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동2018] 골목 정취를 담아 길 전체를 전시하는 놀라운 기획

in #kr6 years ago (edited)

세상을 바꾸는건 정말 기획이구나란 것을 실감하는 전시회가 제가 사는 동네 골목길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물나무'라는 동네 흑백사진관에서 기획한 '계동 2018'이란 전시회인데요. 종로구 재동초등학교 옆 골목에서 중앙고등학교 정문까지 이어지는 '계동길'에 자리잡은 상점 하나하나마다 담긴 '사람 이야기'를 전시하는 기획입니다.

가게를 지키는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 사진, 그리고 인터뷰가 주된 내용입니다. 계동길을 천천히 걷다 보면 가게 앞에 걸린 흑백 사진들을 볼 수 있는데요. 이런 모습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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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시를 처음 발견한 정애쿠키서 기념으로 쿠키를 샀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쿠키 주러 나오시는 정애쿠키 사장님의 모습이 찍혔네요. 사장님 얼굴에 초점이 안 맞긴 했지만, 그래도 그 느낌이 좋아서 한컷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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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쿠키 사장님 사진만 당겨서 찍었어요. 우리밀 통밀가루로 만든 수제쿠키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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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애쿠키 옆집 카페. 사실 이 카페 간판이 안 보여서 가게 이름을 몰랐는데, 이 전시회를 통해 알았습니다. 가게 이름이 '웃음이 바람을 타고'입니다.

이번 전시회의 백미는 삼청동 명물떡볶이 앞에 걸린 사진입니다. 바로 가게 앞을 지키는 '코코'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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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 바로 밑에 사진과 똑같이 생긴 코코가 있습니다.

계동 2018 전시를 기획한 김현식 물나무사진관 대표는 "이번 전시는 기록에 의의가 있다. 동네가 많이 바뀌어 가는데, 지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고 무엇이 바뀌어 왔는지, 앞으로는 무엇이 바뀔지, 그 사이에 우리가 지켜야하고, 돌아봐야 할 것을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제가 기자정신을 발휘해 물나무사진관에 들려 대표님을 살짝 인터뷰했습니다.

이 전시회는 기획력 못지 않게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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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도록이라고도 할 수 있는 책인데요. 사진은 김현식 대표가 찍고, 글은 차예랑 작가가 썼습니다. 두 분의 이름을 기록하는 이유는 세심한 노력이 담긴 책이기 때문입니다. 책의 사진과 글에는 제가 매일 자주 보면서도 지나쳤던 가게를 지키는 사람들의 삶이 오롯이 담겼습니다. 단순한 인터뷰가 아니라, 평소에도 자주 대화를 나누고 관찰했던 것이 느껴지는 글입니다. 미미당호떡집 사장님이 "재밌네"란 말을 자주하는 습관이 있단 것도 포착했고, 악세사리를 만드는 '코메타'의 사장님은 시니어 모델을 꿈꾸고 있단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미스피츠가 북적응자를 의미하고, 부적응자를 예찬하는 사장님이 운영하는 카페 '미스피츠'를 이 책을 읽고서야 처음 가보기도 했습니다.

차예랑님은 책 말미 '나의 글에 대한 단상과 의지 표명'이란 글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 길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가 중요했다. '어떤' 사람이 아니었다. 그 수많은 객관적 정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요즘의 시대이다. 우리는 정보의 범람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것은 사람을 자연의 존재로 보지 않고 그를 둘러싼 수많은 정보로만 인식하게 했다. 그것은 나의 불만이기도 했다."

이 전시회가 방송에도 실렸습니다.
연합뉴스TV -이야기가 담긴 골목상권…흑백사진에 고스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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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한 사람의 기획이 골목을 바꿀 수도 있겠습니다.
좋은 아이디어 같네요. 골목 길들이 더 발전 했으면...

네 이동네 사는 저도 이길을 다시보는 계기였어요. 그냥 상권 띄우자가 아니라 앞으로 이길이 어때야 하는가를 고민하게 하는 기획이라 더 좋았습니다

물나무에서 멋진 기획을 했네요. 거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시간이 담겨져있는 느낌일 것 같아요. :)

네. 지금 현재 우리 주변의 모습을 다시 보게 되는 기획이었어요. 몇 년 뒤에 다시 돌아보기에도 좋을 것 같구요.

듣던 중 마음 따뜻해지는 전시회 소식이네요.

그렇죠. 동네 냄새도 나고, 정감이 있는 그런 전시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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