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30] 인동설(人動設) - 세상은 내 중심으로 돌아가.

in #kr6 years ago (edited)

동갑 : 어쩌면, 저 사람을 중심으로 온 우주가 돌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쟈니 : 저 분이 타노습니까? 보석들을 다 모은 장갑이라도 가진건가요?

동갑 : 분명히 저 사람, 그 장갑 있을 겁니다. 정신적으로 너무 스트레습니다.

동갑내기인 협력사 직원.
15년 정도 알고 지내는 사람인데, 그는 자신을 심심한 사람이라고 한다.
어려서부터, 그저 말 잘 듣고, 반항한번 하지 않고, 그저 순탄 순탄하게
지내온 자신이라며, 별다른 삶의 에피소드 없이 살아왔는데,
회사다니면서, 참 다양한 사람들을 본다고 한다.

그럴 때 마다, 오히려 자신이 잘못 살아가고 있나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한단다.

몇 년 전, 그는 타 지역에서 전근 온 상사를 만나게 되고,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지내다 보니, 세상만사가 그 상사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동갑 : 대뜸 “거기, 아직 있을까?” 그러더군요. 혼잣말 치곤 다 들리는데,
갑자기 “어? 거기, 아직 있을까?” 또 그러더군요.
같은 사무실에 있던 직원들이 고개를 들어서,
멀뚱히 쳐다보는데, “아니, 사람이 물어보면 대답을 해야 할 것 아냐!!!”
그러면서 버럭 화를 내는 거예요.

쟈니 : 혼자 전화통화 하고 있었던 거 아닙니까?

동갑 :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어요. 그러고는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가서 담배 피우고 오더군요.

쟈니 : 거긴 어디고, 뭐가 있다는 거죠?

동갑 : 그러니까요… 대뜸 “거기, 아직 있을까?” 이게 뭔….(한숨)
그냥 그 사람 습관 같아요.
대충 '척' 하고 말해도 '착'하고 알아들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식이죠.

“언제까지 하면 돼?” 라고 하는 말에 다른 직원이 못 알아 듣고,
“예? 어떤 걸요?”그러면, “그거 있잖아…” “그게 어떤…?”
“아이~ 니가 어제 이야기 해 준거…” “???? 아…지결 말씀이세요?"
“그래…알면서 자꾸 물어보고 그래…” 이런 식이네요.

쟈니 : 그 사람, 전근 온 이유가 그거 때문 아닐까요? 짜르지는 못하니…
참 독특하네요.

동갑 : 사람이 나쁘거나 하지는 않는데, 유독 부하직원들 한테만 그래요.

쟈니 : 그런 것도 엄연한 갑질인데,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전형적인 모습인 듯….

동갑 : 대도시에 살다가, 상대적으로 이런 작은 도시에 와서,
늘 불평(?)아닌 불평을 이상하게 늘어 놓기도 해요.

쟈니 : 뭐 지하철 있는 동네와 지하철은 커녕, 버스도 잘 안 다니는 동네
차이는 크긴 하지만, 그렇다고 또 무슨 불평까지….

동갑 : 예를 들면, “내가 사는 동네는 이렇게 회 안 썰어줘…
두툼하게 썰어 주는데, 여긴 왜…” 혼잣말인지, 들으라고 하는 말인지…
옆에 있는 제가 민망한 순간이었습니다. 맛있는 집 없냐고 해서,
나름대로, 단골인 집에 모시고 갔더니, 그런 소리를 먹고 나올 때까지
도돌이표 걸어 두고, 했던 말 또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나가면서, 주인 아저씨한테 미안하다고 제가 연신 고개 숙였네요….

쟈니 : 음….


(사건의 장소인 그 횟집)

동갑 : “내가 사는 아파트엔 근처에 공원도 있고….”
“내가 가는 빵집보다 맛이 없네….”
“주말에 집에 가면, 마누라랑 극장에 한번씩 가는데,
이 동네 극장보다 훨씬 좋아…”
“나도 예전에 해봤어….그건 그렇게 하는게 아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말이야…XX라고 있는데….”
듣다 보면 짜증이….

쟈니 : 그 분, 실제로 회사 업무 많이 안 하죠? 직원들 시키기만 하고….

동갑 : 헉~!! 어떻게…. 실무야 직원들이 알아서 다 하고 있고,
그 사람은 지시하는…

쟈니 : 이런 사람들 어딜가도 한 명씩 꼭 있는 것 같아서요…
인터넷 보면, 대학에서 “조별과제” 이런 느낌이랄까…ㅎㅎㅎ
회사에도, 바람 잡고, 큰소리 치면서, 막상 하라고 하면 온갖 핑계
대면서, 슬슬 뒤로 빠지는 사람들… 그래 놓고, 도움은 주지 못할 망정,
뒤에서 궁시렁거리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상사가 되면, 괴로운데….

동갑 : 솔직히, 좀 고민됩니다….그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 아니라서, 마음 같아선 진짜 따 때려 치우고 싶네요….

쟈니 : 저 사람 때문에 때려 치우면, 결국 지는 겁니다. 아시잖아요…
그래봐야 나만 손해라는…
뭐 직장생활이 어디 말랑말랑 하겠습니까?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런 부류의 사람들 공통점이,
“외로움”인 듯 합니다.

자신을 알아 봐주길 바라는데, 정작 아무도 관심가져 주지 않고,
심지어, 집에서도, 그저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에 들어오는 존재…
지금은 주말 부부라고 했으니, 더더욱 그렇겠네요.

