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동생을 위해 쓰는 편지 9. 한끗차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in #kr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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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등학교 3년 농사는 나의 귀찮음 덕에 성공했다. 한창 수시 원서를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당시 나는 수시원서를 6개 중 5곳만 제출할 계획이었다. 우선 사관학교를 지망하고 있었기에 수시자체에 관심이 없었던 게 한몫 했다. 그조차 사관학교를 떨어졌을 경우를 대비해서 건성으로 준비했다. 사관학교에 100% 붙는다는 근자감에 빠져 있었으니 제대로 준비했을 리가 없다. 그리고 사관학교 1차 시험에 낙방했다. 그럼에도 난 수시원서를 늘릴 생각을 안했다. 5개중 하나는 붙겠거니 하는 자만심은 여기서도 발동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공부하기가 싫어 자소서를 쓴다는 핑계로 컴퓨터실로 내려갔다. 그날 우연히 내 외쪽 대각선 자리에 우리 반 여학우도 자소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자소서를 작성한다고 컴퓨터실에서 시간을 뭉개는 사람이 늘 열댓 명은 되니 평소와 같겠거니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왠지는 모른다. 하필 그날이었다. 그 여학우가 원서접수하는 학교가 계속 눈에 밟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학교의 수시원서를 접수했다. 자소서도, 최저학력기준도 없었다. 원서접수만 하면 되었다. 아마 자소서든, 최저학력이든 어떤 조건이라도 있었으면 원서를 제출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추가합격으로 이 학교에 붙었다. 그리고 지금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한끗차이였다.
하지만 이제는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2017년 9월 21일 조선일보 12면 기사이다.

명문대/대기업만 OK ... 2030 소개팅앱 ‘그들만의 리그’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9/21/2017092100200.html

남성의 경우 학력은 서울대, 고려대(서울), 연세대(서울), 카이스트, 포스텍,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서울), 전국의대, 치대, 한의대, 의치전, 약대, 로스쿨, 해외대학, 경찰대, 사관학교, UNIST, DGIST, GIST에 제학 중 또는 졸업, 직업은 대기업, 공기업, 외국계 대기업, 국가기관, 언론사, 교사, 전문직 종사자만 가입이 가능하다.

나는 운으로, 내 귀찮음으로 지금 대학에 붙었다. 한끗차이였다. 그런데 그 학교의 이름이 이 신문에 실려 있고, 사람들은 그 학교이름을 가지고 차별을 시작한다.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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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an't understand the japanese but childs in picture are soo c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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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이 다르긴 한가봅니다.

학교에 대한 차별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계속 있을것 같아요
이게 우리나라의 현실이지 싶습니다@.@

많은 일들이 한끗차이에서 판갈음이 나는걸 많이 지켜보았습니다. 차별을 말하는 사람은 그런 대우를 언제가는 느낄껍니다. 그 한끗 좋은 쪽으로 갔음 좋겠네요.

인생은 우연이 많이 작용하는 듯 합니다.

우연이 일어나기 까지 스스로 했던 노력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운'이라는 모습으로 나타난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래서 운도 실력이라는 말이 있는 것 같아요.

@cubo님...... 언제한번 꼭 봐요. 밋업이든 다른 약속이든 상관없으니까 꼭이요.

한양대라고 하셨나요... 운이라기보단 you deserve that !

낯익은 이름들이군요.
과거에는 공부좀 하면 들어갈 수 있는 학교들이었다는데
언제부턴가 조금 힘들어졌지요..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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