물을 넣고 끓인다.
(제주산 생미역의 경우는 물을 먼저 끓이고 미역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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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미역을 볶을 때 항상 생각하는 것이 있다.
언제까지 볶아야 하지?
미역을 넣고 어느 정도 볶다보면 미역의 냄새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딱 그때까지 볶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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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물을 붓고 끓여준다.

여기서 잠깐!
보통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는 요령은 물도 많이 붓고 미역도 많이 넣고, 오랫동안 끓이면 맛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성게 미역국을 끓일 때는 두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먼저 제주산 생미역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오래 끓이면 너무 흐물거려서 맛이 없다.
다음으로 성게미역국을 끓일 때는 성게를 많이 넣어 끓일 수 없으므로(엄청나게 비싸니까.ㅜㅜ) 물을 조금만 넣고 끓이는 것이 좋다.
적은 국물에 성게알을 어느 정도 넣었을 때 그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다진마늘과 성게를 넣어 한소끔 끓으면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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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가 2만원 어치 정도 된다.
겨우 열 숟가락 정도나 되려나...ㅜㅜ

성게알을 넣고 너무 많이 끓이면서 저어주면 그나마 건더기인 성게알이 다 풀어지므로 한소큼만 끓이도록 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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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성게미역국이다.
국물이 노랗게 우러났고, 성게알도 실하게 보인다.ㅋㅋ

구젱기 구이

재료 : 뿔소라 5개

일. 소라는 가스렌지에 석쇠를 올리고 직화로 구워야 한다.
석쇠에 소라를 가지런히 놓고 아주 약한 불로 움직이면서 고루고루 구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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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를 굽기 위해서 부루스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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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스타 위에 석쇠를 올려놓고, 뿔소라의 입구가 위로 올라오게 얹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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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뿔소라는 이렇게 맛있게 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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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굵은 소금을 깔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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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 앞에 단추처럼 생긴 것은 먹는 사람의 편의를 위해 떼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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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먹기 좋게 셋팅한다.

전에 티비에서 보니까 제주도 출신의 연예인인 고두심이 집에 찾아온 후배들(이승기, 육성재, 양세영 등)을 위해서 이 뿔소라를 구워주는 것이 나왔었다.
그때도 고두심의 말에 의하면 이 소라구이는 하나를 쭈욱 빼서 한입에 먹어야 제맛이라고 한다.
귀한 손님이 오면 해주는 소라구이라 본인도 제주도에 내려오면 꼭 챙겨먹는 거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것이 생각이 난다.
정말로 소라구이를 한입 입안에 가득 넣고 오물오물 씹어먹으면 그 고소함과 쫀득함이 마냥 행복한 생각이 들게 한다.

전복죽

전복죽은 다른 날 배운 것인데, 아무래도 해녀의 고급 밥상에는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이날의 포스팅에 함께 정리해 보았다.

재료 : 전복 300g, 불린 쌀 1.5컵, 참기름 1큰술, 소금 약간

일. 전복은 잘 씻은 다음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기고 뒤집어 내장을 분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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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손질하는 법 - 숟가락으로 껍질과 살을 분리하고, 뒤집어서 노랗거나 초록색인 내장을 분리해낸다.

이. 전복 내장은 도마에다 다진다.
믹서기에 갈아도 되는데, 믹서기에 갈 때는 물을 1/2컵 넣고 간다.
하지만 얼마 안되는 양인 전복 내장이 믹서기에 묻어서 버려지는 것이 더 많으므로 가능하면 그냥 도마에서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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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 전복은 알맞은 크기로 썰어준다.

사. 냄비에 참기름(2/3)을 두르고 전복을 살짝 볶은 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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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다시 참기름(1/3)을 두르고 전복 내장을 넣고, 불린 쌀을 넣고 쌀에 어느 정도 내장의 색이 베면서 볶아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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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내장을 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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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린 쌀을 넣고 볶는다.

육. 물을 9컵 넣고 끓인다.

칠. 전복죽이 다 되면 아까 볶아놓은 전복을 넣는다. 전복죽의 간은 소금으로 하는데, 꼭 먹기 전에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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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전복죽이다.

여기서 죽 끓이는 팁!
죽을 끓일 때 불린 쌀을 손으로 으깨서 넣으면 전복의 맛이 쌀에 더 깊이 베이고 죽이 더 걸죽해져서 부드러워진다.
불린 쌀을 믹서기에 갈아도 되지만, 간단히 손으로 꼭쥐어 으깨 주기만 해도 죽이 더 맛있게 된다.
그리고 쌀을 불리기 위해 담궈놓은 물에서 손으로 으깨면 물이 뿌옇게 된다.
이 물로 죽을 끓이면 더 죽이 걸죽해진다.

