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릭으로 진출하는 프라이빗 블록체인(블로코, 더루프, 코인플러그의 사례)

in #kr6 years ago (edited)

블록체인을 처음 공부할 때, 마치 공식처럼 이런 분류를 접했습니다.
프라이빗 - 영업기밀 등 보안을 요하는 정보가 있는 기업들이 별도의 폐쇄적인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
퍼블릭 -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 네트워크

대개 무엇이든지 그것을 이해할 때 분류가 꽤 도움이 됩니다. 조명이란 단어를 알지 못해도, 그것에 형광등, 백열전구, LED가 있다고 하면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요. 그런데 블록체인의 경우엔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습니다. 프라이빗 체인을 운영하던 회사들이 퍼블릭으로 진출하고, 프라이빗 체인으로 수주할 만한 사업을 퍼블릭 블록체인의 댑으로 바뀌어가는 추세입니다.

저는 어제 블로코가 주최한 '아르고(AERGO) 데뷔 스테이지'란 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그 행사를 보고서 쓴 기사는 블로코까지…한국 대표 프라이빗 블록체인 잇따라 퍼블릭 진출입니다. 더루프, 코인플러그에 이어 블로코마저 퍼블릭 블록체인에 뛰어든다는 내용입니다. 세 업체가 그동안 어떤 일을 해왔는지, 각자가 만들려는 퍼블릭 체인이 무엇인지를 정리한 기사입니다.

2~3년 전만해도 블록체인 기술이 있던 회사들은 마치 SI업체들처럼 일했습니다. 기업의 요구에 따라 개발을 하는데요. 그 요소 중의 하나로 블록체인을 넣었던거죠. 그때 대표적인 회사들이 블로코, 코인플러그, 더루프였습니다. 아이콘을 만든 더루프만해도 작년 초까지 "너네 코인 하는거냐", "프라이빗이냐 퍼블릭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프라이빗 블록체인이다. 코인과는 관계 없다"고 답변하곤 했답니다. 블록체인 전문업체라고 하면, 가상화폐랑 관련이 없단 걸 먼저 항변해야 했답니다. 그런데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컨센서스'에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되죠.

이경준 아이콘재단 의장이 코인데스크코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도 블록체인에 있어서 암호화폐가 나오는 퍼블릭인지, 그렇지 않은 프라이빗인지 구분하는 사고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컨센서스 2017’에 가보니까, 아무도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냥 바로 핵심으로 훅 들어가서 ‘우리가 이런 세상을 꿈꾸고 있고, 블록체인으로 이런 것을 하려고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강연을 하는 연사나, 네트워킹을 하면서 만난 블록체인 업체들 모두 그런 분위기였다. 이미 세상의 흐름이 완전히 넘어갔구나. 우리만 이게 암호화폐가 있는 블록체인이냐, 그렇지 않냐를 고민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뉴욕에서의 경험이 중요한 모멘텀이었다.”

한국에선 아이콘이 세계의 트렌드를 조금 일찍 발견했을 뿐입니다. 이미 IBM, 제이피모건 등에서 블록체인 비즈니스를 하던 사람들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거나, 전문업체로 옮겨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올해 컨센서스에서도 퍼블릭과 프라이빗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여러 움직임들이 많은 연사들의 발언으로 드러났습니다.

코인데스크 기사 -퍼블릭 vs 프라이빗: 블록체인 구분법 언제까지 유효할까에서 발췌한 발언입니다.

“앞으로 1년 이내에 대부분 사람이 ‘프라이빗 네트워크’나 ‘퍼블릭 네트워크’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멍청한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존 월퍼트(John Wolpert, IBM에서 블록체인 부문을 이끌다 Consensys로 이직)

“고객이 많이 몰려드는 퍼블릭 네트워크는 가치가 높아지게 되어 있다. 진화의 그다음 단계는 연결성이다. 업계에 핵심적인 오퍼레이션을 퍼블릭 블록체인으로 옮기라는 압력을 굳이 넣지 않아도 된다. 퍼블릭과 프라이빗 사이의 경계선이 희미해져 가치를 중심으로 재구성된 실용적이고 기능적인 인터넷이 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앰버 발뎃(제이피 모건에서 블록체인 부문을 이끌다, 클로버 창업)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내 생각에는 허가가 필요한 프라이빗 원장 네트워크들 사이에 일종의 수렴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 허가가 필요한 프라이빗 네트워크를 인트라넷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고, 퍼블릭 네트워크는 인터넷에 비유할 수 있다. 그사이에는 지금 개발되고 있는 적절한 중개 프로토콜이 있어야 한다.” 존 웰런(John Whelan, 방코 산탄데르 블록체인 랩의 수장)

블록체인 기술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분명 경계해야 하지만, '코인 투기'라는 프레임에 갇히면 기술력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대기업의 일감을 수주하는 SI업체 정도로 쪼그라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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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적절한 인사이트를 주는 좋은 글입니다. 아직도 이분법으로 보는 자료도 많고 예전에 IBM등이 의도적으로 프라이빗을 부각하는 전략도 가져갔으나 그들도 이미 코인 필요성을 동감하여 스텔라와 연동하는 중이죠. 아마 하이퍼렛저에서도 자체 코인 템플릿을 넣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라이빗은 가치의 공증이라는 측면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퍼블릭에 앵커링하는 기법이 도입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네 앵커링하는 기법과 기능이 어떻게 구체화될지도 궁금하더라구요. 좋게 봐줘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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