반대로 생각 해보면, 잔정이 그리워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너무 밀어 내려 하지 말고, 정에 굶주린 늙어가는 중년의 남자,
어쩌면 우리들의 미래일지도 모르는 한 사람 살려준다 생각하고,
적당히 가까워져 보세요…

동갑 : 아,이거 남 일이라고, 봄바람 같은 멘트,
너무 심하게 불어대는 거 아닙니까?

쟈니 : ㅎㅎㅎㅎㅎ 남 일이니까요…ㅋㅋㅋㅋ

동갑 : 알고 지낸지가 15년이 넘었는데, 남이라니…
에이씨… 왜 내편은 하나도 없어….

쟈니 : ㅋㅋㅋㅋ 어쩌면, 그 사람도, “왜 내편이 없어…”
라고 생각하면서 외로움을 표출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네요….ㅎㅎㅎ

동갑 : 캬…근데, 일리가 있긴 하네요… 나 좀 쳐다 봐 달라,
나 여기 있다… 오랫동안 그런 시그널을 보내다 보니까 습관이
됐을 수도 있겠네요.

쟈니 : 근데, 너무 다 받아 주진 마요. 그러다 잡히면,
회사생활 더 피곤해 집니다…뭐든 적당히..

동갑 : 그렇죠…. 한 두번 받아 주다 보면, 권리인 줄 아니까…
에고…그나 저나 우리는 저렇게 늙진 맙시다…
주어 목적어 확실히 넣고 이야기하고,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확실히
이야기 하고…. 이도 저도 아니고, 우물쭈물하면, 사람 참 헷갈리거든요.

쟈니 : 그럼요. 안그러면, 늙어서 구박받습니다. 쩝.
그런말도있잖아요.. 나이들면, 입은 닫고 지갑은 열어라고..

동갑 : 지갑 열었는데, 돈이 없으면...으...많이 벌어놔야지...

두 직장인의 상사 뒷담화로 그들은 그렇게 또 퇴근길에서
위안을 삼았었다.

대화란, 상대방이 알아듣게끔 이야기해야하고,
그 전에, 어떤 이야기를 하려 하는지, 먼저 들어줘야 한다.

“두 독백이 대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 – Jeff Daly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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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적절한 짤들은 어디서 다 구해오시는거예요 :)

어마어마한 저장창고를 가지고 계실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비밀입니다. ㅋㅋㅋㅋㅋㅋ

회사를 다닌 후로 '거시기'란말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주 업무는 상사어를 한글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모호한 지시에 고통받던 1인이 팔로우하고 갑니다.

상사어.... 맞습니다. 상사어..정말 적절한 단어입니다. ^^
애매하게 말 할 땐, 안 물어볼 수도 없고, 물어 보면 그것도 모르냐고 핀잔 주고...정말 거시기한 상황이죠...ㅋ

ㅎㅎㅎ 공감의 공감하네요 쟈니님 ㅎㅎ
그래도 어쩔수 없으니까ㅎㅎ
쟈니님 편안한 밤되세요^^

상사의 편안무쌍한 드립은 정말 어쩔수 없는 듯 합니다. 으...ㅎㅎ

애매모호한 말로 대화하는 걸 싫어합니다.제가 눈치가 없는건지 콕 찍어 애기해줘야 안다는..........ㅡㅡ

그렇습니다. 코에 걸면 코걸리 귀에걸면 귀걸이인 애매모호한 말도 사람을 참 힘들게 하는 듯 합니다.ㅋ

ㅎㅎㅎ 심하게 공감가는 글입니다.
이보다 심한 사람은 없겠지? 하면 그 다음엔 그 보다 더한 인재가 나타나더라구요~~ ㅎㅎㅎ 이젠 나름의 노하우가 생겨
그려려니 할수 있게 된 제가 가끔은 자랑스럽기까지 하답니다~ 어쨌든 돈 많이 벌어야겠습니다!!~~~ 😁

다른 분꼐서 "상사어"라고 하셔서, 적절한 단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ㅎㅎ 상사에 대한 언어를 간파하는 능력을 지닌 로사님, 엄지 척입니다. 저 "동갑"이 탐내는 능력입니다. ^^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 경험에서 나온 말이겠지요.

구관이 명관이 되도록 상사어를 빨리 이해하고, 익숙해지는 능력이 저 친구에게 필요한듯합니다. ^^

돈많이벌어야겠습니다...포인트맞죠?ㅎㅎ

맞습니다. 기-승-전-돈...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아주 중요한 부분이죠...
참...얼마전에 웃픈 유머를 봤는데, 갑자기 떠오르네요...

"돈으로 행복을 살수 없다면, 행복을 살 돈이 부족한게 아닌가 생각해봐라..." 라는....묵직하네요...ㅎㅎ

읽으면서 떠오르는 어떤 사람이 있네요 ㅋㅋㅠㅠ

헙~!! 그런 분과의 조우를 하신적이 있으시군요. ^^;

엌ㅋㅋㅋㅋㅋㅋ 짤들이...ㅋㅋㅋㅋㅋ
너무 웃겨요~~

ㅋㅋㅋ 저도 처음 보고, 혼자서 한참을 실실 웃었습니다...재밌는 짤들 많이 있네요... ^^

지갑여는 상사가 최고죠 !! ㅎㅎㅎ
저도 돈 많이 벌어야 겠습니다. 캬캬 남편 지갑열릴수 있게 내조 팍팍 해야겠어요. ㅎ


(러브흠님의 미래의 하루 일과....현금 세는 맛으로 하루를 시작..^^)
#현존 최고 현금 #오만원 #세도 세도 끝이 없음 #현찰부자 # 아는척 해주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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