그리고 죽을 완전히 풀어질 때까지 끓이지 말고 어느 정도 물기가 있게 끓이는 것이 좋다.
죽은 계속해서 풀어지기 때문에 너무 물기가 없으면 나중에는 완전히 떡처럼 뭉쳐져서 덜 먹음직스럽다.
물을 많이 잡아서 오래 끓이되, 완전히 물이 없을 때까지 끓이지 않는 것이 부드러운 죽을 끓이는 노하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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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서 어제 포스팅부터 오늘 포스팅까지 해녀의 밥상을 먹음직스럽게 차려 보았다.

제주에 놀러오면 가끔 '해녀의 집'이라고 지차체에서 건물을 대여해주고, 해녀들이 운영하는 음식점이 있다.
여기서 꼭 성게미역국과 전복죽을 먹어보자.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가는 해녀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자.
물론 제주도의 생막걸리를 반주로 한잔 먹는 것도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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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침 넘어가요 ㅎㅎ

반갑습니다.
제주 음식이 맛깔난 것이 참 많습니다.^^

우와~!! 고급스러운 한상차림이네요^^
성게미역국은 안먹어봐서 궁금하네요~
전복죽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침 꼴깍 넘어가요^^

요즘 점점 제주도 식당들에서 성게 미역국이 없어지고 있어요.
아마도 성게가 너무 비싸서일 거에요.
언제 시장에서 사다가 끓여서 드셔보세요.
아주 쉽답니다.^^

와... 침이 가득 고이는 전복죽 비쥬얼.... 나중에 제주도 가면 꼭 먹어봐야겠네요. 성게미역국과 함께요. gghite님 식당 내셔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럼 찾아가겠습니다 ㅎㅎ

제가 이것저것 시도는 잘 하는데요. 정형화가 안돼요.ㅜㅜ
기분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거든요.ㅋㅋ
전복죽은 집에서도 해먹기 그리 어렵지 않답니다.^^

뿔소라 넘나 좋아하는데.. 석쇠를 사야할까 고민했습니다 ㅎㅎ
저리 구워먹어도 되는군요~
오늘 음식들은 제주라 정말 더 맛나겠어요~~

석쇠만 있으면 아주 멋진 뿔소라 요리를 먹을 수 있으니 하나 장만하세요.^^

저도 집사부일체, 고두심편 보았네요!!
제주음식이 도시음식보다 역시 건강식이네요!!

맞아요. 집사부일체.ㅋㅋ
고두심이 제주음식을 너무 사랑하는 것이 화면으로도 느껴지더라구요.^^

우와 소라 비주얼!
저한테는 다른 사진은 안뜨네요 지지님..
성게는 밥으로밖에 안먹어 봤는데 국으로는 흠... 맛이 궁금해요

아~~~ 다먹고 싶네 ㅎㅎㅎ제주는 역시 해산물!
성게 전복 소라 최고에요!!

어? 왜 사진이 안 보일까요.
아마도 일시적인 것이었을 거에요.
이제는 보여서 좋은 음식 구경 제대로 하시길...


날마다 잔치 음식을....

제주 음식 밋업을 한번 하셔야할 듯^^

과찬이십니다.
사실 포스팅 외에 집에서 먹는 다른 건 그저그런 흔한 것을 먹습니다.^^

해산물을 엄청 좋아하는 저는 반드시 제주도 가서 살아야겠습니다 ㅠㅠ

우선 한국부터 들어오셔야 할텐데요.
이번 한국 방문도 꽤 오래간만이라고 하신 거 같던데...
미국에 계신 곳은 바다하고 먼곳인가요?

소라~ 헐~ 대박~ ㅡㅡ;
서울로 배송이 어케 안될까욤??? ^^
그나저나 성게 미역국은 잘 못 끓이면 못 먹을 정도라는데~
역시~ 요리를 너무 잘하시나봐욤~~~~

네, 성게도 종류에 따라 맛도 다르고요, 너무 과하지 않게 후루룩 끓여 먹는 게 맛있다고 하더라구요.
시장에서 싱싱한 성게알 사고, 생미역만 잘 사면 쉽게 맛있게 끓일 수 있답니다.~

배가 엄청 고파집니다.. 성게미역국 전복 등등 다 비주얼도 너무 좋네요.

해녀들의 고급스런 밥상이니 수고하는 그들을 위해 한껏 부러워해줘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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