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어슬렁] 아직 뜨겁지 않은 익선동의 밤거리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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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011년초부터 2013년초까지 종로구 원서동에 살았습니다. 충무로에 있는 회사에 다니던 제가 걸어서 퇴근할 때 익선동을 지나곤 했죠. 꽤 자주 걸어서 퇴근했으니, 익선동의 밤풍경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상당히 어둡고 삭막했던 기억입니다. 군데군데 모텔 네온사인만 빛나는 어두운 밤거리였습니다. 눈에 띄는 카페나 식당 등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간혹 공방이나 갤러리가 있지만 밤엔 열지 않았습니다. 저는 북촌의 고즈넉함이 오랜 기간 유지된 이유 중의 하나가 익선동의 슬럼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종로3가 인근의 상권인 인사동은 동선이 자연스레 삼청동으로 이어지고, 그나마 북촌인 재동, 계동쪽으로 이어지는 길은 낙원상가와 익선동의 어두침침한 분위기로 인해 유동인구가 올라오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2~3년 전쯤인가요. 익선동이 상권으로 부상 중이란 소식을 들었습니다. 인터넷으로 좀 찾아보니, 내가 알던 그 동네가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련된 카페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런데 익선동 인근으로 묶이면서도 종묘쪽 성벽길쪽인 와룡동, 권농동, 봉익동 골목길은 사뭇 느낌이 달랐습니다. 아직 카페나 식당이 별로 들어서지 않았고, 여전히 자재 가게나 귀금속 세공 공방 등이 꽤 있습니다. 종묘 성벽길을 따라서도 예전 느낌이 그대로 남아 있어 더 정감이 있어 보이더군요. 물론 군데군데 벌써부터 세련된 느낌의 가게들도 꽤 들어섰습니다. 이 동네를 며칠 전 어슬렁 거리며 다녀왔습니다.


출처 : 다음지도. 분홍빛 선 내부의 지역이 권농동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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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 보이는 게스트하우스 건물이었을텐데, 1층 간판과 창 만으로도 건물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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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종묘 성곽길에 있는 식당. 사진이 흔들렸네요. 가게 색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직은 어두운 거리에 포인트를 주는 것 같은 색감과 조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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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골목에 있는 카페. 간판 폰트가 눈에 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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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의 성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카페입니다. 와인도 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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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맞은편은 이런 분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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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네의 오늘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진입니다. 저 뒤편이 성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카페인데요. 바로 옆엔 한적한 종묘해장국 집이 있고, 그 옆엔 밤엔 불 꺼져 있는 작은 자재 가게들이 있습니다.

사실 이날 종묘 옆 성벽길을 산책한 주요 계기는 율곡로를 지화하하고, 일제가 갈라버린 창덕궁과 종묘를 잇는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 기사를 참고.
창덕궁과 종묘 갈라버린 도로.. 일제의 악랄한 계획

아이들과 산책할 공간을 늘 찾아 헤매는 저로서는 환영할 만한 계획이죠. 창덕궁과 종묘를 잇는 공간이 조감도처럼 형성된다면 더할나위 없을 듯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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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소식이네요 ^^ 저는 예전에 북촌 근방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 익선동 쪽은 거의 안지나쳤던 것 같습니다. 젊은층이 붐비는 익선동 카페 골목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 아직도 낯설어요 :)

익선동쪽은 확실히 뜬 동네인데, 길건너 종묘성벽쪽은 여전히 옛날동네 느낌이 여전해요. 그치만 금방 분위기가 변할듯한 예감도 듭니다 :)

얼마전에 권농동을 다녀왔는데 반갑네요. ㅎㅎ 익선동은 이제 제법 시끌시끌해졌지만, 권농동은 아직 조용한 저녁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어요. :)

앗 저도 방금 p님 글에 댓글 달고 있었는데, 제 담벼락(?)에 방문해 주셨군요. 권농동이 앞으로 바뀌더라도 지금의 정취는 유지되었으면 좋겠어요

익선동 분위기가 좋아 몇 차례 다녀왔습니다. 창덕궁과 종묘 길을 잇는 복원 공사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

네 전반적으로 공원 접근성이 좋고, 걷기 좋은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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