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월드컵 D-4] 축구와 문화 그리고 사회 (29) – 축구를 통해 본 페루

in #kr6 years ago (edited)

페루는 축구에 미친 나라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물론 다른 남미 국가도 마찬가지이지만…

페루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이 축구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페루 사람들에게 국가대표 축구에 대해 이야기하자고 하면 거의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견을 줄 것이다.

축구 경기를 할 수 있는 필드는 페루의 고산지대, 사막, 우림 등 모든 곳에 있다. 페루에 가면 어린이와 어른 모두 축구를 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페루는 국내 리그가 인기 있다. 특히 수도 리마에 있는 알리안사유니베르시타리오는 최대 라이벌이다. 알리안사는 노동계층의 지지를 받는 팀이고 유니베르시타리오는 상류층의 응원을 받는 팀이다.

두 팀을 응원하는 팬들 사이에는 강한 라이벌 의식이 있다. 그리고 이 라이벌 의식은 페루 전국에 퍼져 있다.

1880년대 영국 선원에 의해 소개된 축구는 곧바로 큰 인기를 끌었고 당시 농부들은 하루 10시간 이상 일한 후에 밤에 축구를 할 정도로 인기 스포츠였다는 기록이 있다. 페루의 수도인 리마는 당시 산업화로인해 외지에서 몰려드는 인구가 크게 늘어났고 이 도시는 이들에게 어떤 문화를 제공해줬어야 했는데 축구가 그 역할을 제대로 했다.

*이번 시리즈에서 반복해서 하는 이야기인데 축구는 단순한 공놀이 그 이상이다. *

1920년대 페루에는 여전히 프로리그가 탄생하지 않았고 축구 그 자체를 좋아했던 선수들은 경제적인 손해를 보고 경기에 참가했는데, 이유는 일상생활에서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선수들이 관중의 열렬한 박수를 받는 것에서 자신이 사회에서 필요한 존재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20세기 초반의 역사를 기반으로 축구가 큰 인기를 끌었기에 페루의 어린이들은 대부분 축구 클럽에 가입되어 있거나 적어도 축구 놀이를 자주 한다.

그런데...

축구의 인기가 높아지면 폭력성도 높아질 때가 있는데 1964년 아르헨티나와의 경기에서 심판의 판정에 화가난 팬들이 폭동을 일으켜 300여명이 사망하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있었다.

경향신문의 임지영 기자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5월24일, 페루 리마 국립경기장에서 페루와 아르헨티나가 도쿄올림픽 본선 티켓을 놓고 격돌했다. 후반 15분 선취점을 올린 아르헨티나. 그러나 기쁨도 잠시, 후반 35분 자살골이 터지고 말았다. 주심은 동점골을 무효로 선언했다. 페루 선수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경기는 속개됐다. 그 순간 한 청년이 스탠드를 뛰어넘어 심판에게 돌진했다. 경찰이 출동해 청년을 제압하자 관중석에서 야유와 함께 물병과 의자가 날아들었다. 위협을 느낀 주심은 경기시간이 5분이나 남았음에도 종료 휘슬을 불었다. 분노가 극에 달한 4만여 명의 관중이 스탠드를 뛰어넘었고 그라운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다급해진 경찰은 최루탄을 쏘고 경찰견을 풀었다. 관중은 혼비백산해 도망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밟히고 깔렸다. 담장을 부수고 탈출한 관중은 폭도로 변했다. 이들은 경기장 주변에 불을 지르고 정부청사로 몰려가 “과잉진압 내무장관은 사퇴하라”고 외쳤다. 이날 경기장에서 318명이 숨지고 500여명이 다쳤다. 시위는 다음날까지 이어져 페루 체육회가 습격당하기에 이르렀다. 정부는 결국 계엄령을 선포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105232130485#csidxb75250cb2f5b89ab63d7071f2f95226 )

이 대참사 외에 페루에는 또 하나의 안타까운 축구 관련 대형사고 기록이 있다. 페루의 인기 축구팀이었던 알라안사의 선수단 중 17명이 지난 1987년 타고 가던 항공기의 사고로 사망한 사건이다. 알리안사는 당시 은퇴한 선수를 현역으로 영입해 남은 시즌을 마무리했는데 팬들에게는 끔찍한 대형 참사로 기억되고 있다.

그동안...

페루는 월드컵에 4차례 출전한 바 있다. 1930년 1회 우루과이 월드컵, 1970년 멕시코 월드컵,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 출전했다. 묘하게도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나라가 주최했던 월드컵에만 출전한 경험이 있다. 페루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진출 티켓을 받아 처음으로 비스페인어권 나라가 개최하는 월드컵에 나가게 됐다.

월드컵 성적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1970년 월드컵과 1978년 월드컵에서 각각 8강 진출을 이뤘다. 그런데 8강전 결과는 썩 좋지 않다. 1970년 월드컵에서 8강전에서 브라질에 2:4로 완패했다. 그리고 1978년 월드컵 8강(2라운드) 조별 리그에서는 10골을 내주고 단 한 골도 올리지 못하며 망신을 당하기도 했다. 특히 홈팀 아르헨티나에 0:6으로 완패했는데 당시 아르헨티나는 4골 이상으로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이 없는 완패는 의혹을 불러 일으켰고 이후 아르헨티나는 페루에 식량을 지원하고 차관을 제공했다고 한다. 왜 그랬는지는 독자 여러분의 상상에 맡긴다. ^^

페루는 2017년 36년만에 월드컵 진출을 이뤘고 축구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아르헨티나 출신인 리카르도 가레카 감독이 이끄는 페루는 아이스란드, 크로아티아, 사우디 아라비아, 우루과이 등을 만나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하지 않았다. 14경기 무패행진 기록.

페루의 공격은 파올로 게레로가 이끈다. 게레로는 A매치 86경기에 출전했고 34골을 기록한 페루의 스타다. 게레로는 약물 복용 혐의로 징계를 받았는데 월드컵 개막을 2주 앞두고 선수 자격을 회복했다.

금지약물 성분이 함유된 차를 마신 것이 검사에서 걸리면서 14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게레로는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본인이 모르고 마셨다고 주장한데다가 러시아 월드컵에서 페루의 C조 상대국인 프랑스, 호주, 덴마크 주장 세 명(위고 요리스, 마일 제디낙, 시몬 기예르)이 서명운동을 통해 그의 결백을 주장하자 징계가 임시로 철회된 것이다.

레나토 타피아(네덜란드리그), 크리스티안 쿠에바(브라질리그) 등은 잘 알려진 선수들은 아니지만 페루를 이끌 젊은 선수들이다.

[거꾸로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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